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으로 산다는 것.

카페 에스프레소 꼬레아노 - 이탈리아 여자 마리안나와 보스턴에서 만나 나폴리에서 결혼한 어느 한국인 생물학자의 달콤쌉쌀한 이탈리아 문화 원샷하기
천종태 지음 / 샘터사 / 2007년 8월

지은이는 생물학을 공부하러 미국에 갔다가 이탈리아 여인과 결혼하게 되면서 이탈리아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의 이야기다.

앞부분에서는 미국에서 유학생활과 현재의 부인이신 마리안느 여사(馬 여사)를 만나서 결혼하는 얘기가 나오고 후반에는 이탈에서 살아가는 이야기과 이탈리아 사회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앞부분의 유학생활에서는 마여사와의 얘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유학생활의 외로움에 대한 얘기다. 가족과 함께 부대끼며 사는게 익숙한 탓인지 혼자인 삶에서 지독한 외로움을 토로하고 있다. 아마도 그래서 결혼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사실 미국에서의 삶은 그다지 많은 얘기가 없다.

중반의 이탈리아에서 결혼하고 아이 셋을 낳고 살면서 부터의 얘기가 진짜 재미있다. 이제 거의 이탈리아 사람이 되다시피 하여 이탈리아인의 삶에 대한 얘기도 재미있고, 일견 우리가 보긴엔 답답해 보이지만 생활방식이지만 그들의 여유가 부럽기도 하다. 악명높은 이탈리아의 무질서와 제멋대로인 삶에 나름대로 적응해서 이제는 그것을 즐길수있기까지된 여유로 얘기하는 이탈리아인의 얘기는 보고만 있어도 즐겁다.

마지막으로 그래도 역시 한국인일수 밖에 없는 자신을 얘기한다. 아직은 국적을 포기할수 없어 5년마다 여권을 갱신해야 하고, 월드컵때는 마여사와 일전을 벌이면서까지 이탈리아 대 한국전에서 한국을 응원한 얘기며, 그 사이에 끼어 어느쪽도 응원할수없게된 아들의 난처한 입장도 참으로 재미있다.

남의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산다는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유럽이나 캐나다쪽의 풍부한 자연과 여유로운 생활을 부러워하며 이민을 꿈꾼다. 그러나 어느 나라나 그 나라만의 장점이 있지 않겠는가. 타국의 여유가 부럽다면 부러워만 하지말고 스스로 여유를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싶다. 이탈리아에서 살아보기는 커녕 한번 스쳐지나간적도 없는 내가 감히 이탈리아를 이렇다 저렇다 폄하하기는 그렇긴 하나 내가 보기에는 그냥 내 나라가 최고인것 같다. 우체국에서 2시간을 넘게 기다리기는게 싫은것은 내가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에 너무 물들어서는 아닌것같으니까.

눈으로 떠나는 여행.

혀끝에서 맴도는 여행의 기억, 여행 ing
홍기명 지음 / 다산북스 / 2007년 7월

여름도 다 간 요즘 여행서에 부쩍 손이 간다. 나는 여행서를 무척 좋아해서 여행잡지도 매달 사보고 여행에세이도 제법 많이 사보는 편이다. 실제로 가본적은 없지만 말이다. 먹는 것도 무척 좋아해서 요리책이나 잡지도 많이 사는 편이고. 이런 내게 요리와 여행을 함께 아우른다는 이 책은 무척 구미가 당기는 책이었다. 주저없이 샀건만 결과는 반반의 실패랄까. 이 책은 여행안내서로서는 부족하다. 혀끝에 맴도는 기억이라더니 딱히 현지에서 먹은 음식에 대한 소개가 나오는것도 아니고 음식점에 대한 얘기도 없다. 어행에세이라기도 좀 부족하다. 전 페이지가 다 사진이고 그 사진의 빈공간에 약간 얘기를 적어둔게 전부인데 솔직히 그 글도 나로서는 뭔가 약간 부족한듯한 느낌이 들어 그다지 땡기지 않는달까. 그리고 제목과는 정말 전혀 다른 분위긴데 음식에 대한 얘기가 별로 없다. 제목으로만 보건데는 그 지방의 키워드가 되는 음식 하나가 나오고 그에 따라 그 지방의 독특한 풍물로 이어지는 뭐 이런게 연상되는데 전혀 다르다. 가서 먹는 음식도 그 지역의 지방색이 드는 음식이 아니라 돈 없어서 샌드위치나 먹는게 전부고 뒤에 나오는 요리법도 여행지와는 그다지 상관이 없는 요리가 나온다. 정말 실망이다.

