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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의 인형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작년에 궁극의 아이를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장용민 작가의 신작이 나오자마자 구입했다. 이번 작품 역시도 꽤나 스펙타클하고 방대한 스케일이다. 궁극의 아이를 밤새 읽으면서 책을 덮는 순간 흘러내렸던 감동의 눈물을 아직도 기억한다.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추리소설에 그렇게 감명받기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이번 작품 《불로의 인형》은 내가 다시보고 싶은 추억의 영화에 꼽는 공리 주연의 《진용》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공리가 아름답기도 했지만 서복이 불로초를 찾아가기 위해 동행했던 수많은 궁녀들과 진시황의 병마용갱의 토용들의 웅장함에 감탄했었던 영화다.
촉망 받는 미술 큐레이터 가온에게 시한부 선고가 내려진다.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살았던 가온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홀로 외롭게 살아가던 중 암진단을 받고 절망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다. 그런 가온에게 아버지의 갑작스런 부고와 더불어 알게 된 배다른 동생 설아는 황당하고 어이없는 만남이었다. 그러나, 설아가 간직하고 있던 기이한 인형으로 인해 가온은 순식간에 쫓기는 자가 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의 표적이 되어 버린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설아마저 괴한에게 납치당한다. 그러던 중 가온은 꼭두쇠였던 아버지에게 비밀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우연히 꼭두쇠에게 내려오는 일지를 보게 된다. 아버지가 남긴 기이한 인형의 정체는 갑신정변의 김옥균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었고 김옥균과 얽혀있는 삼합회의 정체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일본의 에노모토, 중국의 삼합회, 원항적, 한국의 SD회장의 중심부에서 네번째 인형을 찾기 위해 찾아간 귀도시의 마무시와 같은 기이한 캐릭터와의 만남과 진시황의 병마용갱안에서 벌이는 추격전까지 숨 쉴틈 없이 몰아대는 서스펜스의 끝판왕을 볼 수 있다.
이야기 안에 또 다른 이야기 창애의 전설 또한 흥미롭다. 불로초의 전설에서 시작하지만 작가는 서복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인 비운의 캐릭터 꼽추 ‘창애’를 등장시킨다. 우여곡절 끝에 불로초를 손에 넣은 창애를 잡아다가 갖은 고문을 하지만 불로초의 비밀을 알지 못한 서복은 창애가 아들 담멸에게 전해주기 위해 여섯 제자에게 여섯 개의 인형을 만들어 떠나게 한 사실을 알게 된다. 여섯 제자들이 뿔뿔히 흩어짐과 같이 인형도 뿔뿔히 흩어졌고 불로초의 전설처럼 불로의 인형 역시도 2천년이란 세월을 흘러온 것이다.
이 책은 영원한 생명이라는 인간에게 가장 보편적인 욕망을 매개로 하여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 사이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팩션 스릴러다. 불로의 꿈을 가졌던 진시황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불로장생을 꿈꾸며 불꽃을 향해 달려가는 인간들은 마치 불꽃앞에서 명멸해가는 하루살이 운명과도 같다. 시간의 유한성이 인간의 삶을 더욱 가치있게 한다. 죽음에 대한 생각이 삶의 의미를 회복시켜준다는 관념은 오랜 역사를 지닌 것임에도 영원한 생명이 주는 유혹에는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린다. 죽음을 초탈한 주인공 가온은 영원한 생명이 주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유일한 캐릭터이다. 어쩌면 그 초탈함이 가온을 위기 앞에서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불로초의 전설로 하나씩 꿰어가는 이야기 보따리는 한국의 꼭두쇠이야기와 갑신정변을 한땀으로 엮고 다시 일본과 중국의 삼합회까지 한 땀을 엮는다. 소설은 핍진성까지 겸비하여 팩션과 픽션을 종횡무진하며 스펙타클하게 무결점을 향해 질주한다. 하지만, 옥의 티라 할까. 가온과 설아의 사랑이야기에서 뭔가가 어설프다. (분명 창애의 자식은 아들인데 중간에서 딸인지 아들인지 모를 선남이가 다시 설아가 되어 여성이 되는... 과정이 공감이 안가고 갑자기 마지막 삼합회에서 똑똑한 여성으로 변신하는 부분이 반전이라 하기에는 쌩뚱맞은 전개로 보였다. 그럼 설아가 양성애자? ) 그 부분에서 2% 살짝 아쉬움이 남지만, 장용민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의 얼개는 대단하다. 다음 작품도 무조건 기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