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黎明

새벽에 깨어
창가에 우두커니 섰다
방충망이 세상을 가리고 있었다

모눈종이처럼 촘촘하고
원고지같은 정사각형의
방충망에 음표처럼 대롱 가로등이 걸려 있고
저 멀리 꺼진 방 켜진 방도
피아노 건반처럼 무늬를 그리고 있다

삶의 고단함은 아다지오로 연주되고
슬픔의 기억은 안단테로 악보가 완성되자
멀리 늙은 아비의 기침소리와
환경미화원의 무거운 걸음이
방충망 너머 세상에 여명을 켠다

#자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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