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도 색깔이다
그리젤리디스 레알 지음, 김효나 옮김 / 새움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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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는 노동자가 있고, 가정에는 주부가 있으며, 길거리에는 창녀가 있다. 보석처럼 밤을 반짝반짝 빛내는 그녀들이 있다.

인류의 시작과 역사 동안 늘 존재했었던 창녀들. 지금도 그녀들은 밤거리를 반짝반짝 빛내고 있고 100년이 지난 미래에도 이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인간의 역사에는 항상 그녀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녀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님 우리들이 그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녀들은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다. 항상 인간과 함께 하지만 우리 옆에는 없는 그녀들. 욕망의 밤을 물들이나, 아침이 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그녀들. 그러고 보니, 내 친구들 중에도 창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친구는 한 명도 없다. 그래서 처음이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친구들 중에도 창녀는 없고 그렇다고 술 취한 밤거리에서 여자인 내가 미친 듯이 창녀를 찾아 헤매는 일도 없으니. 그러나 내가 만나지 않는다고 해서 그녀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오늘 같은 밤에도, 누군가는 허전한 마음을 혼자 달래지 못해 그녀를 찾고 있을 것이다.

 

나는 천 겹의 살갗 아래 숨어 있다. 그 마지막 살갗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온전히 나에게만 속해 있기에 당신은 결코 나를 발가벗기지 못할 것이다. 나를 감싸고 있는 모든 살갗은 하나같이 소중하고, 가치 있고, 예민하고, 달콤하고, 눈부시다. 따라서 나는 대체물 없이는 단 한 겹의 살갗도 제거하지 않는다. 단지 허물을 벗을 뿐. 나는 뱀이다. 절대로 닳지 않고, 비참해지지 않는 여자이다.

 

처음 만난 그녀는 단..했다. 많은 수모를 당하고 굴욕적인 순간순간이 많았을 테도 불구하고, 그녀는 타인으로부터 상처받지 않을 만큼 강했다. 살아야 한다는, 자신의 삶에 대한 강렬한 애착이, 그녀에게는 있었다. 어느 한 순간도 그녀는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 여자가 감당하기엔 힘들고 아픈 시간이 있었을 텐데도 그녀는 사랑 하나로 충만해 했고, 자신의 아이들과 행복해 했다.

 

반면 나는, 예민하고 깨지기 쉽다. 강해지려고 마음을 단련도 시켜보고 무감각하게 심장을 마취시켜 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그녀처럼 질겨질 수는 없나 보다. 더 뻔뻔해지고 악랄해지고 독해져야 하는데, 아무래도 나는, 그렇게는 될 수 없나 보다. 자꾸 부서지고 상처를 받는다. 힘을, 내야 하는데. 언덕을 오르다 고장 난 자동차처럼, 온 힘을 다 쏟아 퍼져버린 말처럼, 꼼짝을 못하겠다. 아마 이번엔 단단히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참다 참다 이제는 그 한계선을 넘어 버렸나 보다.

 

이럴 때 그녀는 어떻게 고비를 넘겼을까. 동트는 새벽, 잠에 취한 세상을 바라보며 휘파람을 불었을까? 독한 마리화나를 피우면서 환각에 취했을까. 클럽에서 신나게 몸을 흔들고 돌아와 잠든 아이들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젠장, 이라고 한 마디 내뱉었을까. 단순하고 쉬운 성격이 아닌 나는 그녀처럼 홀가분히 휘파람을 부는 걸로는 효과가 없는데. 술에 취해 훌훌 털어버릴 만큼 호탕하지도 않은데. 그녀는 암흑의 칠흑 같은 검정색을 사랑했다는데, 난 그렇게 대범하지는 않은가 보다. . . . . 잠이, 안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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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첫 번째 걷기 여행 -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다독이는
김연미 지음 / 나무수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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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여행을 좀 다니자, 는 생각으로 덜컥, 책을 구입했다. 책을 사 놓고 보니, 이런. 이미 비슷한 책들이 몇 권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호젓한 여행지니, 아름다운 우리나라 섬이니, 하는 뭐 이런 제목의 비슷비슷한 책들. 그랬구나... 벌써 여행 책을 구입했었구나... 그런데 한 번도 책에 소개된 곳을 가본 적이 없구나... 허망함.

