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인간 - 분석심리학자가 말하는 미래 인간의 모든 것
이나미 지음 / 시공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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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지금 어느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 교수는 '투명'이라는 이름하에 해체 되어 가고 있는 우리 사회를 '부정성의 진리'위에 새롭게 건설되고 있는 '디지털 파놉티콘(원형감옥) '이라 진단하였다. 그렇다면, 이 원형감옥의 다음은 어떤 미래일까. 상상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미션 임파서블><데몰리션 맨>,<아일랜드>까지 수많은 디스토피아 영화에서 우리의 획일화된 미래를 볼 수 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며 모두가 똑같은 옷을 입고 오히려 '생각'을 하는 인간은 위험한 인간으로 간주하여 철옹성 감옥에 가두어 놓는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그 디스토피아 미래에 깃대를 꽂고 신자유주의의 바다를 열심히 헤엄쳐 가는 중이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세상은 점점 투명해져가고 있고, 신자유주의의 미명아래 모든 것이 통제되며 관망하며 동일시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사회는 서로가 약속이나 한듯 긍정사회와 전시사회, 가속사회, 친밀사회, 정보사회를 넘어서 폭로사회로 더욱 조밀해지고 촘촘하게 변질되어 가고 있다. 아침 뉴스에는 여기서도 폭로, 저기서도 폭로를 외친다. 윤일병 사건에서 제주지검장의 성추문, 세월호 사건과 관련한 수 많은 이야기들이 도미노처럼 터져 나온다. 어디서부터 믿어야 할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르지만, 이러한 폭로전에 끼여 우리는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불안한 미래를 예감하며 암담한 현실을 살게 된다.

 

 

정신과 의사이자 분석심리학자인 이나미 박사는 《한국사회와 그 적들/ 추수밭》에서 우리 사회의 컴플렉스에 날카로운 메스를 대어 도려내듯이 통렬하게 현실사회를 진단한 바있다. 이 책 다음인간》에서는 미래와 심리를 연결하여 현실의 살아가는 힘을 일깨우는 분석심리학을 선보인다. 작은 스마트폰 하나로 세상과 소통하는 지금의 사회는 불과 몇 십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없던 미래였다. 이 손안의 컴퓨터가 등장함으로써 우리의 모든 생활패턴은 조금씩 이지러지기 시작하였고 먼미래에는 상상초월의 세계가 도래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 과거 <데몰리션맨>의 미래는 세월이 흘러 어느새 현실이 되었고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간 본연의 감각들을 퇴화시켰고 사회에는 무감동과 타성에 젖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영상 매체의 지나친 자극으로 인해 무욕인간과 사이코패스가 증가하고 있고 이러한 현실을 거부하고 떠도는 보헤미안형 인간들도 넘쳐난다. 거기에 남성성의 점진적인 퇴화와 양성화되어 가고 있는 인간들의 증가로 메트로섹슈얼의 하위문화가 점진적으로 퍼져갈 것이며 에볼라 바이러스의 공포로 전세계가 떨고 있듯이 전염병은 빠른 속도로 세계화 되어가고 세대간의 극심한 격차와 불통은 외로운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들을 일상으로 보며 매일 아침 축적된 독성물질로 먹거리의 위협 가운데 유전자 조작식품을 먹고 복제 기술의 발달로 로봇을 키우게 될 것이다.

 

 

이런 미래의 모습은 어느 날 짠하고 열리는 것이 아니다. 저자 이나미 박사는 현재 우리의 고통에는 의미가 있고, 현재의 갈등과 곡절은 모두 미래의 변화와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의 모든 증상이 과거를 말해주는 정보이지만 동시에 현재와 미래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뜻이다. 이른바 텔레올로지 이론이다. 저자는 20세기 초반 칼 융이 개발한 명상법으로 자신의 무의식을 깊이 들여다보며 미래를 상상해 현재의 힘든 상황을 이겨낸다는 적극적 상상 기법과 위의 텔레올로지 이론을 합쳐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상상 조감도를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현실과 연결하여 미래의 미시적인 전망을 통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연결해주며 강한 자기실현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지를 꼼꼼하게 짚어주는 효과가 있다. 이렇게 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는 것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원형적 에너지'라는 것인데 이 근원적이고 생래적인 인간 본연의 심성을 발견하여 미래를 희망적으로 그리자는 것이 이 책의 골자이다. 저자가 그려주고 있는 미래 조감도는 공포스럽기까지 하지만, 그 상상으로 우리에겐 얼마든지 현재를 개선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어떤 상상을 하든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윌리엄 깁슨) 바꾸어 말하면, 미래는 곧 현재의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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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21 15: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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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21 15: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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