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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사랑도 기술이다
볼프강 베르크만 지음, 윤순식 그림 / 지향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아이 셋을 둔 결혼 11년차 아빠라도 아이들을 대할 때면 여전히 조금 더 잘해줄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도대체 말 안 듣는 이유가 뭐지, 하는 곤혹스러움이 교차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아이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하고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은 서점의 교육 서적 진열대를 기웃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 이치가 그렇듯이 어느 경우에든 딱 들어맞는 답을 찾기가 사실 쉽지 않다.
과연 교육에 관한 한 정답이란 없는 걸까? 정답이 없을 리 없다. 하지만 너무 그럴듯한 답이라 현실에서도 먹힐까 싶은 의구심이 들어 마뜩지 않다. 하라는 대로 하기만 하면 이 세상 어느 부모도 아이 교육 때문에 신경 쓸 일이 없는, 그렇고 그런 정답들은 사실 시중에 널려 있기도 하다.
유감스럽게도 오늘 이 시대의 아빠가 찾는 방법은 그런 것들이 아니다. 아빠들이란 처방전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한탄이라든지, 조금 더 따뜻한 아빠가 돼주지 못했다고 하는 후회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어 구조적으로 보다 복잡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리 효과적이라 주장하는 방법이 나온다한들 일에 매여있는 아빠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않는 한 '아이 사랑'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리고 그런 현실은 앞으로도 계속 아빠에게 위에 든 양가감정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벽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때 "(아빠의)휴일은 짧고 (아이의)기대는 많은" 아빠와 아이의 현실적 괴리감을 없애줄 방법을 찾느라 동분서주하는 아빠의 마음을 헤아려줄 책이 나와 우선 반갑다.
『아이 사랑도 기술이다』에서 '아동심리학자이자 아동심리요법 전문의로는 독일에서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볼프강 베르크만은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 또한 배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아이에게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아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아빠들과 전략적 선택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아이와 놀아주는 것에 목숨거는(?) 아빠들에게 저자는, 아이와의 축구 경기를 예로 들어, 아빠가 어떻게 아이의 세계 속에 녹아들어야 아이들이 만족감을 느끼는 한편으로 규칙(넓은 의미에서 사회 규범)을 받아들이도록 도울 수 있는지 세심하게 일러준다.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한 그것이 쌍방향임을 의심의 여지없이 받아들이는 현대 사회에서 아빠와 아이의 관계가 여전히 일방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일종의 섬으로 남아있는 건 슬픈 일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대부분 바쁘다는 핑계로 돌린다. 물론 틀린 말이 아니다. 아빠가 지금보다 일에 덜 얽매인다면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그만큼 많아지리라는 기대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기대일 뿐이다.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답하지 않는 한 아이와의 관계는 오래 전 세대가 그랬듯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서로를 바라보는 '어려운' 관계 이상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관계의 일단을 중심에서부터 꿰뚫고 있다. 과거의 관계가 아빠 중심이었다면 이제 아이 중심에서 아이를 바라보고 그 바탕 위에서 교육적 효과를 거둬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중심 주제이다.
누구보다 아빠가 아이가 바라는 것을 정확히 알아야 하고, 아이에게 가르쳐 주고자 하는 것에 대해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작은 놀이를 하더라도 의미 없이 그 놀이를 흘러 보내지 않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아이와의 관계 전반을 '배워야 하는' 기술로 표현하고 있다. 저자가 독자인 아빠를 초보 아빠 다루듯이 다양한 예와 방법을 시시콜콜하게 동원하고, 그것도 모자라 구어체로 갈무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자의 글은 이해가 쉽다. 우선 따라해 보자. 한번 두 번 하다보면 내 것이 될 것이고, 모르는 사이에 그것이 모태가 돼서 새로운 아이디어마저 떠오를지 모른다. 아이와 함께 성장할 이 시대의 아빠를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