여행? 내가 여행을 좋아하나? 여행은 별로 가 본 적이 없어서. 그런데 워낙 집 떠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1박 2일, 길어야 2박 3일 여행은 견딜만 하지만 이보다 여행 기간이 길어지면 피곤해 진다. 짐도 많이 싸가야 하고, 배낭 속 눅진눅진한 옷의 느낌도 싫고, 무거운 짐 보따리를 들고 돌아다니는 것도 힘들고, 집 떠나면 고생이다. 아니, 여행을 많이 안 해 봐서. 그래서 여행의 환희를 내가 몰라서, 이런 소리 하는 지도 모르겠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거니까. 아무튼 쾌적하고 깨끗한 여행은 좋아하지만 꾀죄죄한 숙소에서 땀냄새를 풍기며 다니는 여행은 사양하고 싶다. 그러고 보면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는 않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은, '해보고 싶은 일' 이라는 나의 목록에 '언제나' 올라가 있다. 막상 여행 배낭을 꾸리지는 않으면서, 늘 여행을 꿈꾸다니. 모처럼 쉴 수 있는 토요일, 새벽 같이 일어나 기차에 몸을 싣기엔 난 너무 게으르다. 친구와 시간을 맞추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혼자 여행을 떠나자니 위험한 것 같고. 이런 저럼 핑계들 때문에 선뜻 여행길을 나서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깊어지는 여행에 대한 갈망.

그건 아마 '여행' 자체 보다는 자유롭게 훌쩍 여행을 떠날 수 있을 만한 그 상황, 에 대한 목마름일 것이다. 언제든, 내가 원하는 때, 내 마음대로 훌쩍 떠날 수 있는 그런 자유. 9시 출근 6시 퇴근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 내 마음대로 나를 움직일 수 있을 만한 홀가분함. 일찍 일어나고 싶으면 일찍 일어나 가방을 둘러메고, 늦은 밤 떠나고 싶다면 다음날 출근 따위를 걱정하지 않고 당장 방문을 박차고 떠날 수 있을 정도의 여유. 내가 소망하는 것은 이런 것들일 것이다. 여행을 가든 안 가든,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내 멋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런 상황. 그러려면 경제적인 요건도 충족돼야 하고, 직업적인 면에서도 많은 조건들이 채워져야 한다.

그런 날. 요즘은 이런 날들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산다. 언젠가는 나를 구속하고 있는 모든 것들을 나 몰라라 하고, 얽매어져 있는 것들을 모두 풀어버리고, 그렇게 홀가분히 어디론가 떠날 수 있는 그런 날. 기약없고, 정말 그런 날이 가능할까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내 생애 언제쯤은 그렇게 자유롭게 살 수 있을까? 지난한 하루하루를 다가올 꿈을 위해 착실히 보내기도 하고, 어떤 날은 하루가 너무 지겨워 박제된 인형처럼 창백한 나를 보며 한숨을 짓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악착같이 그 날을 위해 애써보기도 한다. 이런 소박한 날들이 쌓이면 언젠간 황홀한 여행을 떠날 수 있을 날이 오겠지. 마음은 이미 바빠, 어느 한적한 시골 여행길을 잰 걸음으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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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그녀들이 - 임경선 연애소설
임경선 지음 / 학고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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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쓰는 서평. 헉! 그런데 왜 하필 이 책이지? 또 사랑 타령이야? 지긋지긋해!

