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몽영, 삶을 풍요롭게 가꿔라 - 임어당이 극찬한 역대 최고의 잠언집
장조 지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스마트폰을 옆에 끼고 다닌다. 2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경고를 도처에서 들었지만 이제는 그 경고가  무색해질 만큼이나 생활의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처지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운동, 학습, 요리,음악,  쇼핑, 카드결제와 같은 앱과 소셜 네트워크는 일상과 늘 연결되어져 있는 생활밀착형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책을 읽을 시간이 점점 더디어지고 있다. 게다가 책을 읽는 일이 다른 일을 할 때보다 더 많은 집중력이 필요함을 새삼 느낀다. 시간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는 스마트폰의 접속으로 가끔 고독할 자유를 침해당하는 기분도 든다.  그래서 지그문트 바우만은 우리에게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들에 경고를 날렸던가. 《유몽영》은 디지털이 선사한 광속의 시간 안에서 느림과 절제의 시간을 되찾아 주며 잃어버리고 있었던 고독한 사유의 기쁨을 만끽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철학서이다. 

 

동양철학은 수신의 학문이다. 서양철학의 출발은 그 대상이 신이던 자연이던 밖으로만 치닫고 있는 반면에 동양철학의 출발은 내면세계를 향한다. 수신이라는 나무에 제가와 치국, 평천하라는 열매가 열린다는 개념으로 자신의 삶을 완성하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자 가치이다.

 

조용히 앉아 생각하는 정좌를 하지 않으면 바쁜 행보가 얼마나 빨리 정신을 소진시키는지 알 길이 없고, 이리저리 불려 다니는 범웅을 당하지 않으면 한가한 행보가 얼마나 참되게 마음을 길러주는지 알 길이 없다.” -유몽속영 제 24-

 

유몽영은 청나라 강희제 때 장조가 쓴 소품 잠언집이다. 장조는 자가 산래, 호가 심재로 순치 17년 안휘성 흡현에서 태어났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실학자인 유득공과 이덕무 , 정약용이 유몽영을 읽었다. 게다가 청조에는 조석수가  <유몽속영>을 짓기도 하였다. 역자는 유몽영을 내용별로 분석한 후 총 305칙에 달하는 <유몽영><유몽속영> 의 잠언을 네가지로 나누었다.

첫째, 독서와 문학( 57칙)

둘째, 자연과 예술(83)

셋째, 꽃과 여인(43칙)

넷째, 인생과 처세(122칙)

 인생과 처세를 논하는 내용이 많은 것은 <유몽속영>의 내용이 이와 관련된 게 많기 때문이다.

 

책을 수장하는 장서가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필요할 때 능히 찾아보는 간서가가 되는 게 어렵고, ‘看書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능히 책을 읽고 이해하는 讀書(독서)가가 되는 게 어렵고, ‘독서가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책을 통해 배운 지식을 능히 실제에 활용하는 (능)가가 되는 게 어렵고,‘능용가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능히 머릿속에 체계적으로 정리해 기억하는 (능)가가 되는 게 어렵다.”

 

장자사상의 핵심어 '물화'는 만물이 모두 같다는 뜻으로 '나'와 외물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가 된 일종의 무아지경에 해당한다. 불가에서 말하는 물아일체와 같다. 노자의 무위자연과도 일맥상통한다. 책은 채근담처럼 인생과 처세에 관한 잠언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풍류를 즐기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유유자적한 삶이 주는 의미를 반추하게 한다. 채근담보다 쉽게 쓰여져 있고 간결한 문장에 삶의 철학을 응축해 놓아 읽고 나서도 여운이 많이 남겨지는 명문장들이 많았다. 채근담 이전 시대인지는 모르겠으나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한자어가 아닌 느낌도 들었다. 유몽영 잠언집으로 가출했던 고독의 시간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제자백가의 학문은 크게 수신제가와 치국평천하로 나눌 수 있다. 수신제가는 독경, 치국평천하는 독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헤겔의 말을 인용해 표현하면 '독사'를 배제한 독경은 맹목적이고, 독경을 배제한 독사는 공허하다'고 표현할 만하다. 

 

제35칙 대상완월 臺上玩月 (노년 독서는 누대 위 완월과 같다)

소년 독서는 문틈사이로 달을 엿보는 극중규월, 중년 독서는 뜰에서 달을 바라보는 정중망월, 노년 독서는 누대 위에서 달을 감상하는 대상완월과 같다. 누대 위에서 달을 감상하는 까닭에 천지 사방을 두루 밝히는 달빛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모두 살아온 세월에 따라 터득한 바도 천심이 있기 때문이다.

 

속36칙 습정축망 習靜逐忙 고요함을 익히며 바쁘게 지내라

고요함을 익혀야 하루가 긴 줄 알고, 바쁘게 지내봐야 하루가 짧은 줄 알고, 독서를 해야 하루하루가 아까운 줄 안다.

 

속37칙 중년한경 中年䦘境 한가한 중년이 되지 마라.

소년에는 순탄한 순경에 처해서는 안 되고, 중년에는 한가한 한경에 처해서는 안 되고, 노년에는 껄끄러운 역경에 처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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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5-07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가한 행보가 얼마나 참되게 마음을 길러주는지‥ 부산스러운 날들에 필요한 절제술일 것 같네요. 드림님에게도 그런날들이시길요~

드림모노로그 2015-05-07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시지요~~^^
어느새 꽃이 지고 신록이 푸르러지는 입하를 지나고 있네요~~
바쁜 시간들에 마음을 뺏기기 보다는 그 시간들을 누르며 여유롭게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프레이야님도 바쁘신 가운데 여유로운 5월을 누리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