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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혀 죽겠거든, 철학하라 - 인생의 힘든 고비에서 나를 잡아준 책들 ㅣ 인문낙서 1
홍정 지음 / 인간사랑 / 2014년 10월
평점 :
삶에서의 불행은 현실이 되기 전에는 실감하지 못한다. 남보다 평온한 여로를 지나온 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갈수록 때때로 찾아오는 삶에서의 '부침'은 삶에 새로운 철학을 부여해주는 시간을 선사해주기도 한다. 젊었을 때는 불행이 나만 피해가는 기분에 우쭐대기도 하였고 남보다 조금은 낫다는 오만함으로 실존의 존재인 ‘나’를 망각하게 되기도 하지만, 밥벌이의 지겨움과 사회적 책임의 무게가 한 쌍의 수레바퀴가 되어 굴러가게 되는 중년의 삶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거친 바다에 떠있는 부표처럼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거친 파도처럼 요동치는 중년의 삶에 난파나 충파를 겪지 않으려면 결연하게 방향타를 놓지 않는 삶의 키잡이가 되어야 한다.
《숨 막혀 죽겠거든 철학하라》의 저자 홍정은 살기 위해 사유하는 인문인이자 철학 낙서가이다. 어느 날 찾아 온 불행-아버지의 사고사와 동생의 자살-로 죽음의 문턱에서 방황하던 저자에게 날아 든 ‘철학’은 거친 바다에 떠 있는 부표 같았던 저자를 구원해 주는 구원의 동앗줄이었다.
저자는 ‘삶은 부정과 그 부정이 지니는 고통으로 이행하면서 거기에서 나오는 대립과 모순을 제거할 때 비로소 스스로를 위해 긍정적으로 된다. 물론 만약에 그런 모순들이 해결하지 않은 채 계속 모순으로 머물면 그때 삶은 그 모순 때문에 무너지게 된다.’ 라며 삶에서의 ‘부정과 모순’을 반복하며 자신의 중심을 깨달아가야 한다고 한다. 삶에서 수많은 부침에서 깨달은 ‘부정과 모순’을 깨닫는 과정이야말로 ‘나’의 본질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사고사와 동생의 자살로 세계의 본질에 천착하게 된 저자는 쇼펜하우어의 사상에 경도되며 니체가 쇼펜하우어의 삶을 부정하는 의지를 통해 삶을 고양시키는 힘으로 바꾸는 것처럼 철학자들의 경구들로 통해 마주한 삶에 대한 진경을 소개해 주고 있다.
니체의 트라우마였던 아버지와 남동생의 죽음과 잇다른 몸의 고통으로 니체가 깨달았던 영원회귀 사상이 결국 허무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피하기보다는 당당히 받아들이며 현재 찰나의 순간을 긍정하는 것이였듯이 저자는 숨이 막힐 듯한 고통의 문턱 앞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는 힘을 니체와 세네카, 소크라테스, 몽테뉴, 플라톤 과 같은 철학자들의 '삶'을 철학한다.
진리의 언어는 그 자체로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지만, 생각하는 삶을 살게 해준다. 진리의 언어는 지금 우리의 삶을 설명해주지 않지만, 오늘도 우리가 진실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준다, 형이상학은 우리를 ‘알게’ 해주는 게 아니라, 우리를 ‘살게’ 해주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점을 간과했던가!)-p74
중년이라는 삶에 가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 단연코 '철학'이라 할 것이다. 조금씩 노쇄해져 가는 육체를 이끌고 삶이라는 수레바퀴를 돌린다는 것자체가 중년의 삶에 직면한 고통이자 절망이다. 많은 곳이 낡아서 더이상 버틸 수 없게 되어 무너져버리는 배가 아닌 스스로 정비하여 다가오는 폭풍과 불행에 대비하는 선장이 되어야 할 때가 중년이라는 변곡점이다. 삶에서의 부정과 그 부정이 지니는 고통을 이행하면서 대립과 모순을 제거할 수 있을 때 삶이라는 화두는 완성된다. '나' 라는 삶을 완성하는 척도는 바로 이 책 '숨 막혀 죽겠거든 철학하라'에 있다.
‘나’란 화두는 내가 죽을 때까지 놓지 않고 끈질기게 물어야 할 근원적 물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