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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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로 아버지는 품격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항상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낸다. 지로의 수학여행비가 비정상적으로 비싸자 지로 아버지는 또 화를 낸다. 여행사와 학교 간에 어떤 비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지로 담임 선생님에게 매일 편지를 보내고 교장실을 다짜고짜 쳐들어가 결국 경찰에 연행되고 만다. 품위와 우아함이라곤 찾아 볼래야 찾아볼 수 없다.

지로는 그런 아버지가 부끄럽다. 아버지가 좀 더 품위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 남들처럼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사무실과 집을 조용 조용히 오가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화가 나도 얼굴 붉히지 않고 차분히 생각하는 아버지였으면 하는 것이다. 설사 화나는 일이 있어도 모르는 척 넘어갈 때도 있어야 한다는 게 지로의 생각이다. 지로가 원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품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발상을 바꿔보면 지로 아버지가 한 차원 높은 품격을 가진 사람이다. 불의에 항거하며 이에 큰 소리를 내는 사람이야 말로 진정 품위있는 사람이 아닐까. 우리는 타인의 시선이 무섭고, 자신에게 미칠 손해가 두려워 차라리 눈을 감아버린다. 여수 출입국 사무소 화재로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들이 목숨을 잃었을 때도 우리는 그저 그런가 했다. 그들이 이 땅에서 받은 온갖 학대와 차별에 분노하지 않았다. 비정규직자들의 서러운 목소리에도 우리는 얼굴을 붉히지 않았고 이라크파병을 요구하는 미국에게 한마디 큰소리도 내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 우아해도 너무 우아하다.

지로 아버지의 정의감과 실천력이 과연 우리들에게있는가. 자신들의 손익에만 혈안이 돼 먹고사는 데만 급급한 요즘 세상이다. 떠들썩한 울분과 저항이야말로 요즘 세사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갖춰야 할 진정한 품격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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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드레스 2009-06-15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망치로 머리를 한대 뻥 맞은 느낌...
스스로에게 부끄럽다.
한없이 남들과 비교하고 더 좋은 가정의 아버지와 나의 어버지를 머릿속으로 비교했던 나
남들은 간사하고 교묘해서 밉다고 큰소리만 치던 나는 혼자서 잘난척 쿨한척 거짓되게 행동했다.
그것도 가장 가까운 나를 있게해준 분을... 깊이 반성해야겠다.
누가 뭐라해도 나의 아버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