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품이자 가장 비싼 그림인 모나리자는 백년이란 세월을 프랑스 왕궁의 한 구석, 그것도 욕실 장식용으로 사용하던 싸구려 그림으로 걸려있었다. 못생긴 여자의 특징없던 그림 가치를 인정받기까지 근 백년이란 세월이 걸렸다는 것은 당신의 진가를 누군가는, 언젠가는 알아주기에 삶을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교훈을 준다.

그렇게 모나리자처럼 슬픈 운명을 가진 청년이 약촌 오거리를 오토바이를 타고 지났다. 비록 가난하고 절망가운데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동네 건달 같지만, 가슴에는 순수한 열정이 꿈틀대고 있고 꿈을 안고 대학검정고시를 준비하던 소년은 그 거리에서 살인자가 된다.


경찰은 그 거리에 있었다는 이유 하나로 소년 조현우를 명성모텔에 끌고가 모진 고문을 하며 거짓 자백을 받아내고 최고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보냈다.

시력이 장님 수준을 급격히 떨어지고 갯벌에서 물질로 아들 조현우 하나만 바라보며 산 엄마는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에도 현우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틈틈히 아들의 무죄를 주장하며 법률상담을 하러 다니지만, 그 누구도 이 가난하고 억척스러운 노인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다.

택시 기사가 약촌오거리에서 살해당하며 보험공단에서 받아간 4천만원은 1억 7천만원이 되어 조현우의 빚으로 떠넘겨지자, 노모는 실성에 가까운 발악을 한다.

변호사 이준영은 가난한 시절의 보상심리인지 돈에 집착을 하며 살아간다. 아니 살아가던 중이다. 돈을 따라가다보니 투기에 걸려 불미스럽게 일자리를 잃는다. 친구에게 부탁해 유명한 법률회사 테니스에 몸을 위탁하지만 대표는 하나의 조건을 거는데 그게 바로 약촌오거리 살해사건에 대한 구상권청구재판이다.
사건을 조사하다보니 조현우가 살인범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고 이준영은 재심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돈밖에 모르던 변호사가, 돈 아니면 변호를 안하던 변호사가, 가난하고 비루하게 사는 이들과 어울리게 되자 변해간다. 적대심 가득한 얼굴로 온몸으로 저항하며 불신에 몸부림치는 현우를 보며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이준영 변호사.

그러나, 현우의 눈빛과 장님인 노모를 만나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자꾸 흔들린다. 저마다 억울한 사연을 하나씩 안고 사는 가난한 이들에게 변호사는 너무도 크고 먼 존재였기에 그들은 무죄였어도 유죄라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일까 꿈많던 소년을 살인범을 만든 것도 법이었다는 현우의 말에 자신 역시도 쓰레기로 살았다는 고백을 하고야 만다. 그제서야 자신의 삶이 왜 잘못 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비로소 깨달아간다. 바로 세상의 상식과 법의 상식의 괴리에서 의뢰인을 저버린 채 법의 상식만 의지하며 살아왔던 것이 자신의 파멸의 이유였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기 시작하는 것이다.

재심에 기대를 하지 않았던 현우는 이준영 변호사의 눈물어린 몸짓과 진실된 눈동자에서 희망을 본다. 갓 출소해 돈이 한푼도 없던 현우는 막노동을 한 돈을 변호사 선임비로 준다.

그러나, 과거 진범이 자수를 했음에도 경찰에 의해 진범은 버젓이 사회생활을 하고 있고 방송을 통해 증인도 확보하였지만 담당경찰의 방해로 증인도 경찰서에 잡혀가게 되자, 이준영변호사와 현우는 큰 좌절감에 빠진다.

친구의 배신과 검사의 압력, 법률회사의 압박, 담당경찰의 비열함에 지쳐가던 이준영 변호사는 모든 걸 잃은 듯 자포자기하는 심정에 빠지고 , 배고파 들어간 편의점에서 현우가 준 돈봉투를 발견한다. 변호사 수임료에 만원권 지폐와 오만원권에 천원지폐를 세어보고는 울컥한 이준영변호사. 현우는 자신의 전재산을 바쳤던 것이다.

변호를 다시 시작하려 약촌에 내려왔지만 현우는 이미 복수를 시작하고 있었다. 짜 살인범이 되기 위해.
자신의 저당잡힌 젊은 시절과 짓밟힌 꿈에 대한 보상과 억울함의 핏빛 몸부림이 비오는 날 그 오래전 밤 고문을 받았던 '명성모텔'에서....

이 영화는 실화이다.
이준영 변호사는 박준영 변호사로 재심변호사가 되어 가난한 이들을 위한 싸움을 지금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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