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비
오늘의 책 :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2
비도 오는데 심지어 휴일인데 출근했다. 빌어먹을 회사. 나는 딱히 할 일도 없으니 쉬어도 되는데 현장직원들 질투낸다고 같이 일하란다. 아이고 참 대단들 한 분들이셔. 쪼잔하기가 접시물은 커녕 간장종지만큼도 안되는 인간들이다. 전화 한 통 없는 평화로운 하루를 보냈다. 사장도 일찍 퇴근했으니 사장 아들만 아니면 바랄것이 없건만은.
이 책의 1권을 읽은게 벌써 서너달전인데 이제야 2권을 찾았다. 찾은김에 1, 2권을 같이 읽으려고 찾았으나 1권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2권 찾으면 같이 정리하려고 책 무더기에 넣어뒀는데 실종상태다. 머리맡에 쌓인 읽지않은 책 무덤을 면밀히 조사해본 결과 약 400권 가량의 책이 비스듬히 기둘어진 6열종대를 이루고 쌓여있다. 두렵다. 이렇게나 많이 쌓인줄 몰랐다. 1~ 200권 정도려니 했는데 대충 세어봐도 400권이 넘는게 아닌가. 끙~빨리 읽고 중고로 추려내서 좀 팔아야 하는데. 책 목록표를 보면서 재고 조사를 한 번 해보니 현재 보유량이 만화에 잡지까지 다 합쳐서 4,100권 정도 되는걸로 나왔다. 내 방 책꽂이의 한계는 3,000권 정도인데. 잡지라도 좀 버릴까 싶었지만 쿠켄이나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어떻게 버릴수 있겠는가. 이제 잘 보지 않는 초기의 판타지 소설을 좀 버릴까 싶었지만 그 책을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데...미치겠다. 이 책들을 다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도저히 버릴수도 팔수도 없는 책들이 너무 많다.
막상 회사를 정말 그만두려고 하고 돈 계산과 다른 직장 알아보기를 시작하니 한숨이 나온다. 모아논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직장을 안 다닐수도 없는데 나이는 있고. 구하려면 못 구할정도는 아니지만 지금 직장과 비교해서 썩 좋은 곳은 드물다. 그저 고만고만한 정도? 내년이면 나이도 한살 더 먹는데 싶기도 하고. 걱정과 한숨으로 잠깐 기분이 다운됐지만 책여행책을 읽고나서 다시 평상심을 찾았다. 애먼글먼 해봤자 쓸데없는 일이기도 하고 집 있고 직장 있고(내년이면 없겠지만) 모아놓은 돈도 조금은 있는데 걱정해서 뭐할까 싶다. 사람인 이상 먹고사는 걱정을 영원히 안할수야 없겠지만 설마 하루 세끼 먹을 직장이야 구하겠지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부러워서 내가 무얼 좋아하고 그걸로 뭘 할 수있나 생각해봤다. 좋아하는 건 세 가진데 책, 동물, 술이다. 문제는 세가지 다 돈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술을 좋아하지만 술 장사는 정말 자신없다. 첫째로 내가 다 마셔서 장사 망칠것같다. 동물은 애완동물 숍이나 애견 미용사 정도가 있는데 역시나 장사라는 점이...책도 마찬가지라 무난한건 책방이나 북카페정도인데 장사를 시작할 정도의 자본금도 문제지만 장사라는 점 자체가 문제다. 나는 낯을 많이 가리는데다 붙임성도 없고 무뚝뚝하기가 경상도 여자의 표본이라고 해도 될 정도라 장사를 할려니 좀 그렇다....제일 문제는 역시나 자본금이 문제지만...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게 먹고 사는 문제의 영역으로 떨어진다는 자체가 좀 싫기도 하다. 먹고 사는 문제가 되면 순수하게 좋아만 할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은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