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희네 집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
권윤덕 글 그림 / 길벗어린이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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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 1995년 11.15. 2007년 기준 38쇄를 찍은 출판 이력만 보더라도 믿음이 가는 그림책.

지금으로부터 33년 전 흔히 있었던 마당 있는 2층 양옥집에 삼대가 사는 집 풍경을 그린다. 만희가 이사간 새 집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자개장 둔 안방에 계시는 2층 집.

담장 앞에는 나팔꽃과 무궁화가 활짝 피었고 세마리 강아지가 뛰노는 마당엔 나리, 해바라기, 접시꽃이 한창이다. 골목, 장독대, 광, 가마솥, 세수대야,다락,빨레줄.. 서울에는 사라졌거나 남아있다면 사람들이 부러 찾아 사진을 찍어대는 그런 모습들.

이런 집들을 품은 많은 동네들이 사라져갔다. 지난 33년은 그 과정이 차곡 차곡 쌓여 눈 가닿는 저 끝까지 거대한 사각형 박스들이 가득차갔다. 철거, 재개발, 뉴타운, 도시재생 이름은 각기 달랐지만. 서촌, 북촌, 성북동 등 겨우 얼마 남은 동네들도 관광객들로 둘러쌓인 박제된 공간이 되어 버렸기에 . 우리 아이에게 이 책이 먼 옛날의 기록으로만 남을지 모르겠다.

다행히도 아이가 고향 집에서 본 가마솥은 설명해 줄 수 있었지만, 장독과 채는 설명하기가 여간 어려웠다. 장독은 김치냉장고가 대체했다 할 수 있으나 우리 집엔 없고. 채가 했던 역할은 무엇이 대체하고 있나? 이젠 채가 필요 없는 세상이 되버린건가?

주택들이 사라지고 아파트가 올라가면서 우리는 마당의 꽃나무를 잃고 건설사들이 제공하는 세련된 단지내 조경을 얻었다. 대부분 우뚝솓은 소나무와 향나무 등속들인데 다채로움과 아기자기함은 포기해야 한다. 서촌에 아직 동네사람들로 가득 차있던 시절 골목을 산책하면 구석구석을 장식하던 가지각색의 꽃나무들이 볼때마다 그렇게 좋았다. 거긴 거기 사는 사람들의 개성과 취향이 엿보였기에.

아이를 위해서도 좋은 책이었지만 읽어주는 내내 내 마음이 그리움으로 가득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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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8-12-17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지어 문간의 행랑채 같은 것이 있으면 세를 놓거나 지방의 조카가 올라와 서울살이를 시작하던 구조도 생각납니다 참을성과 배려는 줄고 고통과 혐오를 갑을병정 구조로 주고 받는 사회에서 아파트는 더욱 살기 어려운 공간이 될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