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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나토노트 1 (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9월
평점 :
인간의 욕망에 관한 소설. 사랑하는 사람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 돈에 대한 욕망, 미지의 세계를 알고자 하는 욕망 등 인간의 탐욕은 다양하고 무한하다. 타나토노트는 특히 새로운 세계에 대한 욕망이 강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들은 인위적으로, 자발적으로, 코마상태에 빠져들어 죽음 이후의 세상을 탐험한다. 그 실험으로 수백 수천 수만의 사람이 죽어가지만 죽음도 인간의 욕망을 제한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베르나르가 정작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삶에 대한 욕망인 듯하다. 소설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멋진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이 죽음에 대한 욕망으로 이어진다. 현생의 선행에 따라 점수가 매겨지고 개인은그 점수고 다음 삶을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사람들을 자살로 몰아 넣었다. 다음 세상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다시 시작하기 싶어서.
살다보면 정말 이럴 때가 있다. 인생을 다시 쓰고 싶다는 욕구가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 내가 계획했던 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을 때 우리는 이런 욕망에 사로잡힌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 함께 하고 싶었던 배우자, 내가 상상했던 가정. 이 모든 것들과 정반대인 일들이 현실로 실현될 때 우리는 진흙덩이 뭉개듯 고거를 뭉개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싶어한다. 어쩌면 자살자들은 삶에 대한 애착이 없어서가 아니라 더 멋진 삶, 꿈꾸던 삶에 대한 집착이 너무도 강한 완벽주의자들 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완벽주의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의 인생에는 완벽이란 없다. 인생에는 항상 실수와 실패, 좌절이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인생이 멋진 이유는? 바로 단 한 번이기 때문이 아닐까? 깨끗하게 'delete'키를 누르고다시 시작하고 싶지만 키를 누르는 순간 모든 것은 그대로 사라지게 된다.
나도 지금보다 훨씬 멋진 인생을 살고 싶다. 그리고 또 잘 알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힘든 것들을 '꾸역꾸역' 이겨내며 생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가혹한 진실을. 나약하고 여린 내가, 내 삶의 무게들을 훌륭히 감당할 수 있을지 사실은 자신이 없다. 그래도 나라는 인간에 대한 한 가닥 희망은 내가 이런 사실들을 모두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언젠가는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