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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의 종말
제프리 삭스 지음, 김현구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7월
평점 :
인류가 역사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진 주제가 무엇이었을까요? 네, 빈곤의 문제입니다. 거칠게 말하면 잘 먹고 잘사는 것, 바로 그것을 위해 고군분투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근세 이후에야 자아실현이라든지 사회적 정의에 대한 관념이 생기기 시작했으니 크게 틀린 말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각종 지표에 따르면 하루 1달러도 채 벌지 못하는 인구가 지구 전체 인구의 1/6을 차지하고 있고, 대부분 아프리카 남단과 동아시아 분포돼 있습니다. 그들을 일러 최빈곤층으로 명명하는 데 이의를 다는 분들은 거의 없을 것으로 압니다. 사망률 또한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그들에게 애정 어린 관심과 실질적인 도움이 절실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대륙 한쪽에서 공급량을 조절하기 위해 미곡을 바다에 버리고 있다는 보도는 이제 식상할 정도입니다. 1/10 가격으로 생산이 가능한 대체 약품이면 수백만 명을 간단히 살릴 수 있는데 그게 도무지 쉽지 않습니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특허를 무기로 대체 약품의 생산을 원천봉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기억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돈 천원이면 특정 지역의 어린이가 6개월 이상 먹을 양식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자본과 물자의 이동이 자유로운 지구촌 시대에 살고 있다고 자랑삼아 말하기 전에 빈곤의 문제를 해결해줄 지원금의 이동이 원활하지 못한 현실을 개탄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름을 들면 알만한 세계 기구들이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지원금의 액수를 매년 삭감하고 있다고 합니다. 많이도 아니고 현재 지원액에서 조금만 더 금액을 올리면 세계적 빈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 저자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자신감에 넘친 저자의 논증이, 가난은 나라님도 해결할 수 없다는 전통적인 관념에 사로잡힌 우리들의 생각을 흔들어 깨우고 있습니다.
한발을 띠기가 힘들지 그 다음은 문제가 아니라고들 합니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면 정말 그렇습니다. 생각의 차이, 그것이 결과의 차이를 만들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경험해 보지 않은 세계로 인도하는 작은 실천의 첫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