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노믹스 - 21세기 경제 시스템
사이드 돌라바니 지음, 박세연 옮김 / 엘도라도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속히 인기를 얻은 경제학 분야는 다름아닌 '행동경제학'이다. 심리학의 통찰력과 방법론을 받아들이면서 인간의 다양한 행동에 대한 예측을 가능케 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현실적인 경제학이다. 인류만큼이나 오래 된 경제학이란 학문은 역사에서 문화를 바라보는 정치적 관점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했다. 금융위기 이후로 경기 침체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행동경제학은 자본주의의 실질적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대 경제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변화무쌍해지고 있는 가운데 행동경제학과 진화경제학의 완성판이라 할 수 있는 《밈노믹스》는 지금까지의 모든 경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이다.

 

 경제와 정치, 과학 등에서 모든 학문간의 경계를 뛰어넘어 전체 맥락을 짚어가는 의미의 통섭학문이 주목을 받고 있다. 통섭의 사전적의미인 ' 큰 줄기를 잡다, 모든 것을 다스린다, 총괄하여 관할하다.'라는 의미의 제목처럼 학문간의 경계를 뛰어넘어 새지평을 여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자본주의의 실패를 해석하는 밈노믹스의 접근방식은 통섭의 학문으로 이전의 방식들과 차이가 있다. 밈노믹스는 인간 발달의 계층적 특성을고려하고 60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이뤄진 가치 시스템 연구를 기반으로 경제적 사안들을 새롭게 정의한다는 데 가치있는 이론이다. 게다가 기존의 경제학으로는 설명 불가능하였던 인간 심리에 대한 설명이 가능해졌다.

 

밈노믹스는 두 가지 단어의 조합으로 이뤄진 신조어다. 유전자 (gene)’과 운율을 이루는 (meme)’은 인간 특성을 규정하는 정보를 전달하는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문화적 특성을 규정하는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여기에 경제학(economics)’이 합쳐졌다. 쉽게 말해 밈노믹스란 경제학의 결합이다. 밈노믹스는 경제를 문화 유전자 밈 개념을 차용해 만든 가치 시스템 밈(Value-system MEME, V-MEME)’으로 설명하고 바로 그 차원에서 미래 경제의 해법을 제시하는 경제학이다.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그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인 밈이라는 문화적 유전자는 사회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의 이면을 뜻한다.  밈노믹스는 인간 개인과 사회 및 문화 등 경제와 관련한 모든 요인을 생물학과 심리학, 사회학을 아우르는 통합적 관점으로 바라보자본주의의 심리적 DNA’라고 정의한 가치 시스템’ 8단계 나선형(spiral) 구조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인류가 만들어낸 사회·문화·정치·경제·기술 등이 서로 연결돼 나선형 궤도를 타고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는 관점으로 경제 현상을 바라보는 접근이다. 수학적 모형의 경제모형이 아닌 생물적-심리적-사회적이론을 통합해 적용함으로써 매우 견고하고 촘촘한 경제 이론 패러다임이다. 저자는 가치 시스템' 이라는 과학의 눈으로 경제 정책이 문화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살펴보는 연구로서 사회를 계층화된 관점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밈노믹스 연구는 거시적인 시선으로 경제를 조망하는 과학을 이해함으로써 각 단계의 가치 시스템이 빚어내는 양태를 간파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앞으로의 경제를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밈노믹스를 통해 경제 정책의 성공이나 실패를 규정하는 과정에서 문화적 가치 시스템이 차지하는 역할을 독특한 관점으로부터 설명한다. 거시적인 시선으로 심리학을 조망하고 있는 새롭게 떠오르는 과학을 이해함으로써 특정한 가치 시스템이 빚어내고 있는 행동과 이념들을 쉽게 간파하고 새로운 프리즘을 통해 바라봄으로써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과 단기적 개발의 위험성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밈노믹스는 자본주의의 진화 그리고 경제 시스템을 바라보는 고유한 관점을 제시한다. 행동경제학과 진화경제학의 계보를 이어주며 경제학 통섭을 꿰하는 야심찬 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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