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아이들 2 (무선)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0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0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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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후진국에 불과하던 인도가 독립과 동시에 추진한 5개년 계획의 수립이 한창일 때 살림 시나이는 타고난 초자연적인 능력 텔레파시라는 불가사의한 능력을 깨닫게 된다. 낡은 시계탑으로 숨어 들어 보게 된 세상을 바라보며 마치 예술가가 된 듯 한 착각에 빠져 이 땅에 존재하는 온갖 현실을 재능의 원료로 여기게 되는 과대망상의 아홉 살의 시기를 지나고 열 살로 향하고 있는 살림이 1권의 마지막이었다.

 

내가 말한 역사에서는 1947815일부터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다른 형태의 역사에 의하면 이 불가피한 날짜도 암흑기 칼리유가의 덧없는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칼리유가는 -우리나라가 주사위를 잘못 던진 시대, 모든 것이 최악인 시대, 재산이 인간의 지위를 결정하고 부를 미덕과 동일시하는 시대, 욕정이 남녀를 묶어주는 끈이 되어버린 시대, 그리고 거짓이 성공을 부르는 시대.... -(중략)

 

말하자면, 주사위를 잘못 던진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 살림을 포함하여 천명하고도 한명이 태어나 1957년까지 살아남은 581명의 아이들은 서로의 존재를 몰랐으나,  자전거 사고로 큰 충격을 받게 되자 살림 시나이는 자정에 태어난 아이들의 존재 모두를 알아차리게 된다. 마치 영화 엑스맨에서 강한 텔레파시의 소유자 찰스 사비에 박사를 중심으로 초능력자들이 모이듯이  살림을 중심으로 한밤의 아이들이 모이게 된다. 이들은 모두 초능력자들로 신기한 특징이나 능력을 지니고 있었는데 탄생 시각이 자정에 가까울수록 더 큰 재능을 타고 났다. 병을 낫게 하는 마력의 소녀와 보거나 들은 것은 어떤 것도 잊어버리지 않는 기억력의 소유자나 가장 높이 날아오를 수 있는 소녀, 시간여행의 능력을 타고난 소년등 모두 변신, 비행, 예언 , 마법 등의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신화가 지배하는 인도에서 시대에 역행하는 온갖 구태의연한 것들의 마지막 잔재였고, 믿을 수도 없고 믿고 싶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엄연하게 존재하는 현실이라는 (살림의 주장대로), 자유의 희망이자 인도의 희망을 투영하는 미래이자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살림의 한밤의 아이들 협회는 특별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혼란한 시대에 아무런 영향을 행사하지 못한다. 살림이 사회정치적 동향과 사건들에 아주 조금씩 영향을 미쳤고 (능동적으로, 직설적으로) 국가적 사건이 살림의 삶에 직접적인 (수동적으로-비유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과는 달리 한밤의 아이들은 이러한 연결방식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하여 역사와 하나로 맺어지는 것에 실패하였다. 이들의 실패는 20세기 근대화로 가는 길목의 인도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한밤의 아이들은 인도에 공존하는 현실, 신화와 미신의 나라를 대변하고 있는 시대의 아이들이였기에 근대화가 시작되는 무렵, 이들의 초능력은 이미 구태의연한 능력이나 다름없었기에 격동하는 시대에 휩쓸리는 개인의 삶의 비극만을 재현해 주는 장치에 불과하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고 살림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한밤의 아이들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이자 기억과 왜곡의 역사에 존재하는 아슬아슬하고도 추상적인 존재이다. 이것은 기존의 역사가 하나의 사실에만 의존하여 기록되지만, 실제로 역사의 거대한 흐름은 하나의 시점이 아닌 여러가지 시점과 기억속에서  선택하고 생략하고 변경하고 과장하고 축소하고 미화하고 헐뜯는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현실을 창조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각각의 사건에 대해 나름대로 복합적이면서도 대체로 일관성이 있는 해석을 하는 것이 역사에 필요한 시각이다.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파키스탄과 인도가 세 번의 전쟁을 치르는 동안 메리 페레이라가 저지른 아기 바꿈질의 폭로로 인해 살림은 인도 붐베이에서 파키스탄의 라왈핀디로 4년간 추방되고 한밤의 아이들과도 교류가 끊어진다.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중국과의 전면전으로 인해 인도가 풍비박산이 나게 되자 두 번째는 온 가족이 붐베이를 떠나 파키스탄의 카라치에 정착하게 된다. 파키스탄에 체류하는 동안  동생 자밀라 싱어는 국민가수가 되어  구멍 뚫린 침대보가 아닌 구멍 뚫린 금색-흰색 침대보를 통해서 노래하게 되었는데  파키스탄은 열 다섯 살 먹은 소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집안의 역사가 또다시 한 나라의 운명이 되는 사건이었다. 인도와의 수많은 전쟁으로 인해 파키스탄에서 이중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자신의 조국이 인도임을 잊지 않는 살림에게서  무지비한 역사의 소용돌이에서도 나라가 주는 의무와 정체성은 개인의 삶을 뛰어넘는 이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떤 의미에서 너의 삶은 우리 모두의 삶을 비춰주는 거울이니까.'

 

계속된 전쟁으로 나라가 혼란과 분열의 역사를 쓰게 되면 개인의 삶 역시도 똑같은 혼란과 분열을 겪게 되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개인의 삶과 역사, 기억과 왜곡이 서로 교차하며 촘촘하게 시간의 역사를 짜고 있으며 ,  세상의 모든 것이 상호작용하여 서로 영향을 주며 현실의 장을 이루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려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각 장의 이야기를 언어와 피클을 이용하여 기억을 영원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방법조차도 왜곡이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살림의 이야기는,  결국 독자들에게 매혹적인 인도의 역사에 절로 스며들게 하여 개인의 삶과 역사라는 톱니를 잇따라 맞물려 굴리는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에 올라타게 한 뒤  우리의 역사를 다시 돌아보고 꿰매는 '시간'이라는 피클을 선물로 남겨 주고 있다.  그가 남겨준 서른 가지 맛의 피클과  남겨진 하나의 빈병, 이 미래라는 빈병에 우리는 어떤 피클을 담글 수 있을까. 아브라카다브라! ~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는 이렇게 불완전의 그늘과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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