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을_쓰려는자_그_무게를_즐겨라
#인문

이 지독한 삶의 무게는 누가 만들었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존재의 증명은 오로지 소비이다. 그러나, 한가지 이 소비의 진짜얼굴은 ‘욕구불만‘에서 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불행한 사람일 수록 소비성향이 강하고, 사랑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일 수록 불행을 치유하기 위한 과정처럼 돈을 쓴다고 한다.

우리 사회를 조밀하게 떠받치고 있는 ‘자본주의‘의 맨얼굴은 사실 우리가 삶에서 애써 외면하려던 진실에 가깝다. 쭈글쭈글한 주름살과 노쇠한 육체가 싫어 늙음을 싫어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늙어가고 있는 것 따위가 아닌 사회에서 쓸모 없어지는 경험으로 인하여 슬픔을 느끼는 것이고, 타인에게 보여지는 ‘나‘의 모습이 더 고통스러운 것이다. 나의 욕망이 타인의 욕망에 길들여지게 된 이후로부터 우리는 ‘맨얼굴‘을 읽어버린채 가면이 내얼굴인 줄 알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굉장히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이 삶의 본래 모습임을 인정해야만 한다.

홀로 등산을 한지 햇수로 8년이 되어간다. 처음 등산을 하기 시작했을 때 산에 오르는 것이 너무 힘들어 남들 30분이면 오르는 산을 세시간 반만에야 올랐다. 체중도 문제였지만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아 근력자체가 없이 물살로 산을 오르려 하니 보통 괴로운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병도 앓고 있었다. 그럼에도 무언가에 이끌려 올랐다. 목표나 목적이 없었다. 그냥 무아상태에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오르니..세시간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 전에 운동을 할 때는 늘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갖고 올랐는데 한 번도 계획과 목표대로 이룬 적이 없었다. 8년이 지나고 나니 내가 그렇게 꾸준히 운동을 할 수 있었던 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삶에 희망이나 목적을 가질 때는 늘 이루지 못하였던 것들이 삶은 원래 고통스럽고 힘든거라 생각하면 오히려 삶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처럼 등산도 그와 같다. 힘들어도 그냥 오르는 것. 원래 등산은 힘든 거니까..라고 생각하니 오르기가 더 수월해졌다. 비가 오면 우산을 펼치면 되고 눈이 오면 모자를 쓰고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그저 오르는 것만 생각하니 홀로 산에 가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그래서일까 항상 어깨를 무겁게 누르는 삶의 무게가 굉장히 가벼워졌다.

철학자 강신주는 그래서 이런 주문을 한다.
지금의 삶을 꿈이 없는 상태로 만들라고 일체의 꿈도 없이 있는 그대로 현실을 향유하는 수준에 이르면 아무 생각 없이 산 정상에 올라있는 것처럼 삶도 목적 없이 어느 순간 최고의 삶에 올라있을 거라고...

‘그냥 비 오면 우산을 펼치듯이 그렇게 가는 것이 삶이예요. 인생은 소유유처럼 목적이 없이 걸어다니고 목적이 없이 살아가는 거예요.
비록 불행도 찾아오겠지만, 매너리즘에 빠진 삶이 아니라 드라마틱한 삶이 펼쳐질 거예요
위대한 사람들이 삶을 여행에 비유할때 목적지를 정하고 체크인하고 체크아웃하는 여행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예요. 비도 만날 수 있고요, 멋진 남자도 만날 수 있다고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그래서 내가 어떻게 변할 예측할 수도 없는 거예요. 그 설렘 그 위기 그 긴장을 사랑하는 거죠.

삶이란 원래 그런 드라마틱한 것으로 가득찬 것이니까요. -강신주 다상담 3권 중에서 ‘

중년의 터널을 지나면서 당혹스러워지는 것은 가끔 바보처럼 아무 생각없을 때가 많아져서이다. 마치 미노타우로스 미궁에 빠진 것처럼 아무리 헤어 나오려 해도 절대 헤어 나올 수 없는 곳에 갇혀 버린 느낌이 들때가 많다. 테세우스에게는 아드리아네가 준 실이라도 있었지만, 내 삶에는 그 ‘아드리아네의 실‘이 없다. 오로지 구원자도 나요. 탈출구를 찾는 것도 나이다. 이 삶이라는 미궁의 열쇠는 오로지 ‘나만이 해결할 수 있다. 삶이라는 미궁을 빠져나오는 열쇠는 어쩌면 거창한 것이 아닐 것이다.

삶의 본래의 모습과 마주하는 것과
일체의 꿈도 없이 현실을 향유하는 것,
여행하듯 주어진 삶을 즐기고,
목적을 갖지 않은 채 주어진 삶의 무게를 견뎌내는 것.....이러한 것들이 이 미궁 탈출의 비밀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8년 전 그 고통들을 이겨내고 정상을 올랐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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