서평을 쓰려고 곰곰히 생각을 정리하는데, 이런 저런 말들과 단어들과 고민들이 스쳐갔다. 보통 서평을 쓸 때는 그렇다. 책이 준 많은 감상과 느낌들이 나를 지나가고  나는 그 많은 중얼거림들 중에 가장 목소리가 큰 놈을 뽑아 든다. 그 목소리가 오늘의 주제다. 이번 책도 마찬가지. 연하남? 연하랑 사귀면 좋은가? 난 별룬데. 친구와 연인사이는 뭐 매번 나오는 이야기고. 상사와의 사랑은 난 별로... 지나간 사랑, 본능에 충실한 섹스, 결혼에 관한 각기 다른 가치관 등 무수한 이야깃 거리들. 그녀들에 대한 공감 혹은 거부감들. 20대의 사랑과 3대의 사랑 등등. 항상 서평을 쓰려고 책상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할 이야기가 많아진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써 볼까, 저 이야기를 써 볼까 항상 고민한다. 그런데, 오늘은 하필 '지긋지긋함'이 내 필터에 걸렸다. 힝, 왜!! 왜 하필이면 이 느낌이야!! 마치 몇 날 며칠 삼 시 세끼 똑같은 반찬만 먹어 이제는 물려버린 듯한 지겨움이 오늘의 주제라니. 오랜만에 쓰는 서평인데, 그래도 아기자기하고, 뽀송뽀송한 아기구름 같고, 무언가 희망이 넘치는 무지갯빛 이야기로 시작해야 되는 게 아닌가, 너무 흔해서 입도 대기 싫은 콩자반 같은 문장으로 한동안 비어있던 내 서평을 시작하면 사람이 너무 어두워보이지 않나, 하는 생각들. 그래서 다시 문장을 지우고 새로운 주제를 선택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말았다. 지금 현재의 내 생각, 내 느낌이 중요하니까.

책 읽는 취향이 바뀌었는지 요즘은 이런 책들도 읽는다. 연애소설. 절대로 내 손을 안 탈 것 같던 이런 책들을 구입한다, 요즘엔. 연애소설이나 연애 지침서 등의 책을 읽지 않는 특별한 이유는 '재미가 없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재미가 없다, 연애소설은. 웬만하면 주변에서 다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게 연애소설이라 별로 새로울 게 없다. 그저 그런 뻔한 이야기들, 한 번쯤은 드라마에서, 영화를 통해 보았던 모습들. 그러나 절대 공감은 안 가는 하룻밤에 관련된 이야기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연애는 자기가 그 상황에 실제로 빠져 봐야 날아갈 듯 대책없이 행복하거나, 아니면 오늘 당장 온 인류의 멸망을 바랄 만큼 절망적인 것이지, 책 따위로 읽으면 무슨 감정이입이 되느냐 이 말이다. 그래서, 책으로만 읽는 연애는 언제나 시시하고 심심하다. 그래서 연애소설 따위는 읽지 않는다.

그러던 내가, 아마 요즘엔 달라졌나 보다. 연애소설을 구입한다. 참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들. 예전에는 절대 하지 않을 일들을 덜컥, 저질러 버리고 의아해 하는 내 모습을 가끔, 발견한다. 많은 시간을 살아낸 건 아니지만, 삶에서,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호기롭게 단정하는 것은 참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무엇이든 변하는 것이고, 당시의 확신이나 신념도 언젠가는 변하게 마련이다. 내 성격도 변하고 내 가치관도 변하고, 심지어 타고난 체질까지도 바뀐다. 뭐 소음인, 태양인 이런 것까지도.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래서 누구도, 무엇이라도, 확신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가능성을 열어둔다. 아직까지 원나잇 스탠드를 쌍수 들어 환영한다거나 내가 직접 해보겠다고 나설 만큼 대담하지는 않지만, 유부남을 사랑하며 힘들어하는 주인공의 아픔에 공감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 일이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거니깐.

