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1 - 태조에서 세종까지 역사저널 그날 조선편 1
역사저널 그날 제작팀 지음 / 민음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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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볼일 없는 하루를 산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그 하루가 나의 역사를 이루고 있다. 미시적으로 역사를 본다는 것은 이 별 볼일 없는 하루에서 특별한 순간을 포착한다.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거대한 허리케인을 몰고 오듯 역사는 미시와 거시의 두 관점으로 살펴보아야 시대의 삶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다. 삶은 그야말로 예측불허이며 어떤 변수를 가져올지 누구도 모르는 것이다.  '역사'를 이해한다는 것은  예측불허의 삶을 예측가능한 삶으로 만들어주는 유일한 통로라는 함의이다. 따라서, 다각도의 채널로 다양한 관점으로 역사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역사서는 사고의 지평뿐 아니라 고착되어 있는 이론에 유연성까지 더해주며 시대흐름을 통찰할 수 있는 안목을 선사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연코 최고라 할 수 있다.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역사저널 그날을 한번 보고는 계속해서 챙겨보게 되었다.  역사를 잘 알아서 챙겨본 건 아니고  프로그램에 나오는 패널들이 흥미로왔던 이유다. 실은 류근 시인을 시집으로만 볼 때는 조금 시니컬하고 심하게는 니할리스트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방송에서 보니 많이 달랐다. 게다가 정말 좋아했던 김광석의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의 작사가라는 것도 의외였다. (이제까지 김광석 작가인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역사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논리정연하면서도 고리타분하지 않았다. 류근 시인과 쌍벽을 이루는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용 감독과의 만담 같은 대화도 시종일관 웃음을 주는 요소였다.  

 

KBS역사저널 그날 제작팀은 삶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를 ' 만남'이라 하며 한 시대를 운명지었던 '그날'에 주목한 역사보따리를 꾸렸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사람들의 만남은 역사의 흐름을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이자 운명이다. 500년이라는 거시적 역사의 흐름에서 주목한 미시적 만남의 순간들은 조선 역사안에서 숨겨져 있던 나비의 수많은 날개짓이다.

 

 이성계와 정도전의 만남은 조선이라는 새 나라의 창조를 가져왔다. 정도전은 조선의 정신적 지주로  이성계는 실질적 지주로서 실리에 입각한 '합리'라는 개념으로 세워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나라(당시 시대상으로는 최초)다. 정도전과 이성계의 만남은 조선의 정신이라 할 수 있지만 반면 정도전과 이방원의 만남은 조선을 당쟁과 역모의 시작을 보여주는 작은 날개짓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도전을 죽인 후 왕이 되자 죽을 때까지 태조 이성계의 미움을 받으며 살았던 이방원이 적장자였던 양녕에게 왕위를 물려주지 못하면서 시작된 왕권다툼은 세종이후 조선 역사를 권력과 대립의 나라로 물들어 갔으니 지나친 비약도 아닐 것이다. 양녕과 어리의 어긋난 만남은 양녕을 왕세자에서 폐위하는 결과를 가져오지만 조선 역사에 세종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는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집현전을 부활시키고 인재를 고루 등용하며 위로는 4군 6진을 설치하고 아래로는 대마도를 정벌하며 조선 최초로 국민투표가 열리고 한글창제라는 위대한 업적은 이렇게 아주 작은 사건들이 모여서 이룩해 낸 허리케인인 것이다.

 

작년 민음사에서 나온  민음한국사 '15세기 조선의 때이른 절정'에서는 태조, 태종, 세종,성종에 이르는 전근대를 그 어떤 시대보다 중요하게 보고 있다. 나는 그 이유를 이 책을 보면서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 기존 한국사에서 부정적인 측면만 보아오던 것과 달리 '역사저널 그날'은 정도전과 이성계가 꿈꾸었던 이상의 나라위에 세워진 조선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 살아있는 역사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새롭게 회자 되고 있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 고 말한 처칠의 유명한 문장처럼 현재의 우리를 있게 한 것은 조선의 그날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유구한 역사에 있다. 다행이도  2017년 부터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으로 선정 되었다. 역사가 아닌 영어가 필수과목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의 모순된 교육현장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지만 이제라도 시작한다는 것자체를 고무적이라 생각한다.  (책과 프로그램을 같이 보다보니 서평이 늦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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