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김대리 직딩일기
김준 지음, 홍윤표 그림 / 철수와영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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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적 홍대리』 시리즈로 직장인들의 한을 단박에 날려버린 홍윤표와 현직 보험사 대리로 근무하는 김준이 의기투합해 걸물을 하나 만들어냈다. 이름하여 ‘소심한 김대리의 직딩일기’. 직장인의 가슴을 움츠리게 하는 무척 소심한 제목부터 남달랐지만 홍윤표가 그림을 그렸다고 해서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가 누군가? 수년 전 직장인들의 애환을 만화로 훌륭하게 그려내 그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던 장본인이다. 어떻게 이토록 직장생활을 속속들이 알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은 그가 당시 현직 대리로 근무하고 있던 터라 자연스럽게 풀렸지만 그가 그려낸 홍대리와 홍대리가 겪은 다양한 사건들을 만화로 형상화한 그의 능력만큼은 지금도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이 책에선 그의 만화가 대부분 1컷 짜리 카툰이고, 편수도 적어 아쉬움이 남는다.

글을 쓴 김준은 생소하다. 그렇다고 이물감이 들지는 않았다. 형식은 다르더라도 본령은 다르지 않다는 걸 제목만으로도 너끈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가 그린 직장인의 애환을 과거 홍윤표가 그린 그것과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리고 그런 기대는 적중했다.

짧은 글 속에 생생히 살아 숨쉬고 있는 직장인이라는 이름이 정겨웠다. 때론 가슴이 절절해져 잠시 책을 덮었다. 즐겁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에선 환호성을 질렀다. 월드컵으로 뭉친 국민이 월드컵 경기에 환호하며 대한민국을 소리쳐 불렀듯 직장인이라는 이름으로 그와 어깨를 견 난 같이 술에 절기도 하고 함께 으슥한 골목을 흐느적거리며 걷기도 했다.

책을 편의상 필요에 따라 그렇게 구성해 놓았을 테지만 각 장을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하는 식으로 요일로 구분해 놓아 실제 독자가 직장생활에서 각각의 요일에 실제 겪은 일과 비교해 보면 여벌의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직장인에겐 일과 상사에게 부대끼고 치이느라 쓰린 속을 달래줄 술이 필요하다. 술자리일 망정 맘놓고 씹을 안주도 필요하다. 화풀이할 동대문도 필요하다. 그래도 그들의 애환을 고개 끄덕이며 들어줄 사람만 할까?

직장에선 제대로 큰소리 한번 질러본 적 없는 소심한 김대리, 자기 주장 한 번 그럴싸하게 내세워본 적 없는 심장 약한 김대리, 집이라고 별로 달라질 게 없었던 고개 숙인 김대리, 나만 그런 가 싶어 한없이 서글펐던 김대리, 오늘 이 책을 펴고 드디어 한마디 외쳤다. “얘도 김대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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