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그녀들이 - 임경선 연애소설
임경선 지음 / 학고재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쓰는 서평. 헉! 그런데 왜 하필 이 책이지? 또 사랑 타령이야? 지긋지긋해!

서평을 쓰려고 곰곰히 생각을 정리하는데, 이런 저런 말들과 단어들과 고민들이 스쳐갔다. 보통 서평을 쓸 때는 그렇다. 책이 준 많은 감상과 느낌들이 나를 지나가고  나는 그 많은 중얼거림들 중에 가장 목소리가 큰 놈을 뽑아 든다. 그 목소리가 오늘의 주제다. 이번 책도 마찬가지. 연하남? 연하랑 사귀면 좋은가? 난 별룬데. 친구와 연인사이는 뭐 매번 나오는 이야기고. 상사와의 사랑은 난 별로... 지나간 사랑, 본능에 충실한 섹스, 결혼에 관한 각기 다른 가치관 등 무수한 이야깃 거리들. 그녀들에 대한 공감 혹은 거부감들. 20대의 사랑과 3대의 사랑 등등. 항상 서평을 쓰려고 책상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할 이야기가 많아진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써 볼까, 저 이야기를 써 볼까 항상 고민한다. 그런데, 오늘은 하필 '지긋지긋함'이 내 필터에 걸렸다. 힝, 왜!! 왜 하필이면 이 느낌이야!! 마치 몇 날 며칠 삼 시 세끼 똑같은 반찬만 먹어 이제는 물려버린 듯한 지겨움이 오늘의 주제라니. 오랜만에 쓰는 서평인데, 그래도 아기자기하고, 뽀송뽀송한 아기구름 같고, 무언가 희망이 넘치는 무지갯빛 이야기로 시작해야 되는 게 아닌가, 너무 흔해서 입도 대기 싫은 콩자반 같은 문장으로 한동안 비어있던 내 서평을 시작하면 사람이 너무 어두워보이지 않나, 하는 생각들. 그래서 다시 문장을 지우고 새로운 주제를 선택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말았다. 지금 현재의 내 생각, 내 느낌이 중요하니까.

책 읽는 취향이 바뀌었는지 요즘은 이런 책들도 읽는다. 연애소설. 절대로 내 손을 안 탈 것 같던 이런 책들을 구입한다, 요즘엔. 연애소설이나 연애 지침서 등의 책을 읽지 않는 특별한 이유는 '재미가 없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재미가 없다, 연애소설은. 웬만하면 주변에서 다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게 연애소설이라 별로 새로울 게 없다. 그저 그런 뻔한 이야기들, 한 번쯤은 드라마에서, 영화를 통해 보았던 모습들. 그러나 절대 공감은 안 가는 하룻밤에 관련된 이야기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연애는 자기가 그 상황에 실제로 빠져 봐야 날아갈 듯 대책없이 행복하거나, 아니면 오늘 당장 온 인류의 멸망을 바랄 만큼 절망적인 것이지, 책 따위로 읽으면 무슨 감정이입이 되느냐 이 말이다. 그래서, 책으로만 읽는 연애는 언제나 시시하고 심심하다. 그래서 연애소설 따위는 읽지 않는다.

그러던 내가, 아마 요즘엔 달라졌나 보다. 연애소설을 구입한다. 참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들. 예전에는 절대 하지 않을 일들을 덜컥, 저질러 버리고 의아해 하는 내 모습을 가끔, 발견한다. 많은 시간을 살아낸 건 아니지만, 삶에서,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호기롭게 단정하는 것은 참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무엇이든 변하는 것이고, 당시의 확신이나 신념도 언젠가는 변하게 마련이다. 내 성격도 변하고 내 가치관도 변하고, 심지어 타고난 체질까지도 바뀐다. 뭐 소음인, 태양인 이런 것까지도.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래서 누구도, 무엇이라도, 확신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가능성을 열어둔다. 아직까지 원나잇 스탠드를 쌍수 들어 환영한다거나 내가 직접 해보겠다고 나설 만큼 대담하지는 않지만, 유부남을 사랑하며 힘들어하는 주인공의 아픔에 공감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 일이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거니깐.

절대로 안 된다고 타인을 비난하지 않기,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기, 이거 아니면 안 된다고 고집부리지 않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하나 붙잡아야 할 열정은 언제나 뜨겁게 간직하기. 그 경계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리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보다는 차라리 내가 아프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