그래도 큰 도판은 아니라도 전체가 사진이고 아름다운 풍경들도 많이 찍혀있다. 특히 나는 사진밑에 어느 지역, 누구와 함께라는 설명이 너무 많이 붙어있는게 오히려 싫은데 그렇지는 않아서 좋다. 한 챕터에 나오는 사진이 다 그 지역의 사진이려니 하고 보면 무난하니 그건 좋았지만 그 외에 점은 솔직히 별로였다. 요리와 딱히 상관도 없는데 제목을 그런식으로 지은것도 그렇고 또 굳이 요리법을 넣으면서 그 지방요리를 넣지 않은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행서에서 세상 어디서나 다 먹을수 있는 샌드위치 만드는법이나 읽고 싶지는 않은데..차라리 요리법을 빼고 사진과 짧은 글이 곁들여진 가벼운 여행에세이 정도로 본다면 무난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혀끝의 기억은 그다지 생생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너무 책소개가 한마디도 없네요.

영국 요이담 1 - Issue Novels(절판 예정)
시노하라 미키 지음, 가와이 치구사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1월

귀신 얘기를 워낙 좋아하다보니 이책까지 보게 되었네요. 책 소개가 너무 한마디도 없어서 간략한 줄거리라도 소개할까 합니다.

주인공은 유리는 일본인인데(당연히) 현재 부모님의 사정으로 영국의 한 귀족 기숙사 학교에 다니고 있다. 영감이 있어 귀신을 보고 듣고 얘기할수 있다. 어느날 괴담모임중에 한 영혼이 나타나고 유리는 불길한 느낌에 휩싸이는데. 그날 저녁, 한 학생이 실종된다. 잭이라는 이름의 영으로부터 금지된 이름을 불러서는 안된다는 경고를 받은 유리가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는 사이 또 다른 학생이 죽고만다. 죄책감에 유리는 이 유령 사건을 해결해보려 하는데 두 사람의 친구가 뛰어든다. 룸메이트인 이안과 심령현상에 골몰하는 수상쩍은 학우(죄송하게도 이름이 기억이 안나서..) 실종된 학생을 되찾고 이름에 걸린 저주를 풀기위해 유리는 동분서주 한다. 그래서 끝은 뭐 당연히 해피엔딩 되겠다.

이상이 대충의 줄거리입니다. 약간의 동성애적 코드가(쪼~~금) 섞어있는 전형적인 코믹스랄까요. 사이즈도 작고 두께도 얇고 가볍게 읽기에 적당한 책인데..뭐랄까 만화와 소설의 중간쯤에 있는 소설인데 그렇게 치면 가격이 약간 센것 같기도 하네요. 제 생각에는 4천원선이 무난한 정도인것 같은데..소장가치는 별로 없지만 나름 잼있습니다. 귀신얘기를 아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번쯤 보기에 무난한 책입니다. 솔직히 제 심정에는 사기보다는 빌려보는게 적당한 책이기는 합니다. 이런 내용을 보고 또 보고 할것 같지는 않으니 소장하기는 뭐하네요.

에노키즈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백기도연대 雨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07년 7월

교고쿠도 시리즈는 소심한 작가의 시점에서 전개되는데 이 책에서는 에노키즈에게 의뢰하러왔다 어쩌다 저쩌다 이 일당에 끼이게된 의뢰인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얘기다. 당연히 주인공도 고서점 주인이 아니라 자칭 탐정이자 신이 에노키즈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이 탐정, 탐정이랄수도 없는 활동으로 어찌된던 모든 사건을 명쾌하고 유쾌하게 해결한다. 전작의 시리즈가 어딘지 모르게 음침하고도 우울한 구석이 있다면 이 사건들은 전혀 다르다. 오히려 우스꽝스럽고 재밌다고 할까. 사건 내용도 그렇고 해결하는 것도 그렇고 전작과 전혀 다른 책이다. 전작에서 제대로 안나오던 에노키즈의 활약상이 두드러지는데 주인공이 주인공이다 보니 사건이 엉망진창에 대충대충이다. 전작과는 다른게 정말 재밌는 작품이다.

김전일의 할아버지 답습니다.

악마의 공놀이 노래 ㅣ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7년 7월

스포일러일수도 있습니다. 책의 내용이 다수 나옵니다.

누가 김전일의 할아버지 아니랄까봐 나오는 인물이 죄다 죽는다. 범인은 죽일만큼 죽인끝에 당연하다는 듯이 자살한다. 참으로 김전일의 할아버지 답다. 더 한것은 범인이 그렇게나 많이 죽였는데 이 아저씨 하는 말. 그 사람일줄 알고 있었어요. 크~~~참.

사실 이 시리즈를 처음 본것은 김전일의 할아버지라는 것때문이다. 물론 픽션이지만 궁금하잖는가. 앞의 팔묘촌은 정말 주인공의 활약이 없었지만 여기서는 제법 많은 활약을 보여준다. 이제껏 나온 세권의 책 중에서는 제일 재미있다. 근데 이왕 이 시리즈를 낼것이면 시간 순서대로 내주면 좋을텐데 왜 굳이 이렇게 뒤죽박죽 출간을 하는지..팔묘촌에 대한 실망으로 안사려고 했던 책인데 마지막이다 싶어 샀더니 요번은 제법 좋아서 망설여진다. 아무래도 다음권도 한번 더 사봐야 할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