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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 - 겸애와 비공을 통해 이상사회를 추구한 사상가, 국내 최초 완역판
묵자 지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며칠 전 읽었던 논어와 같이, 묵자 역시도 묵적 사후
제자들이 편찬한 책이다. 묵적을 존칭하여 묵자라고 부른다는데 묵자, 아무리해도 밥묵자로 들린다. 요즘은 이런 서민적인 언어 사용이 좋다.
밥묵자, 친숙하고 원초적이고
본능적이다. 묵가의 기본 텍스트 역시나 그렇다. 친숙하고 원초적이고 본능적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사상이라 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한무제의 '독존유술' (유학을 유일한 관학으로 삼음) 선포로 묵가의 전통은 끊어졌다. 78편 가운데 현재 53편만이 남아있지만,
그마저도 완전하지 못하다.
모든 사람을 차별없이 두루 사랑하라는
것은 기독교의 교리나 다름없다. 또한 불교의 자비와 같다. 묵가의 겸애는 종교와 같은 '사랑'을 뜻하지만 묵자의 ‘겸애’가
종교와 다른 것은 겸애의 실천방법을 세속적인 가치에서 찾은 데 있다. 묵가의 기본 사상이 되는
'겸애’와
‘비공’은 나와 남을 엄히 구별한 뒤 가까운 사람을 더욱 가까이 하는 유가의 親親(친친)사상을
부인하는 것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
천하의 이익을 두루 서로 나눈다는 뜻의 敎理(교리)이다. 자신의
몸을 사랑하듯 남의 부모도 사랑하여 자신과 남 사이에 어떠한 차별도 두지 않는 천하무인 사상이다.
또한 묵가는 주로 공인과 장인 내지 무사들로 이루어져 강한 결속력을
자랑하며 집단생활을 영위하였다. 이들은
열국의 군주와 백성들을 대상으로 묵가사상을 열심히 설파하면서 강대국의 침략위기에 놓인 약소국을 위해 방어 전술을 전하고 각종 수비용 무기와
설비를 직접 만들어 제공하기도 했다, 책과
문헌을 정리하는 설서 수공업 기능과 군사 기술을 익혀 몸으로 일하는 종사, 사상의
전파를 위한 논증과 언변을 갈고닦는
3가지
업무의 전문가를 집중 양성한 배경이다. 역사상
매우 보기 드문 정치결사체에 해당한다. 묵가는 공격성을 띤 전쟁을 극력 반대하였고 방어를 목적으로 한 전쟁만
용인하였고 실용주의에 입각해 자신들의 직업윤리를
가다듬었다. 묵가가
유가에 이어 사상 두 번째 제자백가로 등장한 배경이다. 그, 러, 나
“묵자는
고대에 너무 일찍 근대를 지향했다. 묵가는
그로 인해 절멸했다. 동시에
그 때문에 오늘날 우리에게 다시금 상기되는 특이한 학단이다.”
공자가 주(周)나라
문화인 시(詩), 서(書), 예(禮), 악(樂) 모두를
전폭 수용해 자신의 사상적 배경으로 삼았다면, 묵적은
그 일부인 시와 서만을 취해서 사상적 근거로 삼았다. 귀족의 유흥수단으로 전락한 예악을 옹호하고 있는 유가를 비판하자 순자, 맹자, 장자,
한비자, 장자와 같은 제자백가들에게 비난의 표적이 된다. 그도 그럴것이 묵자의 사상은 다른 사상들에 비해 지나치게 실용적이었으며 시대를 앞선
사상이면서 '실학'에 가까웠다. 대신 서민의 편에서 죽을 때까지 우왕의 가장 큰 덕목이었던 겸애와 비공을 쫓았다.
“묵자는
유가의 가업을 배우고 공자의 도술을 전수받았다. 그는
내심 유가의 예가 번거로워 쉽지 않은데다. 장례를
후하게 하여 재물을 낭비하면서 백성을 가난하게 만들고, 소매가
넓은 의복 등이 생활에 불편하며 일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다. 주나라의
도를 버리고 하나라의 장사를 받아들인 이유다.”
“유가는
사대부, 법가는
신층지주, 도가는
몰락귀족, 묵가는
하층평민을 대표하는 사상이다.“
묵자는 하늘의 뜻을 천지와 천의로 표현해 놓고 하늘을 지극히 공평무사하고 인간처럼 의지를
지니고 있으며 마치 유일신 대하듯 하였다. 마치 우리 민족의 기본 사상과도 같은 권선징악의 뿌리로 보여지기도
한다. 겸애가
그렇듯이 비공 역시도 정당성을 담보하는 판단의 기준을 하늘의 뜻인 천지 내지 천의에서 찾고 있다. 묵자의
하늘은 모든 인간을 인종 및 빈부귀천 등에 관계없이 사랑한다는 점에서 동학의 사상과도 같고 겸애에서 도출된 비공은 묵자의 평화주의 이념을
뜻한다.
인간의 특징을 표현하는 말 가운데
‘호모
라보란스’가
있다. 노동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인간은
일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제자백가
가운데 이를 통찰한 인물이 바로 묵자였다. 그는
노동을 인간이 지닌 특이한 품성으로 간주했다. 인간의
노동은 재화의 생산을 위한 것이다. 궁극적인
목적은 소비에 있다. 노동과
휴식이 그렇듯이 생산과 소비도 동전의 양면 관계를 이루고 있다. 균형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한 시대를 풍미했으나, 사상가들로부터 배척받았던 묵자는 정약용이 연상 되어지기도 한다.
실학과 동학사상, 천주교 사상까지 절묘하게 믹스해 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시대의 요구에 따라 적합한 개인이 영웅이 될 수 있다고 보는 헤겔의
영웅론과도 같이 비록 춘추전국시대의 요구에는 맞지 않았으나, 현대에 묵자 사상이 새롭게 주목받는 것 또한 시대의 요구나
다름없다.고전연구가인 저자 신동준의 말처럼
G2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 고전은 현재의 거울이라 하듯이 묵자를 통해서 우리의 미래를 반추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