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C 힐러리 로댐 클린턴
조너선 앨런.에이미 판즈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보궐선거 야당의 참패이후 격돌하던 여야정치 갈등은 오히려 소강상태에 들어선 느낌이다. 여당은 마냥 기뻐하기에는 마무리 지어야 할 사안들이 많이 남겨져 있고 야당은 선거의 패배 원인에 대한 분석조차 티미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힐러리의 책이 출판사에 봇물 터지듯이 출간되고 있다. 한때 오바마에 대한 책이 봇물을 이루었던 시절과 비슷한 현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힐러리가 대단한 여성이라는 사실이 실감난다. 물론 오바마 역시.


2008년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대패한 힐러리가 오바마가 제안한 국무장관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정치적 행보를 그린 책으로 , 그들이 거느리고 있는 선거캠프의 소리없는 전쟁을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리나라 정치에서 보기 힘든 ‘화합’ 즉 유니티(unity) 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힐러리가 민주당 예비 선거 대패후 오바마가 제안한 국무장관직을 수행하면서 두 후보의 지지자들의 충돌은 더욱 거세어 졌다. 백악관의 보좌관들은 힐러리 팀이 패배한 후에도 콧대를 꺾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고 힐러리 팀들은 오바마의 보좌진들의 젊은 혈기에 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양측의 보좌관들은 대선 후보 경선의 앙금을 씻어내지 못하였지만 두 진영의 화합을 꽤한 것은 오바마와 힐러리 두 사람이었다. 힐러리는 자신의 보좌진들에게 ‘졌어도 품위를 잃으면 안 돼’ 라고 다독였고 '그는 대통령이야' 라며 예의 바른 존중의 표현을 하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역시 시간만 되면 힐러리를 공격하는 보좌진들에게 옛 원한을 버리고 최대한 품위있고 정중하게 국무장관으로서 힐러리를 대하라고 강경한 태도로 지시했다.

 

 

 

PART 1
01 힐러리의 살생부
02 패배했어도 품위를 지켜라
03 예측된 위험
04 우리와 그들

PART 2
05 심어진 곳에서 꽃을 피워라
06 내각의 최고 실력자로 우뚝 서다
07 “우리가 해냈어, 친구”
08 “나를 앱처럼 사용하세요”
09 오바마 걸(girl)

PART 3
10 희망과 위험
11 수면 아래에서
12 힐러리의 정치학
13 HRC 브랜드
14 빌 클린턴의 외조
15 리비아의 화약고 벵가지

 

 

《HRC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정치인으로서의 힐러리의 진면모를 보여주는 정치 르포르타주이다.  오바마가 힐러리를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한 부분 역시도 우리나라 정치에서 보기 드문 모습이어서 한편으로는 매우 모범적인 정치문화를 보는 느낌도 들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이런 화합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정치에 대한 혐오가 지금처럼 극으로만 치닫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씁슬함을 삼키며 정치의 프레임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한다.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허나 최근에 들어서서는 ‘공화’의 개념이 쏙 빠진 채 달리는 민주주의 과속열차에 타고 있는 기분이다.  개인이나 개별적 집단의 권리와 자유만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정작 추구해야 할 사회의 공동선의 추구와 공동세계 구축은 뒷전이 되었다. 민주와 공화가 함께 어우러져 참여와 소통과 헌정주의를 추구하는 사회가 되었더라면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의 소통이 원활해지고 서로 이해하고 합의하는 사회분위기를 기대하였을 텐데 한국정치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개인의 자유와 집단의 권리만이 남발되는 파편적 정치문화 형태로 자리잡아 가는 기분이랄까.

 

도처에서 묵도되는 갈등과 반목의 길목에서 투쟁과 시위로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시민단체들이 난무하고  개인과 집단 이기심에 따른 분출에 대한 혼란에 이데올로기 싸움으로 번져가고 있는 진보와 보수의 충돌에 오랜 세월 곪아가고 있는 지역갈등 뿐 아니라 인터넷 문화의 확산으로 더욱 극심해진 세대간의 갈등은 이제 단절의 국면으로까지 치닫는 상황에서 정치에 대한 이해의 폭 역시도 이제는 차이가 아닌 불통의 국면에 다다랐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화합과 소통, 공동의의 선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안도 없이 비난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이다. 이는 <공화와 민주의 나라> 에서 이동수가 밝히듯 자신의 권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개인과 집단들의 힘이 충돌하는 '권력정치(politics)가 한국정치 현장에서 여전히 득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그동안 억압받다 아무런 여과없이 한꺼번에 분출된 새로운 권익과 또 이 도전으로부터 기득권을 한사코 지키려는 기존의 권익 모두, 공동체와 공동선에 대한 고려 없이 '권력투쟁'에 진력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힐러리와 오바마가 연대하면서 서로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협력하는 과정은 바른 정치의 시금석이라 할 수 있다.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패배 한 후 오바마를 적으로 돌리지 않았을 뿐더러 오바마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커다란 요인이었던 유권자들과 소통과 홍보하는 전략을 전적으로 흡수하여 차기 대선 후보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오바마의 그림자처럼 보였던 힐러리는 오바마 임기 두 해를 거치면서 명망이 빛나기 시작한다.  아이티 지진에서부터 러시아와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 이란에 대한 제재 조치에 이르기까지 잇따른 복잡한 외교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오바마의 그림자인 줄 알았던 힐러리가  결코 구름사이에 가려지지 않는 해라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차기 대선 후보인 힐러리의 책이 출판사마다 앞다투어 출간하는 것을 볼 때에도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차기 대권 주자 후보 힐러리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파편화된 정치 형태를 띠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에 시의적절한 책이다.  서로 대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목적과 수단을 불사하지 않는 정치인들에게는 상대에게 조금 더 너그러울 수 있는 패를 ,  자신의 이익과 권리만을 앞세워 투쟁만을 일삼는 이해집단들에게는 공공선이란 무엇인가를  ,  타인의 의견에는 관심없으면서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는 지식인들에게는 공동 세계의 구축에 대한 열린 단상을,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린지 백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의 정치와 이제 민주화가 뿌리 내린지 겨우 30년을 지난 우리나라가 비교대상이 되긴 힘들다. 허나 성숙된 민주국가가 되기 위한 노력은 멈추지 말아야한다. 그런 면에서 힐러리에겐 배울 점이 아주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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