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브라더스 -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망원동에서 살았다는 그 인연으로 단숨에 책을 집어 들었다. 사람이란 때론, 이렇게나 단순하다. 책 한 권을 사려면 작가 소개, 책 소개, 서평 등등을 요리조리 따져봐야 하는데 가끔은 이렇게 내가 살았던 동네 이름이 제목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덜컥 책을 구입하기도 한다. 하하, 그래서 사람인가? 계획적이고 분석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언제든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무턱대고 일을 저지를 수 있으니. 그래서 로보트나 컴퓨터가 아닌 사람인가 보다. 하하, 책 한 권 냅다 지른 것에 대해 너무 거대한 의미를 부여했나? 뭐 과장하고 과대 해석하고 너무너무 사소한 것을 인류 역사의 한 획이라도 되는 양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도 역시 인간이니 가능한 것 아닐까. 


 앞서 사람이니 뭐니 주절이 주절이 떠들어 댔는데, 이 책이야 말로 사람 냄새 풀풀 풍기는 책이다. 그것도 소녀들의 향긋한 향기가 아닌, 홀아비들의 쿠린내. 엄청 엄청 마구마구 난다. 책을 읽기만 했는데도 코에 홀아비 냄새가 홀딱 배어버린 느낌이었다. 하하. 그래도 싫지 않았다. 힘들고 지칠만 한 상황인데도 주인공들은 술 한 잔으로 모든 시름을 훨훨 털어낼 줄 알았다. 가끔은 서로 아무렇지 않은 듯 툭, 툭 어깨를 쳐주며 위로할 줄 알았고 그러다가도 별 일 아닌 일에 삐져서 며칠 동안이나 말을 하지 않기도 했다. 징글징글하게 서로가 지겹다가도 눈에 안 보이면 괜히 걱정되고 궁금해지는 완벽하게 비틀거리는 인간 냄새 풍기는 사람들. 오랜만에 사나이들의 우정과 고민과 시름과 희망을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더더구나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모두 해피 엔딩이었기 때문. 애인을 만났고, 대학에서 강의도 하게 됐고 기러기 아빠는 가족들을 다시 한국으로 불러모아 음식점도 열면서 다시 제2이 인생을 찾았다. 이런 훈훈한 결말이라니. 흐흐흐. 모두들 다시 새 힘을 얻고 새로운 휘파람을 불게 되어 괜히 앞으로 내 일도 잘 될 것만 같은 느낌이 팍팍 들었었다. 음, 누군가는 너무 대책없는 해피엔딩이 아니냐 비판할 수도 있다. 현실 세계는 그리 녹록치 않다며,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재기하지 못한 '루저'들이 널리고 널렸다며. 그 중 다시 새 발판을 마련해 새출발을 시작하는 '루저'는 열에 하나가 될까 말까 하다고. 


 그러나 뭐 어떠냐. 소설은 소설인데. 현실이 팍팍하다고, 루저에서 벗어날 확률은 십분의 일 밖에 안 된다고 해서 소설도 똑같이 징징거려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역시 소설은 해피 엔딩이 제맛인걸! 


 두 번이나 책을 단숨에 읽어 버렸다. 발냄새 폴폴나는 이들의 하루하루가 궁금하고 정겨워서. 이렇게 살면 퍽퍽한 삶도, 살만 하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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