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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순례하다 - 건축을 넘어 문화와 도시를 잇는 창문 이야기
도쿄공업대 쓰카모토 요시하루 연구실 지음, 이정환 옮김, 이경훈 감수 / 푸른숲 / 2015년 6월
평점 :
건물에서 창은 외부와 내부를 연결해 주는 유일한 공간이다. 창이 때로 눈에 비유되는 이유도 두 공간을 연결해 주기 때문이다. 또한 창 하나로 건물의 분위기가 달라지기도 하며 지역마다 시대마다 전혀 다르게 변화해 왔다. 창으로 로맨틱한 건물이 될 수도 있고 감옥 같은 건물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창문의 특징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도쿄공업대 쓰카모토 요시하루 교수는 세계 28개국을 답사하여 세상 모든 창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가 세상의 모든 창문을 구분하는 방법은 세 가지고 빛과 바람, 사람과 함께,교향시로 나누어 창문의 다양한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분류설명해 주고 있다.
《창을 순례하다》는 총 136장의 도판과 295장의 사진이 실려 있고, 각 나라를 대표하는 건축 거장 26명의 작품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빌라 데스테, 중국 4대 정원 류위안 등의 명소, 두브로브니크의 액세서리 상점, 런던의 서점, 사라예보의 카페, 아말피의 주택와 같은 일상의 공간까지 실어놓았다. 28개국의 76개 도시에서 만난 139개 장소는 마치 여행기처럼 생동감이 가득하다.
시대를 초월한 창의 본질은 이렇게 실천적인 동시에 시적인 상상력을 안겨주는 곳에 존재한다.
저자는 희미하게 빛나며 고르지 않은 표면의 미묘한 음영을 보여주는, 질감으로 둘러사인 작은 공간을 형성하는 창을 '빛이 모이는 창'이라 한다. 반대로 '빛이 흩어지는 창'은 직사광선이 날카로운 빛다발처럼 내리꽂는 창을 말하는데 빛이 하나의 덩이가 아니라 수많은 입자들이 움직이는 것처럼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창에 나무 격자를 설치한 터키, 튀니지,빌라 데스테의 옛 인쇄공방에 있는 기와로 만들어진 창, 일본의 가나자와에 있는 다다미 방등이 해당된다. 스리랑카와 같은 더운 나라에서는 유리 없는 창을 만드는데 유리가 없는 창의 용도는 처마와 함께 강한 햇빛을 차단하고 그늘을 만들어 시원함을 얻는 데에 목적이 있다, 외부에서 보면 마치 창이 그늘 속에 어둡게 가라앉는 듯 보인다 하여 '그늘 속의 창'이라 부른다. 베트남 중부 호이안의 민가와 남산 한옥의 한지로 마감한 들문이 이러한 창에 해당된다. 스리랑카 네곰보에 있는 민가에서는 꽃 모양의 쇠격자의 꽃 모양 창문은 '빛이 흩어지는 창'에 속해 보이기도 한다.
바람을 시각화한 듯한 느낌을 주는 '바람 속의 창'은 바람의 궁전이라 불리는 하와마할의 창문을 보면 알 수 있다. 비스듬히 위쪽으로 조각된 구멍을 타고 들어온 뜨거운 바람은 안쪽의 돌 필터에서 걸러지며 냉각된 후 미풍으로 변환되는 창구조를 가졌다. 말라카 박물관, 말레이시아 프랜시스 푸의 자택은 바람을 순환시키는 창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도 점점 열대기후로 변하고 있으니 바람 속의 창이 유행하는 시대가 올지도 ^^;;) 이외 빛이 가득한 방, 그늘 속의 창, 바람 속의 창, 정원 안의 창, 일하는 창, 드나드는 창, 앉는 창, 잠자는 창, 구경하는 창, 이어지는 창, 중첩하는 창, 창 속의 창까지 각국의 다양한 창이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저자는 이처럼 단순히 외부와 내부를 이어주는 공간으로서의 창이 아니라 공간을 형성하는 창의 특징에 주목한다.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스리랑카와 같이 더운 나라에서 외부의 더운 공기를 차단하기 위해 창 안에 돌 필터라는 것을 만들어 사용하는 부분이었다. 지역과 시대에 따라 창의 형태가 변하여 왔듯이 저자는 각국의 나라에서 사용하는 창의 특징과 더불어 일상적인 삶과 연결짓는 라이프 스타일로서의 창을 재조명 하고 있다. 실려있는 도판과 사진으로 충분히 외부와 내부를 연결해 주는 창문만이 아닌 창문이 본질적으로 담고 있는 바람과 사람과 시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