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흐리고 더움
오늘의 책 :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
일본은 가만보면 의외로 고양이에게 관대한 나라다. 불교의 영향으로 육식을 전혀 하지 않던 나라여서인지 어째선지 모르겠지만 고양이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동물에게 관대한 면이 있는 나라다. 물론 내가 일본에서 살아본것도 아니고 단지 드라마나 영화, 책들을 통해서 알게된 간접지식뿐이지만 그래도 역시나 우리나라보다는 동물에게 많이 관대하게 보여진다. 여우나 개, 뱀등을 신으로 모시는 신사의 존재가 역향을 미치는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단순히 좀 더 잘사는 나라의 여유일지도. 어쨌든 일본 사람들의 그런 면은 참 괜찮게 느껴진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편협한 작태를 보면 더더욱 그렇다. 나는 개를 먹는것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소, 돼지는 잘도 먹으면서 개는 안돼!라고 외치는건 위선적이고 기만적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사랑하는걸 타인도 사랑하라는 법은 없으니 사랑하지 않는건 상관없는데 문제는 미워한다는 점이다. 미워하고 혐오한다. 우리 개들을 데리고 다니면 예외없이 40대 이상의 사람들은 그애들을 미워한다. 자신들에게 어떠한 피해도 주지 않았는데. 그걸 따져물으면 길에도 똥을 싸서 그렇단다. 우리 개들 똥은 다 치우는데. 길의 똥은 대개 길냥이들의 것일 경우가 많고 그나마도 길 한가운데 싸는게 아니기 때문에 조금 보기 흉할뿐이지 크게 문제될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가만 보면 크게 미워할 이유도 없는데 미워한다. 아마도 달리 만만하게 미워할 상대가 없기 때문이리라. 대개 분풀이 살인이 힘없는 여성이나 아이들에게 집중되는것처럼 만만하고 약하기 때문에 미워하고 괴롭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때리면 문제가 되지만 짐승은 때려도 큰 문제가 안생기니까...
사진 속에 보이는 일본의 고양이들은 길냥이조차도 여유만만해 보인다. 그런 사진만 골라서 찍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런 분위기의 사진만 책이 실었을수도 있다. 하지만 책 속의 냥이들과 사람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저렇게 화합하고 잘 살수 있는데 왜 그러지 못할까 싶다가도 사람끼리도 죽이는 세상인데 하물며 사람보다 아래라고 생각하는 짐승이야 싶기도 하다. 신문 기사를 보면 세상이 참 흉흉해 보인다. 그렇다고 세상이 더 못해졌다고 볼수는 없다. 옛날에는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으니까...세상이 아무리 각박하다고 해도 옛날보다는 나아졌다. 겨우 2~30년전만해도 아닌 밤중에 경찰에 끌려가서 죽던 세상이고 더 뒤로 가면 양반쯤되면 아랫것들을 무시로 죽일수 있던 세상인데 그때에 비하면 세상 정말 좋아진거 아닌가. 행복한 길냥이로 가득한 책을 보면서 별별 생각을 다한다 싶지만 어쩔수 없이 그늘속에 가려진 모습에 마음이 쓴인다. 인간들로 가득한 세상을 힘겹게 헤쳐가고 있는 세상의 모든 동물들과 식물들. 우리가 먹지 않으면 살 수 없으므로 해야하는 살생.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컴퓨터와 전기를 위해서 희생되는 동, 식물들. 생각은 많지만 실천하는건 별로 없다. 그저 일회용품 적게 쓰고 전기 좀 아끼는 정도. 그나마도 전기세가 아까워서 아끼는게 더 큰 이유다. 길냥이에게서 시작해서 생각이 좀 너무 멀리까지 온것같다. 웬지 우울한 날이라서 이런 저런 안좋은 일들이 더 떠오르는것 같다.
참, 책 표지에 찍혀있는 고양이 발자국이 정말 끝내주게 귀엽다. 누가 디자인 했는지 몰라도 정말 마음에 든다. 세상에 이런 멋진 아이디어 가진 사람이 너무 많아~~
이 글을 쓰면서 이런저런 안좋은 생각이 많이든건 승승장구에서 본 한 실험장면 때문이다. 아기 원숭이를 엄마한테서 떼어놓고는 한 로봇에서는 우유가 나오지만 철사로 되어있고 다른 로봇은 우유는 안나오지만 따뜻하고 기분좋은 천으로 되어있는 경우 아기원숭이들은 우유만 먹고나면 곧바로 천 로봇에게 간다고. 누구나 스킵십을 원한다는 뭐 그런 내용의 실험인데 그걸 꼭 실험을 해야 아는 일이니? 그런 실험을 하기 위해서 그 아기원숭이를 너무 괴롭히는것 같아서 솔직히 기분이 나빴다. 어린게 바들바들 떨면서 천조각에 매달려 있는게 너무 안쓰러워서 너무 기분이 안좋았다. 거기에 더해 길냥이 책까지 보고 나니 웬지 이것저것 너무 생각이 많아지고 말았다. 아마도 저녁때 우리집 근처에 사는 길냥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나를 째려보던 옆집 할망구 때문일지도 모른다. 무슨 말을 하는건 아니지만 내가 길냥이에게 먹이를 줄때마다 노려본다. 그리고 내가 들어가고 나면 사료를 먹는 길냥이들을 쫓아낸다. 그런식으로 먹이줄때 딱 부딪힌 날은 내가 나올때마다 골목에서 노려보고 있다. 늙어서 참 할 일도 없다는 생각과 늙으면 죽어야지 하는 생각과 이런 생각하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이 항상 동시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