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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희망에 기대고 싶다 - 오요나의 디지털 감성 포토 에세이
오요나 지음 / 무한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그림과 글이 한편의 잘 짜여진 드라마처럼 가슴을 파고드는 걸 잠시 밀쳐두고 맛깔스런 글이야 저자가 썼겠지, 하고 다음 생각을 하다 그만 피식 웃음이 났다. 저자가 썼으니 책으로 나온 게지, 이 무슨 망발, 아니 망생각. 사진은 누가 찍었을까 궁금해 얼른 책를 덮었다. 큰 글씨체는 아니지만 표지 그림 밑에 있어 쉽게 눈에 띈다. 저자가 쓰고 찍고 그렸다.
읽고 보는 동안 아마추어리즘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풀 냄새 같은 것이 느껴졌다. 상큼하고 싱그러운 그런 것. 이 책, 그래도 희망에 기대고 싶다는 풋풋하다. 아포리즘은 눈부시고 소소한 일상에서 길어 올린 삶의 내음은 오래도록 코끝을 간질인다. 오랜만에 맛보는 편안한 휴식 같은 책. 이 책은 소개하기 보다 직접 들고 가 보여주고 싶은 책이다.
어차피 물속이 아닌 바에야
공기를 마시고 사는 생물은 모두 같은 중력을 느끼며 산다.
꽃잎이 얇다고 그가 가진 생의 무게를 가볍게 볼 순 없다.
- 꽃잎 네 장으로 떠받친 우주
폭포수가 쏟아 내리면 잠시 자리를 피하는 법이다. 위 글을 읽고 울림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공명되어 흐르는 느낌에 사로잡히지 않을 재간이 없다. 어느 누구의 생이라고 가벼이 볼 것인가. 어느새 너와 나를 가르고 지위고하를 가르는 나를 질책하는 언어로 들린다. 그 덕분에 난 오늘 침잠하기로 작정한다.
들리지?
햇살들의 즐거운 수다.
- 즐거운 수다
창조된 모든 것들은 저마다의 아우성이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햇살에게서 수다 소리를 들은 저자의 귀가 참 맑지 싶다. 사람 소리만 듣고 본 오늘 난 많은 것들을 잃었다. 배가 꺼져라 뛰노는 아이들 곁에 잠시 머문다.
아름다운 풍경을 앞에 두고
함께 보고 싶은 사람,
아름다운 배경을 뒤로 하고
마주 보고 싶은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의
사랑입니다.
- 좋은 풍경
이 글을 읽고 시선 처리에 부산을 떨어야 했다. 노안(老眼)을 가지고는 사물과 현상을 다각도로 바라볼 수 없다. 따뜻한 시선은, 그래서, 눈을 여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활짝 열지 않고는 제대로 볼 수 없다.
풀밭에 한참을 누웠다 일어났다. 개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