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 서돌 직장인 멘토 시리즈
신시야 샤피로 지음, 공혜진 옮김 / 서돌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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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자체를 즐기는 사람을 예외로 하면 대부분의 직장인은 조금 더 나은 자리로의 이동을 꿈꾼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데, 대체적으로 업무수행능력과 인간 관계적 측면에서 두루 인정을 받고자 하는 열망을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그 자리에 오르고자 하는 사람은 반대로 많은 현실 제약 조건을 뛰어넘으려면 그 자리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과는 다른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승진자는 남다른 전략을 구사한 사람일까?

대부분의 경우 승진자는 업무수행능력에서건 인간 관계적 측면에서건 특정한 자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사실은 그것과 다르다. 그는 ‘덫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다. ‘한정된 자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의 입장에선 덫을 설치하고 그 덫에 걸린 사람들을 우선 솎아내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런 다음에 살아남은 자들을 대상으로 또 다른 방식으로 테스트를 거치는 것이 비용 대 효익 측면에서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덫을 쳤다고 해서 방식이 치졸하다고 탓할 일일까? 한 명을 뽑는 시험을 예로 들면 그 시험이 탁월한 사람을 단 한 명 만 뽑는다는 뜻도 있지만 모두 떨구고 나서 남은 한 명을 뽑는다는 뜻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후자는 덫을 치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덫이라는 용어를 밀실에서 만든 복마전의 일종으로 단정하지 말기를 바란다. 같은 사물과 현상이라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시각차이가 존재하는 법이다.

인력개발팀 팀장직과 부사장직을 역임했고 현재 기업 컨설턴트로 맹활약하고 있는 저자 또한 이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기업은 생각하는 것만큼 직원에게 호의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은 자사에 우호적인 직원은 어떻게든 붙들어두려고 하는 반면 기업에 반감을 가지고 있거나 위해를 끼칠 요소가 다분한 직원이라는 판단이 서면 기꺼이 덧을 설치해서라도 그를 제거한다는 것이다.

물론 보기에 따라 문제 소지가 있는 방식을 표면적으로 내세우지는 않는다. 기업이 지닌 우월적인 지위를 십분 활용해서 얼마든지 직원이 제 풀이 꺾여 나가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축적된 노하우 또한 많다. 현직에서 수없이 그런 모습을 보았고 같은 방식을 활용하기도 했던 저자가 이 책을 쓴 동기는 ‘직원들에게도 그들 편에서 보다 공정한 게임을 위해 조언해 줄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더불어 열악한 지위에 있는 직원들이 기업을 상대로 자신의 상품가치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주자는 뜻도 있었을 것이다.

읽기에 따라 기업 순응적인 입장에서의 기술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전부 수긍할 만큼 기분이 썩 내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조직을 상대로 개인이 힘겨운 싸움을 해서 그 조직을 쓰러뜨릴 요량이 아니라면 기업이 요구하는 바에 맞추는 것이 굴욕적인 일은 아닐 것이다. 기업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기업 가치와 개인의 가치를 동일시함으로써 승진의 기회를 남보다 빨리 잡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다.

직장 생활의 꽃은 승진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남보다 앞서는 것에 누가 탓하고 나설 수 있겠는가. 직장에서 성공하기를 원한다면 이 책을 섣불리 보지 마라. 이 책엔 직장인이 상식 선에서 이해하고 있는 사실과 전혀 다른 사실이 거침없이 기록되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정직을 모토로 내세우는 기업 이미지에 충실한 나머지 입찰 과정에 참여한 경쟁회사와 정직하게 승부를 겨뤄 결과적으로 수주를 따내지 못한 직원이 있다고 하면 기업이 그 직원을 어떻게 대할까? 그 직원은 기업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가치와 실제 추구하는 가치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기업의 가치는 이윤 추구에 있다. 오래지 않아 그 직원은 밀려났다.

 

인사담당자에게 상사와 관계성에서 오는 곤란과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다. 직원 배치 및 재배치 과정에서 잘 풀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 또한 그가 승진 대상자가 아니라는 한에서만 유효하다. 정작 그가 승진이 임박한 사람이라면 그런 저런 상담 내용이 그에 대한 안정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담당자에게 자신의 현재 고충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사생활까지 언급했다면 더더욱 승진의 기회는 물 건너갔다고 할 수 있다. 조직은 안정감을 디딤돌로 삼고 있다. 그것은 직원 배치에 있어서도 같은 무게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기업과의 관계에서 직원은 늘 수동적인 입장에서 행동해야 하는 걸까? 저자는 이 점에 대해서도 언급을 마다하지 않는다. 자신의 가치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라고 주문한다. 책상을 어떻게 사용하고 그 위에 어떤 책들을 두며 옷은 외모는 어떻게 갖춰야 하는 지, 실수나 실패를 어떻게 하면 품위 있게 극복할 수 있는지 등 호감도를 최고조로 올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등장한다. 시시콜콜하게 이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느냐는 볼멘 소리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일리 있는 구석이 없지 않다. 내게 사소한 것으로 비치는 것이 타인에게는 내 전부를 규정해 주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 책을 잘만 활용하면 저자의 말대로 기업을 상대로 한 전략적 지침서를 갖게 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다소 선정적이긴 하지만 책 제목처럼 회사가 알려주지 않는 비밀 수십 가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과 예비 직장인 모두 두고 읽어볼 만하다. 이 책을 쥔 당신은 더 이상 고만고만한 상대가 아니다. 회사는 어떤 자리에든 당신을 앉히고 싶어할 것이다. 그렇다고 회사가 내준 자리에 덥석 앉지 마라. 당신의 가치는 이미 최고조로 올랐다. 당신은 이미 칼자루를 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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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읽어볼 만하지만 잘 받아들이기 바라는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09-26 13:56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 - 신시야 샤피로 지음, 공혜진 옮김/서돌 전반적인 리뷰 2007년 9월 26일 읽은 책이다.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아 술술 읽혀 내려간다. 직장 생활을 하고 있거나 해봤던 사람들은 이 책에서 언급하는 내용을 보고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보면서 고개를 끄덕 거릴 수도 있겠다. 회사가 표방하는 가치 이면의 숨겨진 얼굴을 여지없이 드러내보여주는 듯 하는 고발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만약 그런 고발들로만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