절대로 안 된다고 타인을 비난하지 않기,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기, 이거 아니면 안 된다고 고집부리지 않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하나 붙잡아야 할 열정은 언제나 뜨겁게 간직하기. 그 경계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리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보다는 차라리 내가 아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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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초콜릿이다 - 정박미경의 B급 연애 탈출기
정박미경 지음, 문홍진 그림 / 레드박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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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이런 내용이라면 할 말이 무지무지 많다. 나를 아는 누군가는 너에게는 이미 필요 없는 책, 이라고 말했을 만큼. 이에 관해서는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내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들이 지금도 충분히 넘쳐나기 때문에. 많은 말들과 많은 주장들이 나의 입 속을 맴돌고 맴돌고 있기 때문에. 여성은 사회적 약자다, 아니다 이는 여성이 갖고 있는 열등감이다에서부터 시작해, 왜 페미니스트들은 모두 아무렇게나 자른 단발머리에 큼직한 점퍼를 입고 있는지, 여성의 나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잣대가 얼마나 엄격한지, 왜 남성의 획일적인 시각으로 인해 여성의 아름다움이 판단되고 더욱이 한 여성의 성격이 유순한지 여부는 왜 남성의 입맛에 잘 맞는지 아닌지로 결정이 되는지. 왜 여성은 남성들이 획일적으로 찍어놓은 틀안에 우겨넣어 져야 하는지. 속사포 같이 쏟아내는 내 말들에 정신이 없다고 하시는 분들. 흠. 이 정도야 뭐 언제든 손쉽게 이야기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들을 할까, 하다가. 문득 책이 나온 인물들 하나 하나에 눈길이 갔다. 골드미스네, 노처녀네, 라며 이들을 무생물 덩어리로 취급하는 그런 말들 말고, 개인 하나하나를 보게 됐다. 사랑받고 싶었던 사람들. 외로웠던 사람들. 누군가 한 명으로부터는 이해 받고 싶었던 사람들. 따뜻한 온기를 주고 받으며 시린 마음을 달래고 싶었던 사람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부대끼는 사회생활 속에서 아득바득 버티느라 독해보이지만 실상 속은 너무도 여려서 연약한 사람들. 시린 한 손을 누군가와 살며시 잡고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인생길을 걷고 싶었던 사람들. 연애를 통해 따스함을 느끼고 싶어했던 이들은 오히려 연애를 통해 더욱더 너덜너덜해져 급기야는 여기저기 구멍이 뚫리고야 말았다. 너무 여리고 약해서 누군가가 보듬어줘야 하는 이들은 그 누군가로부터 악랄하게 이용만 당하고 내쳐졌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의 모든 연애에 있어 여성은 손해만 보는 피해자, 라는 주장은 아니다. 다만, 순진하게 사랑을 했고 그 순진함 때문에 상처를 받아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는 거다.

그래서, 연애도 배워야 한다. 연애에 있어 순진함이란, 장점이 아니다. 이는 무지함이고 그 무지함을 이용해 나에게 상처를 줄 사람들은 도처에 깔려있다. 물론 연애를 무슨 수학공식처럼 이론적으로 배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연애란 무엇인지, 어떤 자세로 연애에 임해야 하는지, 내가 원하는 연애는 무엇인지,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 한 번쯤 고민해보고  연애를 시작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연애 경험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것과, 전혀 연애에 관해 무지한 것과의 차이도 클 것이고.

내 연애 경험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새로 연애를 시작하는 후배들이나 혹은 내 딸아이에게 연애를 가르쳐야 하는데 뭘 가르치지? 잠시 생각을 해보면....

1. 사람보는 안목을 기를 것.
   : 자기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자신의 사랑을 받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연애를 하다보면 상대방을 배려해야 하고 내 주장을 굽히고 양보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대방이 충분히 나로부터 그럴만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내가 해 주는 배려를 감사히 받고 이를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인지. 그래서 나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할 줄 아는 사람인지 아닌지. 그래서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관계를 지속해 나갈 수 있는지 아닌지. 안목을 기른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지만, 의외로 연애를 하는데 있어 개차반인 사람들이 많으므로 상대방의 수준을 선별해 내는 눈을 기를 것.

