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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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은 무척 오래 들고 다니며 읽었는데, 챕터별로 나뉘어져 있어 시간 날 때마다 꺼내 읽기가 좋았다. 무엇보다 많은 생각꺼리를 제공해주는 것이 가장 좋았다. 우리 사회의 문제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인간 혐오로 시작하는 프롤로그를 읽다보면 공감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누구나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나 역시도 인간을 그닥 좋게 여기진 않는다. 사람들과 무리지어 다니는 것도 싫어하고 집단논리에 빠져 무조건 옹호하는 건 가장 혐오하는 행동인데다 가장 비슷한 면이 사람 많은 곳은 피해다닌다는 것이다. 특히나 산에 갈 때 아는 사람을 만날까봐 오히려 반대방향으로 가거나 인적 드문 곳으로 돌아가곤 하기도한다. 그렇다고 내성적인 성격은 아니다. 사람 만나는 게 귀찮다기 보다는 그 사람으로 인해 내 개인적인 시간을 방해받기 싫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만큼 나는 내 시간에 대한 방어벽이 다른 이들보다 강할 뿐이다. 여러 사람을 사귀는 것 보다 마음에 맞는 사람 두 서명만 곁에 두는 성격이라 나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은 까칠하거나 차갑거나 싸가지 없거나로 생각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하지만 사람은 타인이 보는 방향에서 그 사람의 성품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타인의 평가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므로 그것까지 고민하고 살기에는 살아가는 시간이 너무 짧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 우리 인생의 반 이상은 타인들의 틀에 맞추며 입맛에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천편일률적인 사고를 지향하는 사회분위기에서는 그 어떠한 개성은 존중받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주의의 부재, 개성의 거부가 아주 오래된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될 수밖에 없던 이유를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에서 들을 수 있다. 평창올림픽의 외신들의 찬양을 들어보면 총이 없어도 안전하게 거리를 다닐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이 놀랍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외국인들 눈에 살기 좋은 나라로 꼽히는 나라중의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왜 우리는 불행한 걸까. OECD국가 중 자살율 1위를 몇 년째 고수하고 있는 우리나라. 만약 이 불행이라는 말에 의문을 제기한다면 당신은 행복한 나라에 살고 있다고 믿으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왜 불행하기만 한 걸까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면, 모두가 불행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나 역시도 왜 우리는 불행한 걸까?라는 말을 들으면 그냥 동의가 된다. 나 역시도 마음 저변에 불안과 불행이 자리하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어쩌면 그 불행의 저변에는 집단주의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모르게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개인주의자 연습

책을 읽으면서 나의 불안과 불행에 대한 점검을 하다보니 굳이 집단주의 문화가 집단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의식하며 살아오는 우리의 환경자체가 집단주의 문화의 영향이라는 것을 비로소 이해했다. 타인과의 비교가 행복의 기준이 되는 사회의 분위기 자체가 집단주의에 매몰되어 우리에게 거대한 족쇄를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개인의 삶으로는 행복한 삶인데 타인과 비교하게 되며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불행은 자신을 한없이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이라 여기며 자책감하게 된다. 이러한 자책감이 심해지면 우울증이나 정신병에 시달리게 된다. ''라는 개인에 대한 철저한 자각이 없이는 집단의 안일함에 물들어 더운 물에 자신이 삶기고 있는지도 모른 채 서서히 죽어가는 냄비 속 요리안의 개구리 같은 삶을 살아 가게 되는 것이다. 태어나보니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늘 타인과 끊임없이 비교당하며 살아온 한국인의 삶은 불행하다 할 수 있다. 무표정한 한국인들, 이번 생은 처음이라서 다음 생의 행복을 기약하는 것인지, 죽어라 일만 하면서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현대인들의 군상들을 보며 우리들의 불행은 이 개인주의에 대한 몰락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이다. 타인과의 비교를 멈추면 비로소 괜찮은, 그것도 꽤 괜찮은 존재의 자아가 누구에게나 있다.

 

저자 문유석은 타인과의 비교에 대한 집착이 무한경쟁을 낳고 자존감 결핍으로 인한 집단 의존중은 집단의 뒤에 숨은 무책임한 이기주의와 쉽게 결합하며 익명의 가면을 쓰고 무리를 지으며 잔혹해지는 대중의 속성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우리 사회에 넘쳐나는 폭력들, 여성혐오와 소수자들을 향한 차별, 극심해지는 온라인 악플들과 지나친 마녀사냥, 차별로 인한 다문화 가정의 눈물, 자기보다 못한 이들을 향한 가진 자들의 조롱, 말이 흉기가 되는 세상에 대한 모든 것들의 저변에 깔려 있는 집단이라는 속성이 개개인의 불행을 가져오는 부메랑이라 한다. 사회의 지나친 집단주의화는 개개인의 자유를 말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IT강국이라는 명성이 부끄러운 것은 평창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의 실격으로 메달을 탄 선수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찾아가 수많은 이들이 살해협박을 비롯한 온갖 악플을 다는 면에서도 IT최강국의 집단적 위력이 얼마나 무섭고 위협적인 것인지를 새삼 깨우쳐주기 때문이다. 그런 현상들이 우리 개개인이 얼마나 타인에 대하여 각박하며 한 치의 타협도 없이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개개인이 행복해야 나라가 행복하다. 주체적인 국민들 개인의 행복이 나라 전체의 행복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지 집단이나 무리가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습관화된 집단주의를 버리고 개인의 행복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만국의 개인주의자들이여, 싫은 건 싫다고 말하라, 그대들이 잃을 것은 무난한 사람이라는 평판이지만, 얻을 것은 자유와 행복이다. 똥개들이 짖어대도 기차는 간다. -P58


기억하고 싶은 구절


나는 감히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생각한다,’-p23


인간이라는 게 다 거기서 거기니 과잉 기대도 말고 과장된 절망도 치우고 서로 그나마 예쁜 구석 찾아가며 참고 살자 싶다. 큰 기대 않고 보면 예쁜 구석도 꽤 있다. 이건 결국 자기변명이다. 그래야 남들이 나도 참아줄 테니, 어차피 사람들을 피해 혼자 살 것도 아니면서 인간의 본질적 한계, 이기심 위선, 추악함 운운하며 바뀌지 않을 것들에 대해 하나마나한 소리 하지 말고 사회적 동물로 태어난 존재답게 최소한의 공존의 지혜를 찾아가자. 그게 각자의 행복 극대화에도 최선의 전략일 것이다. -p18


왜 개인주의인가. 이 복잡하고 급변하는 다층적 갈등구조의 현대 사회에서는 특정 집단이 당신을 영원히 보호해주지 않는다.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전략적으로 연대하고, 타협해야 한다. 그 주체는 바로 당신, 개인이다. 개인이 먼저 주체로 서야 타인과의 경계를 인식하여 이를 존중할 수 있고, 책임질 한계가 명확해지며, 집단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에게 최선인 전략을 사고할 수 있다.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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