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자크 상페의 그림 이야기
장 자크 상뻬 지음, 김호영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가장 친한 친구를 셋만 꼽으라면 바퀴, 유셩, 오지렁. 


 바퀴는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한 지 9년? 10년차? 대학병원에서 드센 여자들 틈바구니에서 그리고 재수없는 의사들의 무시 속에서 오랜 시간 일하다 보니 고등학교 시절 순하고 부드러운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지금은 까칠함과 짜증으로 온통 뒤범벅 돼 있는 얼떨떨한 내 친구. 하하, 이렇게 소개했다고 또 화를 내려나? 워워, 그래도 내가 가장 힘들 때 내 옆에서 같이 울어주고 욕해주고 도닥여 줬던, 그 누구와도 바꾸지 않을 내 베스트 프렌드다. 요즘 일 때문에 너무 힘들어 하는 것 같아 나는 무어 도움도 하나 되지 않고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어 그저 안타깝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세파에 이리 저리 치여도 꿋꿋하게 자기 일 열심히 해내는 책임감 있는 내 친구. 


 유셩도 책임감이라면 빼놓을 수 없다. 집안의 장녀로서 온갖 힘든 일을 꿋꿋히 버텨내고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척척척 해결하고 아내로서, 며느리로서의 역할도 백 점, 자아 실현도 완벽하게 해 나가는 능력자 중에 능력자다. 누구보다도 세상을 열심히 억척스럽게 잘 살아내 준 자랑스러운 내 친구다. 힘들면 좀 주저앉거나 징징거릴 수도 있는데 절대 우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 어렵다는 공무원 시험도 독하게 공부해서 단 1년 만에 단번에 붙어 버린 그녀다. 역시 조금 까칠한 면이 있긴 하지만 하하, 까칠하지 않으면 내 친구가 아니니까. 그녀 역시 내가 힘들 때, 내가 무언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을 때 옆에서 대신 발 벗고 나서서 마치 자기 일인 양 적극적으로 임해 주었던, 다시 생각해도 또 고맙고 감사한 친구다. 


 오지렁? 하하, 오지렁은 긍정의 아이콘. 어떤 일이든지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고 조금 울컥 하면서 얼굴이 시뻘개져서 사람들하고 싸울 때도 있지만 언제나 늘 져주고 상대방을 이해해 주는 순둥이 중 순둥이. 그녀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순하게 해야지, 나도 그냥 다른 사람이 하자는 대로 따라 줘야지, 나도 그냥 져주고 말아야지, 하면서 많이 배운다. 중학교 1학년 때 만났는데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라니. 서로의 결혼식에서 서로 눈물이 나올 것 같아 각자 꾹 참았을 만큼 각별한 사이. 가족 중 한 명, 마치 동생을 시집 보내는 것처럼 뿌듯하고 신났던 그녀의 결혼식이 생각난다. 이 아이가 벌써 이렇게 다 자랐나 싶어서 괜히 예전 일이 생각나고 정말 잘 됐다, 축복해 줬던 그녀의 결혼식. 


 얼굴이 항상 빨개져 사람들의 놀림을 받아도 좋은 친구가 있다면 그런 놀림은 아무 것도 아니다. 나를 이해해 주고 인정해 주는 진정한 친구가 있다면 나도 조금 더 자신을 가질 수 있고 사람들과 아무렇지 않게 어울릴 수 있고 조금 힘들 때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댈 수도 있다. 많이 부족하고 이지러지고 까칠한 내가 이렇게 환하게 세상을 살아내 가고 있는 비결은 바로 내 친구들 덕분이다. 


 내일은 바퀴를 만나는 날. 어짜피 우리들은 또 뻔한 이야기들을 풀어내 놓겠지만, 그래서 우리는 또 하루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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