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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문화 지형도 - 동시대 문화의 이해를 위한 ㅣ 코디 최의 대중을 위한 문화 강의 1
코디 최 지음 / 안그라픽스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고대했던 바로 그 책과 맞닥뜨렸을 때의 심경이 어땠을까요? 20자나 되는 제목이 가져다 준 피로감(?)과 고전적으로 보이는 표지가 쏟아내는 생경함(!)을 단박에 물리칠 수 있었던 것, 그것은 ‘바로 이 책이야’ 라는 감탄사를 동반케 한 뜻밖의 조우 때문이었습니다. 굳이 여기에 10년 만에 만난 친구의 경우를 덧붙이지 않겠습니다.
이 책, 『동시대 문화의 이해를 위한 20세기 문화 지형도』는 문화에 관한 한 생각해보았음직한 본류와 지류가 여기서 갈라졌다 싶으면 저기서 만나고 저기서 흩어졌다 싶으면 여기서 다시 모이는 지적탐험의 길을 활짝 열어놓고 있습니다.
십 수년 전 서울 근교의 산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좁다란 등산로를 따라 걸으며 풀과 나뭇가지에 어린 갖가지 이야기들을 주워 담는 맛도 일품이었지만 8부 능선의 평원에 펼쳐진 억새풀 군락을 부지불식간에 마주하고 머릿속까지 탁 트이는 듯한 탄산수 맛을 연상했던 일은 지금도 두고두고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바로 그런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프리즘이 뿜어내는 현란한 스펙트럼에 지적 호기심이 무한 침몰해 가는 즐거운 비명을 이 책은 가없이 선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 책엔 모던한 사회의 모던한 문화사와 그런 문화사의 근간으로서의 이즘, 그리고 그 이즘을 창설하고 계승한 예술가들의 이름과 행적들이 촘촘히 기록돼 있습니다.
모든 것을 담아내려다 이것저것도 아닌 섞어찌개 모양새가 되는 것을 자주 보았습니다. 이 책이라고 같은 오류에 빠지지 않으리라는 장담은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양을 담고 있는 이 책이 그런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틀에 짜 맞추듯 기계적으로 접근하지 않은 데 있습니다.
‘모더니즘과 그 이후’에 관한 모든 내용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전부’ 담아내려 하지 않았습니다. 현학에 빠지지 않은 이유가 되겠지요. 한 두가지 정도의 굵직굵직한 주제를 제대로 전달하려는 강박에 문장과 문장을 해체하고 조합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선생의 태도를 보이지도 않습니다. 시시콜콜 가르치려 드는 데서 오는 거부감을 불식시킨 이유입니다.
머리 속에 이리저리 흩어진 문화와 관련한 각종 지식들을 큰 틀에서 한꺼번에 조망하기를 원하는 분이라면 이 책이 좋은 동반자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