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천마일 - 한비야를 읽었다면 박문수를 읽어라!
박문수 지음 / 이덴슬리벨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평범한 대학생이 단돈 100만원을 들고 아프리카 여행에 나섰다. 하루 1달러 벌기도 힘든 아프리카 최빈층을 기준으로 하면 1년 체류비는 36만 5천원. 너끈한 돈이다. 과연 100만원으로 1년 생활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저자도 그렇게 믿지 않았다. 넉넉지 않은 살림인 줄 알면서도 어머니에게 100만원을 받았다고 썼다.

그렇게 도착한 우간다. 도시화된 모습에 야성이 살아 숨쉬는 아프리카를 상상했던 당초 기대는 단박에 허물어졌다. 야릇한 심성도 잠깐 누렇게 쪄든 소변기에 머리를 감아야 하는 학교 교실에서의 하룻밤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20대 청년의 현실은 녹록치 않았지만 그 녹록치 않은 현실은 그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 스승이었다. 만나고 겪은 생소한 사람과 이질적인 문화에서 그의 생각은 깊고 넓어졌다. 아프리카로 깊숙이 걸어 들어갈수록 그에게 아프리카는 인체를 구성하는 각종 장기와 사지가 인체와 독립적일 수 없는 것처럼 세계를 구성하는 대륙으로서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케 되는 유레카의 장이었을 것이다.

가시나무새의 전설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천상의 소리를 발하기 위해선 반드시 가시에 찔리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전설 속 새의 이야기는 인생의 본질적인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데 유용한 지침이긴 하지만 현실이라는 틈바구니 속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소시민의 눈엔 그저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헛짓으로 보일 수 있다. 한발 물러나서도 가시나무새의 가시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피할 수 있는 잔과 같을 것이다.

그렇게 저렇게 쓴 것은 뱉고 단 것은 삼키며 살면 인생이 행복할까? 죽음이 눈앞에 잠시 머물러 마지막 말을 들으려 할 때 의미 있는 말을 들려줄 생각이 있다면 살아가는 이유쯤 한 번 생각해 볼일이다. 조금 다른 문화와 생소한 세계 속에 던져질 때 비로소 익숙한 옷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할 때 100만원을 들고 1년을 살아보겠다고 떠난 청년의 행보는 무모하다기보다 지혜롭다. 3년 4개월의 여정은 지혜로운 선택이 가져다 준 당연한 보상이리라. 아프리카 학생회의 설립은 또 다른 여정의 시작일 뿐이다. 무서운(?) 청년, 그의 지향이 어디에 가 닿을지 궁금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는 모습은 조금씩 달라도 사람 생각하는 속마음은 참 닮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국경과 사상도 사람을 영원히 갈라놓을 수 없다는 당연한 진리를 새삼 깨닫기도 했다. 사물과 사람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려면 여행을 떠나라는 말이 있다. 20대의 나이에 훌쩍 커버린 청년의 삶과 이상과 견줘 내 삶은 참으로 비루했다. 이 책이 단순한 여행기로 읽혔다면 이렇게까지 내 자신을 들여다보지 못했으리라. 사람 사는 이야기와 자기성찰로 행간을 가득 메운 이 책의 가치는 신자유주의와 개인주의가 기세등등하게 자기 영역을 넓혀 가는 서글픈 현실과 맞물려 적잖은 울림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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