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권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마음을 흔들어 놓을 때가 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마음 가는 것만 신경쓰다보니

낡을 대로 낡아진 쇼파가
해질 대로 해진 이불이

눈에 들어와 마음을 아프게 한다.

너희들의 낡음으로 비로소 내 시간의 낡아짐을
너희들의 해짐으로 비로소 내 게으름을 깨닫는다.

하고 싶지 않아도
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바라보았어야 했다.
나의 늙음에만 몰입하여

내 주변의 사물들도 늙어 가고 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일찍 알았더라면
이토록 천천히 흐르는
시간들의 권태가 덜 지겨웠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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