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애니멀 - 인간은 왜 그토록 이야기에 빠져드는가
조너선 갓셜 지음, 노승영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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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난 이야기중독자인 것 같다. 드라마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소설책에 환장한다. 아니다. 이야기중독자 맞다. 아침드라마를 시작으로 저녁 월화 드라마, 수목드라마, 주말드라마까지 챙겨본다. 요즘은 드라마 보는 재미에 살기도 한다. 참말로 희한한 것이 그 수많은 이야기를 접하면서도 매번 새롭게 느껴진다는 것. 그러고보니 나에게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조금 더 확장하여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특히나 아줌마들은 이야기에 환장하고 살아가고 있다. 넘쳐나는 영화, 넘쳐나는 문학서적들, 넘쳐나는 신화, 인간의 족적이 지나간 자리에는 어김없이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이야기가 남아있다. 인류문명사에 사람이 살았던 모든 곳에 이야기가 태동하는 것을 보면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의 삶 그 자체와 함께 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그런거보면 인간을 호모 픽투스 Homo fictus, 이야기하는 인간라 칭하여도 무방하지 않은가.

아직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여러분은 네버랜드라는 상상 속 나라의 주민이다.

바야흐로 스토리텔링 시대. <이야기의 힘>을 이해한 인간 족속들은 이제 무엇에든 스토리텔링을 갖다붙이기 시작했다. 스토리텔링 수학, 스토리텔링 영어, 스토리텔링 마케팅, 스토리텔링 교육, 정치, 외교, 홍보, 사업, 게임, 광고, 육아까지도 ... 왜? 이야기는 감성어필에 최고의 재료이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은 그 누구도 침범할 없는 영역인 인간 고유의 영역인 '감을 건드린다. 영문학자 조너선 갓셜은 《스토리텔링 애니멀》에서 인간이 스토리에 열광하는 이유를 진화생물학과 심리학, 신경과학 등의 연구를 통해 흥미롭게 풀이해주고 있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저자 특유의 식견이 빛나는 스토리텔링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이다.

 

 

 

저자는 픽션에 이끌리거나 이야기에 이끌리는 이유를 '쾌감'을 주기 때문이라 한다. 실제로 픽션에서 일어나는 협박, 죽음, 절말, 불안, 질퐁노도 등은 대부분 지독하게 불쾌하지만 그 불쾌감이 스토리텔링의 기본 바탕이 되어 삶을 통찰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인물 + 어려움 + 탈출시도=이야기

이야기의 기본 공식이다.

오직 말썽만이 흥미롭다. 삶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야기가 보편적으로 인간 조건에 대해 거대한 곤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섹스와 사랑, 죽음의 공포와 삶의 도전, 그리고 영향력을 발휘하고 예속에서 벗어나려는 욕망과 같은 권력이 이야기의 주제가 되며 이 거대한 난제를 헤쳐나갔을 때 '쾌감'을 작동케 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삶의 거대한 난제를 시뮬레이션하는 강력하고도 오래된 가상 현실 기술이다.

 

이야기가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고 누구도 침투할 수 없는 깊은 곳의 감성을 흔들어놓기 때문에 이야기 하나에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 표현이다. 실제로 노예제도 폐지와 20세기의 대참사였던 홀로코스트는 '이야기' 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야기는 이미 우리의 모든 삶에 침투하여 스며들어 있으며 삶을 낳고 또 삶은 이야기를 만든다. 저자의 인문학적 고찰로 빚어낸 '네버랜드'의 세계는 상상과 실존을 종횡무진하며 펼쳐진다. 이야기의 기발한 고찰이 반짝거린다. 아, 참 오늘은 월화드라마 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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