The News 더 뉴스 - 아시아를 읽는 결정적 사건 9
쉐일라 코로넬 외 지음, 오귀환 옮김 / 아시아네트워크(asia network) / 200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구촌이라는 용어가 시대를 규정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구 내 수백 여 국가들이 더 이상 국경으로 가로막힌 지대가 아님을 선언한 그 용어는 국경 없는 경제라는 또 다른 용어와 함께 그 시대를 풍미했습니다. 물론 요즘은 세계화라는 용어가 자리를 대체하고 있지만 지구 내 각국을 한가족으로 바라본 사해동포주의의 이상은 구성원들 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세계시민사회를 역설한 분이 우리 사회에 있었으니 그의 혜안이 놀랍습니다.

 

비록 20세기말 아시아가 두루 용의 위상을 잃고 주춤거리고 있지만 성장 잠재력 측면에선 여전히 얕잡아 볼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근대화가 서구화를 의미하던 시절, 아시아는 서구를 배우는 데 골몰했습니다. 하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환골탈태의 음영은 자기 것을 포기한 대가치고는 실로 복잡다단한 부산물을 쏟아놓았습니다. 그것들을 처리하느라 부심한 아시아 제국들은 일정 시점에 고유의 것을 찾아 발벗고 나섭니다. 그리고 차츰 경쟁력을 회복해가지요. 그렇다고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진 못했습니다.

 

허약한 경제와 지지기반이 낮은 정치, 불안한 사회, 뒤섞인 문화가 여전히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세계적 지위는 여전히 낮습니다. 각종 정보와 이슈의 생산도 서구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고요. 아시아 시각에서 아시아를 바라봐 주기를 바라는 소망은 당분간 소망이 그칠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책과 같이 아시아인의 눈으로 아시아를 보려는 시도가 의미 있는 걸음을 이어가고 있어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하겠습니다.

 

「아시아를 읽는 결정적 사건 9」 이라는 부제를 단 『더 뉴스』는 9개 나라의 소식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각각의 사건들은 해외토픽이나 심층취재라는 형식으로 익히 다뤄진 바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서구적 시각에서 편향적으로 다뤄졌다는 데 있습니다. 한쪽에서 적으로 규정한 상대방이 다른 한쪽에선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 책의 장점이 바로 그 지점에 있습니다. 기사가 갖는 객관성을 유지하고도 기사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수준에서 말하면 일방의 시각이 사건의 전부를 담아내지 못합니다. 언제든 쌍방의 주장을 균형추 위에 올려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비록 그 역할을 하는 이가 어느 한쪽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해도 그 작업은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해야 합니다. 균형점을 잡은 상태에서 양자를 그 균형점 좌우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올려놓으려는 균형감각은 특히 세계적인 사건을 탐침할 때 긴요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시도와 노력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물론 이 책에도 맹점은 있습니다. 자칫 아시아 중심주의로 비쳐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편저자의 말은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를 조심스럽게 내비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서구중심주의를 몰아내고 그 자리에 대신 아시아중심주의를 옮겨 심겠다는 뜻이 전혀 없음을 분명하게 밝혀둔다."

 

우린 양비론과 일방적인 주의 주장의 위험성에 대해 자주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런 위험성은 대부분 현실화되었습니다. 특정 목적을 위해 글을 쓰고, 또 그 글을 읽는 한 사회는 균형발전이라는 이상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납니다. 어느 한쪽이 보기 흉하다고, 형편없다고 잘라내려고 해선 결국 그 새는 날지 못하고 맙니다. 그뿐 만이겠습니까. 결국에 가서 생각보다 큰 상처를 견디지 못하고 죽고 말 것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가 그런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합니다. 내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남의 밥그릇을 빼앗으면 결국 그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제 밥그릇을 뺏길 수 있다는 경각심은 가져주기 바랍니다. 이 책을 통해 엄연히 다른 시각이 존재하고 그런 다양한 시각들 속에서 사회는 건강하게 성장한다는 점을 일깨웠으면 합니다.

 

제1장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다'는 지면에 작게 다뤄졌을 사건들을 세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독자는 그 사건의 발단이 이런 것이었고, 이런 과정을 거쳐 결국 폭발점에 도달했구나 하는 보다 객관적인 사실을 접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다분히 인식의 교정과 타당한 전망을 갖게 될 것입니다.

 

제2장 '뉴스 인물을 만나다'는 뉴스를 생산했던 인물과 언제든 긴급 통신으로 타전될 인물로 손색이 없는 오사마 빈 라덴과 폴 포트, 김일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비판받아 마땅할 인물들을 그들이 처한 시대적 상황과 내외 역학관계를 중심축으로 근접 촬영하고 있어 마치 취재에 참여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현장감이 넘칩니다.

 

제3장 '아시아의 뉴스, 아시아의 기자'는 기자가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혼란을 객관적으로 그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기사는 기자의 개인적 시각을 온전히 배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기자는 알게 모르게 사건을 왜곡하는 입장에 서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선 상대방의 입맛에 맞게 각색하려는 내적 충동을 받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장은 기자의 정신과 기자의 고민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이 책으로 아시아의 시각이 세계인의 눈에 비쳐지진 않을 것입니다. 첫발을 내딛어야 다음 발이 이어지듯 그런 역할을 이 책이 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시아 언론 현실과 그 현장을 뛰는 기자들 모습을 정직하게 보여주면서, 독자들과 함께 아시아를 고민해 보고 싶었다"는 편저자의 말은 이 책의 한계이자 이 책이 지향하는 바일 것입니다. 이와 같은 책이 계속 나와주기를 기대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