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종영드라마인 [냄새를 보는 소녀]의 주인공 박유천을 셜록 홈즈와 비교한 기사가 있었다.

 첫째, 가는 곳마다 사건이 터진다.

 둘째, 잘생겼고 섹시하고 매력이 있다.

 셋째, 밀당의 고수

 넷째,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

사실 이 비교는 상당한 모순이 존재한다.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는 '섹시'함과도 거리가 멀 뿐더러 밀당의 고수 또한 되지 못한다. 셜록 홈즈가 스스로를 '소사이패스'라 하며 차도남 이미지를 자처한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이 책 《셜록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은 셜록홈즈의 바통을 잇고 있지만 셜록 홈즈가 없는 추리소설이다. 원작자 아서 코난 도일이 아닌 '코난도일재단'의 요청으로 앤터니 호로비츠가  그 셜록시리즈의 명목을 유지하고 있다.  코난 도일 재단에서 키운 작가라는 것만 보아도 실력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앤터니 호로비츠는 8년의 집필기간 끝에 2011년에 《셜록 홈즈: 실크하우스의 비밀》을 통해 그 실력을 인정받았던 작가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시작은  코난 도일의 단편작이었던 [마지막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마지막 사건>에서는 홈즈와 모리어티 교수와 만나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맞대결 한 후 추락사한 것으로 끝나는데 저자는 그 홈즈를 자연스럽게 살려내는 것으로 그리고 있다.  

(세바스천 모런 대령)은 대체 어쩐 일로 그곳을 찾았을까? 홈즈와 모리어티가 대결을 벌였을 때 그 자리에 있었을까, 그랬다면 왜 나서서 거들지 않았을까? 총은 어디로 갔을까?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명사수가 실수로 총을 열차에 두고 내렸을까? 이렇게 앉아서 타자기를 두드리는 내가 보기에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질문이건만 홈즈도 왓슨도 그 문제에 관한 한 그럴듯한 해명이 없다.-p22 

 

이렇게 아주 간단하게 전편의 [마지막 사건]에 이어 천연덕스러운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마치 아서 코난 도일처럼, 작가는 홈즈의 죽음이 아닌 홈즈가 라이헨바흐 폭포 뒤쪽으로 사라졌다는 암시로 매듭짓고 홈즈대신 체이스 사설탐정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홈즈인듯 홈즈아닌 '체이스'는 아서의 동생으로 변호사를 때려치우고 사설탐정이 된 이력이 있는데 아서 코난 도일의 이력과 동일시 한 것은 캐릭터에 대한 작가의 의도적 설정이다. 반전을 위한 배려정도 되시겠다. 

 

영국인인 체이스는  ‘무미건조한 변호사의 세계를 거부하며 탐정이 되기 위해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탐정 사무실 '핑커턴'에 입사했다.  미국을 범죄의 소굴로 바라보는 체이스의 시선에서 영국인이 바라보는 미국에 대한 감정이 읽혀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영국인들이 셜록 홈즈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체이스는 뉴욕 범죄의 우두머리격인 클래랜스 데버루를 체포하는 일이 떠맡게 되고 체이스는  스위스 라이헨바흐 폭포로 날아간다. 알려지지 않은 악당 클래랜스 데버루가 미국을 접수한 후 그 영역을 영국까지 확대하기 위해 영국에서 유명한 악당 모리어티에게 동맹을 요청하였다는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떠난 것이다. 그러나 날아간 라이헨바흐 폭포에서는 '모리어티'의 시신만을 확인할 수 있었고 모리어티의 옷에서 암호화된 편지만이 유일한 단서가 된다.

  

아서 코난 도일의 작품과 매우 유사하게 그려가지만 사실 그것이 작가의 함정이다. 게다가 홈즈와 왓슨같은 환상의 케미를 자랑하는 체이스와 존스는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의 호흡을 자랑한다. 존스는 소설에서 '셜록 홈즈'와 맞먹는 추리력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원작자 아서 코난 도일의 시놉시스를 충실히 따라가는 것 같으면서도 마지막 반전을 통해 뒤통수 한대 제대로 때려주기까지 하며 독자들을 농락하는 작가의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홈즈가 나오지 않지만, 홈즈만큼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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