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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란 무엇인가 1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ㅣ 파리 리뷰 인터뷰 1
파리 리뷰 지음, 권승혁.김진아 옮김 / 다른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전 편지를 쓰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는 것이 조금은 부끄러웠습니다. 아니 편지지 가득 넘쳐나는 감정의 편린들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고 해야 더 진솔한 표현이겠지요. 그러나, 문득 편지가 쓰고 싶어졌습니다. 바로 이 책 《작가란 무엇인가 》라는 책 때문입니다. 읽는 동안 벅차오르는 감동을 누르기가 힘들었습니다. 행간 가득히 넘쳐나는 작가들의 인터뷰는 인고의 고통으로 태어나는 진주처럼 고귀함으로 반짝거립니다. 작가들의 삶과 생각, 세상을 관통하며 읽어내는 진리의 파편들이 날아와 가슴에 돋을 새김으로 새겨집니다. 작가들의 언어는 제 심장에 타투를 새기는 것처럼 강렬했습니다. 이어 온몸에 퍼지는 문장의 온도는 작가의 마음이 전이되듯 뜨거웠습니다.
페르시안 문학과 서구문명과의 충돌에서 빚어지는 문화적 갈등을 문학에서 보여주고 있는 오르한 파묵이 국내에서 위험한 정치인물로 낙인 찍힐 수밖에 없었던 터키의 정세를 들으면서 문학이 파생하는 문제에 대해 심도 깊은 고민을 하며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키치의 세상을 마주하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헤밍웨이가 작가로서 가지고 있던 긍지나 일상이 빛나 보이고 필립 로스가 문학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삶의 틈새를 발견하는 기쁨을 느꼈습니다. 이 책은 그렇게 문학의 틈새를 작가들의 눈과 입을 통해 메꾸어 주고 있습니다.
글쓰기를 ‘사랑의 행위’라고 하는 움베르토 에코, 포크너의 책을 읽고 삶이 달라졌다는 오르한 파묵, 일본의 삶을 그리고 싶다는 무라카미 하루키,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곧 글쓰기라는 폴 오스터, 인간 본성과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바로 악이었다는 심리 스릴러의 대가 이언 매큐언, 도덕적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필립 로스 등, 그들의 이야기는 가슴에 스며들어와 또 한번의 파란을 일으킵니다. 소설처럼 진지하고 시처럼 아름답고 드라마처럼 흥미진진합니다.
작가의 삶을 같이 느끼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제게는 무척 커다란 행운이었습니다. 지구 한 바퀴를 돌아도 절대 만나지 못할 이들을 이 한권으로 만났다는 것만으로 즐거웠습니다. 호수의 수면 같이 깊고 아름다운 작가의 내면에 침잠되어 있는 고독과 외로움을 보며 작가는 자신을 태워 삶을 잉태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장에 타투를 새기듯 작가의 삶을 읽겠습니다. 닿지 않을지라도 쓰겠습니다. 사랑과 존경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