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드라마쿠스
윤진 / 살림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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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것처럼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뿌리 내린 습관의 총체를 되돌아볼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은 일상생활에 깊이 뿌리박은 그것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고, 그런 만큼 그것을 일의적으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대중문화의 변화무쌍한 양태야 굳이 말로 할 필요가 없을 정도라 그 분야를 다룬 분석적인 책을 통해 대중문화의 의의라든가 대중문화의 영향, 또는 대중문화 속에 담긴 권력에 대해 새삼 눈을 뜨게 되는 것마저 어느 누구도 발견한 적 없는 보물을 캐낸 듯 설레기 마련이다. 거기다가 대중문화를 가리키는 다양한 아이콘과 대중문화가 표창하고 있는 사회적 관계들을 관찰할 기회라도 얻게 되면 육체를 타고 흐르는 전율이 오래도록 지속되길 바랄 정도로 중독증이 심화된다.

 

이쯤 되면 지식 습득 욕구가 남다르다고 할만한데, 대부분 전에 읽은 여러 책 중 특히 몇 권의 책이 대중문화에 관한 깊은 허기와 갈증을 채워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그 책들은 공히 현상을 꿰뚫고 그 속에 숨은 본질을 소환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렇듯 대중문화를 다룬 서적의 존재감을 새삼 느끼게 해준 책은 『한국문화의 음란한 판타지』(이택광, 이후, 2002), 『대중문화 낯설게 읽기』(기호학연대, 문학과경계, 2003), 『대중의 문화사』(마샬 W. 피쉬윅, 청아출판사, 2005)이었다.

 

그리고 다시 어제 자주 가는 서점에서 발견한 『호모 드라마쿠스』는 현대적 감각을 앞세운 분석과 해석을 무기로 의식 전반을 흔들어 놓았다.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현실에 비판적으로 대입하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므로 찬찬히 읽을 것. 한 달 평균 읽는 수 십 권의 책 중에서 더디게 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책은 사실 많지 않다. 그렇다고 다른 책들이 함량 미달이어서 빨리 읽은 것이 아니다. 의식에 충격을 가한 책에 대한 남다른 애착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애착은 대부분 기억에 깊이 파고들기 마련이라 언제든 기회만 되면 튀어나올 준비를 한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니다.

 

각종 광고와 드라마를 통해 본 대중문화의 파급력은 욕망을 소비하는 구매자의 욕구와 상승작용을 일으켜 더욱 고양된다. 포섭되는 구매자 수가 늘어날수록 그 효과가 가중되고 함량 미달의 대중문화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질 토양이 마련된다. 성찰과 비판이 사라진 지점에서 개인은 더 이상 주체일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대중문화의 본질과 이면을 파헤치는 책들의 존재가 부각되지 않을 수 없다.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수용'과 '비판'이 좌우에 날개를 달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비판적 수용'과 '수용을 모색하는 비판'이라는 꼬리날개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 책의 미덕은 대중문화를 지나치게 백안시하지도, 그렇다고 은연 중에 상찬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어패가 있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의 반열에 이 책을 올려놓아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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