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력을_잃은_예언자_카산드라
#카산드라의_예언
#인문

이솝우화에는 양치기 소년이 나온다. 심심해서 마을에 ‘늑대가 나타났다’를 외쳐보니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자 그 모습이 재미있어 여러 번 반복한다. 그러던 소년 앞에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이렇게 사람에게 한 번 신뢰를 잃게 되면 다시 신뢰를 얻기까지 그 사람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반대로 같은 말을 해도 묘하게 설득력이 강한 사람이 있다. 온라인에 같은 글을 퍼와도 퍼온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공감의 폭도 달라진다. 같은 글인데도 어떤 사람의 글은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데 어떤 사람은 어떤 글을 올려도 반응이 없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설득력이 전혀 없는 ‘겉으로는 번듯해 보여도 현실적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는 빈말’을 가리켜 ‘카산드라의 예언’이라고 한다. 예언이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는다면 그 예언은 공허한 메아리라 하겠다.


카산드라는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의 딸이다. 트로이 전쟁 당시 아들 헥토르가 죽자 아킬레우스를 찾아가 아들의 시신을 돌려달라고 빌었던 바로 그 왕이다. 영화 <트로이전쟁>에서는 카산드라와 아킬레우스가 사랑에 빠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보다 먼저 카산드라를 보고 사랑에 빠진 신이 있다. 태양의 신인 아폴론은 카산드라를 보고 첫 눈에 사랑에 빠진다. 태양의 신 아폴론은 .. 아폴론이 사랑에 빠진 여인들은 모두 불행으로 끝났으니 ... 월계수가 된 다프네이후 카산드라도 마찬가지다. 신을 사랑할 수 없었던 카산드라는 아폴론의 구애를 피하기 위해

‘날 사랑한다면 나에게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을 주세요. 그러면 당신의 사랑을 받아들일게요.’ 라고 한다.

이 말을 듣고 아폴론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예언하는 능력을 바로 들어준다. 하지만 들어주지 못할 거라 확신하고 던진 말이었기에 신의 영역이었던 예언의 능력을 받게 된 카산드라는 덜컥 겁이 난다. 그래서 이번에는 대놓고 아폴론의 구애를 거절한다.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노라고.... 난 신을 사랑하고 싶진 않다고... 이에 배신감을 느낀 아폴론은 마지막으로 이별의 입맞춤이라도 하게 해 달라 부탁한다. 하지만 신들은 언제나 댓가를 지불하는 법....
아폴론은 카산드라와 키스를 하며 혀 끝에 있던 설득력을 지워버린다. 자신의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한 벌이었다.

예언력은 가졌으나, 설득력은 없었던 예언자 카산드라의 비극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트로이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 예언하며 파리스를 스파르타에 보내지 말라고 간청하였지만 아무도 듣지 않는다. 결국 파리스는 스파르타의 왕비인 헬레나를 납치해 옴으로 긴 트로이 전쟁이 시작된다. 전쟁 중에도 트로이 목마를 성안에 들여오면 트로이가 멸망한다고 예언하지만 이또한 아무도 듣지 않는다.

게다가 아가멤논이 전쟁에 승리한 후 전리품으로 가게 될 운명에 처한 카산드라는 자신과 아가멤논이 죽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한다. 물론 아가멤논은 듣지 않는다.

자신의 딸을 트로이전쟁의 희생제물로 바친 아가멤논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아내가 칼을 갈며 기다리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던 아가멤논은 카산드라의 말을 역시나 듣지 않는다. 아가멤논의 귀향길이 자신의 죽을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카산드라는 눈물이 앞을 가리고, 결국 아가멤논과 카산드라는 고국에 도착하자마자 그의 아내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자신의 운명도 바꾸지 못하는 카산드라의 비극. 그녀의 거짓말은 혀끝에서 설득력을 빼앗아버림으로 비극을 초래하였다. 우리가 하는 말에는 이렇게 독을 불러 오기도 하고 복을 불러 오기도 한다. 남에게 신뢰와 믿음을 준다는 것은 혀끝을 잘 사용하는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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