2. 자신의 감정에서 허우적거리지 말 것.
    : 연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별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연애 끝에 결혼으로 골인을 하면 좋겠지만 그럴 확률보다는 헤어질 확률이 더 높다. 자신의 연애 중 대부분은 이별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확실함.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이별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함부로 이별을 결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일단 헤어지기로 결정을 했다면 더 이상 자신의 감정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아야 한다. 이별에 대한 판단은 신중하게 할 것이지만, 결정을 내린 이후에는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이별을 대처해야 할 것이다.

3. 널린 게 남자
    : 정말 세상에 널린 게 남자다. 얘 아니면 재를 골라 잡으면 되고, 얘는 이래서 좋고 쟤는 저래서 좋고, 가지각색 다양한 모습들의 남자들이 있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본인과 제일 잘 맞는지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그리고 이별하기 힘들다 싶으면 또 다른 사랑을 찾으면서 실연의 아픔을 이기면 된다. 무책임하게 양다리를 걸친다거나, 재미삼아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하고 상대방에게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되, 자신에게 무례한 사람이라면 과감하게 정리하고 인격적으로 더 성숙한 사람을 만나면 된다는 뜻이다.

4. 까다롭게 굴 것.
    : 괜히 상대방을 배려한답시고 무던하게 구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예민하고 까탈스럽게 굴면 안 되겠지만 적당히 까다로워야 대접을 받는 것 같다. 왜 이렇게 해야만 대접을 받는지 조금 슬프긴 하지만, 너무 편한 상대에게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게 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 듯하다. 먹는 거, 입는 거, 깔끔떠는 것. 이런 것 뿐만이 아니라 상대방의 무례한 언행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스스로를 아끼고 존중해야 다른 사람들도 본인에게 깍듯하게 대한다. 과한 예민함과 스스로에 대한 존중 사이에서 적절하게 줄타기를 하는 것은 말만큼 쉽지 않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

이 밖에도 배워야 할 것들, 가르쳐 줘야 할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엄마가 되면 내 딸에게 연애 수업을 잘 해줄 수 있을까? 어린 내 딸 아이가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도록 잘 이해시킬 수 있을까? 그래서 처음 연애를 내딛는 내 딸아이가 아무 것도 모르는 무지 속에서 피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도록 옆에서 지혜롭게 조언해 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나는 참 좋은 엄마가 될 텐데. 연애 수업은 누군가로부터 받아 본 적도 없고, 주변에서도 연애수업에 대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 참 낯선 모습이다. 그래서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어떻게 조언을 해 줘야 할지 잘 모르겠는 정도가 아니라, 감도 잡히지 않는다. 연애 수업의 풍경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기에. 정말 중요한 것들인데 우리 인생의 선배들은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한 번도 우리들에게 이야기해 주지 않았을까. 누군가가 미리 조금이나마 귀띔을 해줬다면 맨 땅에 헤딩하면서 여기저기 쓸리고 까지고 멍들이 않을 텐데. 누구나 하는 연애라면 누구나 연애에 관한 지혜가 필요하고 지혜가 없다면 누구나 백발 백중 쓰라린 경험을 해야 할 텐데, 왜 아무도 이에 대해 이야기 해주지 않은 걸까.

그래서 언니들이 해 주는 이야기가 고마웠다. 10년 전에 해 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러면 좀 더 멋진 연애를 할 수 있었을 텐데... 모르는 것이 많았기에 더 많이 아팠고 힘들었고 그래서 후회되는 것이 많은 20대. 비단 연애 뿐이랴. 모든 것이 그랬지...

요즘 많이 드는 생각. 나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고 다른 사람들도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부질없는 소망. 통상의 여자들(통상, 이라는 정의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과 같지 않다는 이유로 난도질 당했던 이 책의 언니들도, 그리고 새롭게 연애를 시작하는 20살 병아리들도, 아무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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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
배성아 글.사진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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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뭐라고 말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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