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이유 - 얼떨결에 서른 두리번거리다 마흔 내 인생을 찾는 뜨거운 질문
도다 도모히로 지음, 서라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비전 상실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무의식중에 서서히 익숙해지면 빠져나올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프랑스에는 삶은 개구리요리가 있다. 손님이 앉아있는 식탁위에서 바로 조리를 할 수 있도록 버너와 냄비를 가져다 놓고 요리하는 음식이다. 이때 물이 너무 뜨거우면 개구리가 펄쩍 튀어나오기 때문에 따뜻할 정도의 온도에 개구리를 담가 놓는다. 따뜻한 물온도에 기분이 좋아진 개구리는 엎드려 있다 이내 잠이 든다.  점점 데워지는 온도에 자기가 삶아지는 것도 모른 체 기분 좋게 죽어가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도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방향조차 모르고 있다면 현실의 안일함에 빠져 위기가 닥친지도 모른채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사회생활을 한지 20년 정도 되는 것 같다. 20년동안 세 번의 직업이 바뀌었는데, 직업군이 세 개가 전혀 연관성이 없다. 지금의 직장도 적성에 맞지 않아 여러 번 그만두려고 했는데 어찌어찌 지내다보니 벌써 5년이 되어간다. 딱히 불만은 없지만, 요즘의 나를 보면 마치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안일함과 나태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젊었을 때의 패기나 열정은 찾아볼 수 없고 그냥 등떠밀려 마지못해 일하는 모습이 요즘의 내모습이다. '얼떨결에 서른 두리번거리다 마흔' , 그렇다. 난 두리번 거리고 있다.

 

제목 《내가 일하는 이유》는 직장생활 3년만에 그만두고 이후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마흔 다섯 살에 커리어 컨설턴트 자격증을 따면서 자신이 느꼈던 일의 가치를 재정립해주는 책이다. 이과전공자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다시 출발점에 섰을 때 마음에 들어왔던 문구는

 

일이란 나의 능력과 흥미,

가치관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그렇지 않은 일은 지루하고 무의미할 뿐이다.

도널드E. 슈퍼

미국의 직업 심리학자

 

 저자는 주어진 인생이라는 응용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므로, 삶에 주어진 법칙을 이해하면 저절로 이 인생의 응용문제를 풀 수 있는 해답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방법을 고민하고 유명한 경구들이 알려주는 지혜가 그 열쇠라는 듯, 책에는 명화와 가슴에 새길만한 경구들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장황하지 않고 진부하지 않으며, 간결한 명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좋았다.

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직업이다.

그런데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우연이다.

-파스칼 [팡세]-

 

 

인생의 굵직한 목차를

생각하자

 

저자가 '나에 맞는 일'을 고민할 때 ,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 들만한 일을 찾지 못했을 때 , 자신이 깨달았던 달란트는 '자신처럼 고민하는 사람'을 위한 책을 쓰는 것이었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잘 모르거나 목적이 없다고 고민하기 보다는 인생의 굵직한 '목차'만 정해도 아직 늦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나는 이 대목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열정도 없이 비전 상실 증후군에 잠식되어  심각한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직장생활에서 삶의 문제는 역시 방향성에 있다는 것을 다시 환기하게 되었다.잊고 있었던 일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동시에 삶의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되새겨 보게 해주는 감사한 책이다. 마지막으로 부록에 실려있는 우종민 교수의 '감곡중의'를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으로 리뷰를 마친다.

 

1단계 감사 이 일에서 감사한 점은 무엇일까?

2단계 목적 이 일의 목적은 무엇일까?

3단계 중요성 이 일은 왜 나에게 중요할까?

4단계 의미 이 일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큰 목차만 정하자. 대략적인 방향성만 정하는 것이다. 방향성도 정하지 않으면 첫 발을 뗄 수가 없다. 걷다 보면 처음 만들었던 목차가 여러 번 바뀔 것이다. 다양한 것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나만의 이야기가 떠오를 것이다.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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