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기부 - 성공을 부르는 1%의 나눔
토마스 람게 지음, 이구호 옮김 / 풀빛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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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 모 경제신문을 통해 인기 가수의 기부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회가 일순 술렁였던 적이 있었다. 기부 총액이 40억 원이라는 기사 내용도 발군이었지만 그 금액이 그가 10년에 걸쳐 꾸준히 기부한 결과라는 데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정작 당사자가 보증금 5천만 원짜리 월세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그에게 '기부 천사'라는 애칭을 붙여주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 기사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기부가 금전적인 것에 국한하지 않는 한 어느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일텐데, 연예인의 기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뭘까?, 하고 말이다. 덧붙여 바로 특정인의 기부행위에 대한 그런 유형의 호기심이 정작 적극적인 기부 행위로 가는 길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 이 책, 『행복한 기부』는 바로 그 지점에 확성기를 갖다대고 다시 한 번 묻는다. "기부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책은 기부의 본질과 내용, 기부행위가 주는 유익, 기부 행위의 사회적 파급력 등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론적인 부분에 치우친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기부 행위를 단속적인 행위 또는 특정인의 전유물 등으로 치부 또는 해석하려는 일반인들의 무의식적인 생각(또는 암묵적 동의)을 강하게 충격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견고한 이론이 때때로 보편 타당한 인식인 것처럼 위장된 무의식(또는 허위의식)에 균열을 일으키는 유효 적절한 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기억하자.

 

책에서 저자는 기부 행위의 범주를 크게 확장해 놓고 있다. 예를 들면 환경 보호 운동도 넓은 의미의 기부라고 보는 것이 그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행위가 다른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킨다는 것. 우린 때때로 특정 행위를 우리의 좁은 시야 안에 가둬두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느라 'A가 아니면 B' 라는 도식에 사로잡혀 그 B가 C가 되기도 하고, 때론 D가 되기도 하는 원리를 생각하지 못한다. 기부 행위를 금전의 기탁 행위 또는 조금 나아가 육체적으로 돕는 행위에 한정하는 한 기부 행위의 본질에 접근할 수 없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다 다양한 기부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현 세대는 물론 다음 세대를 위한 기부, 그것은 인간 사회를 극히 이타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추동력이 될 뿐 아니라 보다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원동력이 된다. 기부행위가 누군가의 필요를 채워주려는 적극적인 행위라면 그 행위는 이타적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기부하는 인간의 행동은 인간이 이기적인 유전자로 뭉쳐있는 존재라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저자는 그 점을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해 이기적인 반응 양태를 보인다는 동물의 세계에 프리즘을 갖다댄다.

 

동물들이 보이는 스펙트럼의 양태는 무척 다양하다. 일례로 움직임이 매우 느리고 시선이 텅 빈 갓 태어난 붉은털원숭이 '아잘레아'를 친척은 물론 다른 원숭이들이 무리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잘 보살펴주었다. 야생의 세계는 냉혹해서, 장애를 갖고 태어난 동물은 대개 무리에서 쫓겨나거나 심한 경우 같은 무리에 의해 죽임을 당할지 모른다는 사육자들의 불길한 예감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외에도 개코원숭이와 작은부리울새가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을 마다하지 않고 공동체에 위험신호를 보내고 무리의 땅굴에 침입한 뱀에게서 무리를 보호하기 위해 두더지가 통로를 막고 무리를 위해 죽는 등의 행동양식은 동물의 유전자 내부에 무리를 배려하는 적극적인 유전자, 곧 이타적인 유전자가 흐르는 증거들이다.

 

저자가 예로 들지는 않았지만 익사 직전의 사람을 구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느라 자기 목숨을 돌볼 겨를이 없다든지,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타인의 생명을 구하고 자신은 죽는 인간의 의로운 행위들은 인용하기에도 벅찰 정도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각박해지면서 다만 이타적인 행위에 대한 자각이 엷어졌을 뿐 인간의 유전자 면면에 이타심이 흐르고 있다는 증거로 삼기에 충분한 행동이다.

 

책을 통해 기부 행위는 우리의 본질을 구성하고 있는 이타심을 재생하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기부가 많아지는 사회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사회와 같을 것이다. 기부 행위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고조되면 우리 세대 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안위를 걱정하고 다음 세대원들이 보다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준비하는 단계로 우리 의식을 고양시킬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이 책의 지속적인 메시지이자 우리의 본질을 되찾는 적극적인 구애인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부의 범주가 의외로 넓다는 데 공감하고 기부의 내용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울러 비록 현 수준에서 금전적인 기부가 곤란하다 할지라도 노동을 통한 기부, 또는 환경보호 운동 등의 참여를 통한 기부, 타인의 고충을 들어주고 함께 아파하는 기부 등 기부가 다양한 양태로 전개될 수 있다는 점에 고무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내적 고양이 적극적인 기부로 이어질 것을 기대해도 좋다.

 

우리 주변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들이 많다. 반면 특정인 또는 몇몇의 도움으로는 그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 가 없다. 이제 우리 일반인들이 나서야 할 때다. 조금 더 사정이 나은 내가 다른 누군가를 위해 조금만 헌신하려는 마음을 품는다면 우리 사회는 전보다 나은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행위는 결과적으로 그 동안 잊혀졌던 선한 심성을 되찾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타적인 나와 우리, 그리고 사회로 구성된 세계를 꿈꿀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다. 여전히 하루 1달러도 벌지 못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전세계 1/6의 인구를 살릴 방도는 그렇듯 다른 사람을 위해 내 손을 벌리는 작은 실천에서 비롯될 것이다. 이 책이 그 노정에 불을 지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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