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나익주 감수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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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나는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어린왕자가 그린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그림이 떠올랐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의 외형적 프레임은 다 알다시피 모자이다. 아무리 보아도 코끼리를 삼킨 뱀을 그린 어린왕자의 그림은 모자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그 전에도 이 그림을 떠올린 적이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엽기적인 사진 가운데 전갈을 삼킨 채로 죽어 있는 뱀의 사체를 보면서도 나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을 떠올렸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이 유명해진 것은 모자로만 보여지는 단순한 그림프레임 안에 담긴 본질까지 꿰뚫을 수 있는 사고의 확장(창의성)에 있다. 재미있는 것은 실제로 코끼리와 같이 자신보다 몸집이 큰 동물을 삼키다가 배가 터져 죽은 뱀들이 꽤 많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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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춘삼월, 경남은 진보와 보수의 접전이 가장 치열한 곳이 되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경남도지사가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특히 거창은 한 차례 법조타운 건립으로 진보와 보수간의 한 차례 전쟁을 치른 후라 약간의 소강상태에 있지만 여전히 온라인에서는 무상급식에 대한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은채 소리없는 전쟁중이다. 무상급식 중단이 전국적 이슈가 된 것은 선별적 복지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다. 보수진영에서 차기대선 주자인 도지사가 기존 무분별한 교육 예산에 대하여 감사를 받을 것을 제안하자 진보 진영의 교육감이 이를 거부하게 되면서 사안이 일파만파로 커지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아이들 밥그릇을 가지고 정치적 논리로 어른들이 싸우고 있는 모습을 좋지 않게 보는 시각도 있지만 복지라는 커다란 프레임으로 볼 때 언젠가 한번은 겪어야 할 충돌이라 보여진다. 이렇게 보수와 진보의 마찰은 미국만의 문제뿐 아니라 최근 우리나라에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정치현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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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저명한 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는 이러한 진보와 보수의 차이를 프레임의 문제로 해석한다.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로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의 형상을 한 모자라 할 수 있다. 뱀이 코끼리를 먹어도 뱀이라는 형상은 변하지 않는다. , 내용에 상관없이 프레임은 고정불변인 것이다. 프레임은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과 우리가 짜는 계획,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 우리가 행동한 결과의 좋고 나쁨을 결정하는 커다란 틀로서 정치에서 프레임은 사회 정책과 그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만드는 제도를 형성한다. 그렇기에 프레임을 바꾸는 것은 이 모든 것을 바꾸는 일이다. 따라서 프레임을 재구성한다는 말은 곧 사회 변혁을 의미한다.

 

 

 

 

  프레임은 직접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다. 프레임은 우리 인지과학자들이 인지적 무의식이라고 부르는 것의 일부다. 인지적 무의식이란 우리 뇌 안에 있는 구조물로서, 의식적으로는 접근할 수 없지만 그 결과물을 통해 그 존재를 알 수 있다. 이른바 상식은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이고 자연스러운 추론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한 추론은 우리의 무의식적 프레임에서 나온다. -p11

  

저자는 책 제목인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세요!” 라고 말하면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 말을 듣는 즉시 머릿속에서는 코끼리라는 프레임을 활성화하는 것에 착안하여 프레임을 정의한다. 우리가 어떤 프레임을 부정하면 반대로 그 프레임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논의하는 프레임의 재구성은 정직성과 도덕성에 기초하고 있다, 프레임 재구성은 의견이 상반되는 이들을 이해하는 과정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책에서는 '이중개념주의'라는 전문용어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들은 쉽게 말해 보수도 진보도 아닌 중간층에 해당되는 사람들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중개념주의는 정치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정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로서 이 책에서 등장하는 유권자는 이해시키기 위한 대상자인 불특정 다수를 뜻한다.

  보수주의자들은 원리를 바탕으로 한 엄격한 아버지의 도덕성을 바탕으로 한다면 진보주의자들은 자상한 부모 유형의 도덕성으로 보살핌과 배려의 도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구별되며 저자는 진보주의자들이 보수주의자들과 '중간층'인 유권자들을 이해시키기 위한 방법을 인지과학분야와 미국 정치상황의 사례를 통해 비교 설명하여 주며 기존의 고착화되어 있는 프레임을 새롭게 재구성하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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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진보가 흔히 믿는 "진실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진보의 헛된 희망일 뿐이라 한다. 인간의 뇌가 합리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인지과학에서 밝히고자 하는 이론이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진보가 보수를 앞장서야 한다. 하지만 미국의 현실이나 한국의 현실에서 진보는 '중간층'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다.(그 점에서는 참 안타깝다) 저자는 진보가 보수를 설득하기 위한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 진보가 수용해야 할 문제점이라 본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의 프레임은 모자였지만 현실의 보아뱀은 무리한 시도로 배터져 죽은 뱀의 형상만이 남아있는 것이다. 세월호 이후 현재의 무상급식까지 진보와 보수가 팽팽하게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소위 '중간층'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했다. 무리하게 코끼리를 삼키다가는 이내 배가 터지는 상황이 되지 않으려면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을 과학적인 토대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결국 진보와 보수의 싸움 사이에 낀 새우들만 등터지는 격이니 말이다.

   

# 당신이 진보라면 읽어볼 만한 구절

-여러분이 응대하는 보수주의자에게 반드시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라. 상대방에게 존중을 표하지 않으면 아무도 우리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말을 경청하라. 그들의 말에 단 한 마디도 동의할 수 없더라도,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아야 한다, 진심으로 대하라. 비열한 언행을 삼가라. 그쪽에서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악을 악으로 갚아봤자 좋을 것이 없다. 어쨌든 상대방을 존중하고 다른 뺨도 돌려대라. 여기에는 남다른 품성과 긍지가 필요하다. 품성과 긍지를 보여주어라.

-소리 지르면서 싸우지 마라. 급진... 우익은 문화 전쟁을 필요로 한다. 소리를 지르는 것은 그러한 문화 전쟁의 담론 형식이고, 교양 있는 담론은 '보살핌 도덕'의 담론 형식이다. 토론이 예의를 갖추기 시작하면 우리가 이긴다. 우리를 소리 지르게 만들면 그들이 이긴다.

-하지만 정당한 분노는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정당한 분노는 품을 줄 알아야 하지만 표출은 절제된 방식으로 해야 한다. 우리가 절제력을 잃으면 그들이 이긴다.

-정상적인 보수주의자와 역겨운 이념가를 구분하라. 대부분의 보수주의자들은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사람됨과 친절함과 호의의 감정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침착하라. 침착함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표시다.

-유머 감각을 발휘하라. 선량한 유머 감각은 자기 자신을 편안하게 느끼고 있다는 표시다.

-세상에는 맣은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화를 진행하면서 우리가 할 일은 품위 있고 존중받는 위치를 확보하고 이를 지켜나가는 것이다,

-완고한 보수주의자들을 개종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상대방의 주장을 부인하는 흔한 실수를 저지르지 마라. 대신에 프레임을 재구성하라. 프레임으로 구성되지 않은 사실은 우리를 자유롭게 할 수 없다. 사실을 진술하고 그 사실이 상대편의 주장과 모순됨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프레임이 사실 이긴다. 프레임은 유지되고 사실은 튕겨나간다.

-상대편의 진짜 목적이 그가 말하는 바와 일치하지 않는다면, 그는 정직하지 못한 것이다. 예의바르게 그의 진짜 목적을 지적해주고 프레임을 재구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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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2015-04-07 1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