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너무나 외로워서

너무나 외로워서
한 시인은
사막에서 뒷걸음 쳐
걸었다고 한다.
자기 발자국을 보면
덜 외로워져서
그런데도 그 시인은
너무나 외로워져서
결국 정신병원에 갔다

너무나 외로워서
두 개의 술 잔에 술을 가득 채우고
한 개의 술 잔 보다
덜 외로워져서
홀로 대화를 한다
그런데도 너무 외로워져서
붉은 달빛 비취는
뜰앞에 서서
자기만 사랑한 나르키소스인양
나를 끌어안는다.

사막을 뒷걸음 쳐서라도
걷는 미친 시인마저 부러운 밤
뒷걸음 쳐도 새겨지지 않는
매서운 계절이 너무나 외로워서
시만 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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