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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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한다는것에대하여 #인문

투르니에는 단언한다. 예찬할 줄 모르는 사람은 비참한 사람이며, 그와는 친구가 되기 어렵다고. 우정은 예찬하는 가운데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투르니에의 설명에 따르면 현실 세계는 본래부터 천연색이 아니라 흑백, 다시 말해 근본적으로 무채색이다. 그 현실에 색깔을 부여하는 것은 우리의 눈이고 예찬이다. 그러면서 투르니에는 말한다.

“나 그대를 예찬했더니 그대는 백 배나 많은 것을 돌려주었다. 고맙다, 나의 인생이여!”

세상은 불완전하며, 인간 역시 한계에 갇힌 존재이다. 그 둘을 보완하고 연결해 주는 것이 바로 예찬이다. 이름 모를 들풀에서부터 은하의 언저리까지, 아이의 새로 난 앞니에서부터 돌고래의 노래에 이르기까지 세상은 언제나 예찬할 것들을 준비해 놓고 있다. 서로 예찬하지 않으면 인간 역시 볼품없는 존재이다. 예찬보다 더 좋은 치유는 없다.

어느 자연주의자는 말한다.

“아침과 봄에 얼마나 감동하는가에 따라 당신의 건강을 점검하라. 자연의 깨어남에 대해 당신 안에 아무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른 아침 산책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잠을 떨치고 일어날 수 없다면, 첫 새의 지저귐이 전율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눈치채라. 당신의 봄과 아침은 이미 지나가 버렸음을.”

이 나무, 신의 손금 같은 이 잔가지들, 꽃에서부터 밝아 오는 이 새벽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다. 매일 지나치는 똑같은 거리와 도시의 찌든 벽돌담 어딘가에서 무한의 운율을 가진 새를 발견하는 것도 우리 자신이다. 눈을 감고 외면하면 그것들은 증인도 없이 영원한 어둠에 잠길 것이다.

-알라딘 eBook (류시화) 중에서



미셀 투르니에가 말했듯이 예찬할 줄 모르는 사람과는 친구할 수 없다. 자연이 주는 감동에서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죽어있는 영혼과 같기 때문이다.

산에는 가을 준비가 한참이다. 송충이가 부쩍 많아졌고 다람쥐의 움직임이 부산스러워졌다. 산길 위에는 도토리 열매잎들이 많이 떨어져있다. 어미애벌레는 도토리안에 알을 깐 후 온몸으로 도토리 나뭇잎을 떨어뜨린다. 다른 벌레들이 도토리 열매를 습격하지 못하게 땅위에서 도토리영양분을 먹고 자랄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어미 애벌레의 이런 희생에 의해 땅위에서 안전하게 도토리영양분 만으로 성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은 자신들의 생존법칙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예찬이다. 생을 이어가기 위해 하는 모든 행위들 -사랑하기 위해 살아가며 아낌없이 내 것을 내어주는 희생의 숭고함-에 대한 예찬은 우리라는 존재를 더욱 빛나게 한다.

『지상의 양식』에서 앙드레 지드는 말한다.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 가듯이 바라보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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