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 사회를 넘어서 - 계획적 진부화라는 광기에 관한 보고서
세르주 라투슈 지음, 정기헌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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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믹서기가 고장이 났다. 수명이 채 오년도 되지 않았는데 최근에 산 제품들은 이상하게 오년 이상 사용하기 힘들다. 어머님은 예전의 생활가전들은 십년 이상 사용하였는데 요즘에는 오년 정도가 최장수명인 것 같다고 요즘 나오는 제품들이 고장이 잘 나고 예전과 다르다는 말씀을 하신다. 하긴 핸드폰도 2g폰은 십년 사용하는 분들도 보았는데 스마트폰은 2년만 사용해도 새제품으로 갈아타야 한다는 말을 하는 걸 보면 최근의 제품들이 수명이 길지 않은 것은 확실한 것 같다. 프랑스의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이며 대표적 탈성장 이론가 세르주 라투슈의 낭비사회를 넘어서에서는 이렇게 제품들의 수명이 짧아진 이유를 성장 지상주의가 가져온 '계획적 진부화'라는 원리로 설명한다.

경제 성장이 곧 행복이라는 등식으로 인해 '성장만이 지고의 가치'라는 성장 지상주의가 가져온 자본주의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성장의 미망에 사로잡혀 있는 경제의 틈에 파고들어가 현대사회가 쌓아올린 소비주의에 일침을 날린다.

 

계획적 진부화는 현대사회를 이해하는 핵심열쇠 중 하나다. -p32

끊임없이 소비해야 돌아가는 현대사회를 소비자사회라 한다. 소비의,소비를 위한, 소비에 의한 사회. 과거에는 필요에 의해 제품을 만들었지만 현대에는 소비를 목적으로 만든다. 아름다움의 목적인 소비재들은 일상에 없어도 불편함을 느낄 수 없는 상품이며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며 소비를 부추긴다. 저자는 이러한 자본주의 소비 사회를 이끌어가는 세 가지 요소를 신용카드’와 ‘광고’,‘계획적 진부화'라고 한다. 이러한 진부화의 출발점은 성장에 중독된 생산 시스템으로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끊임없이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해야 한다. 성장이 느려지거나 멈추면 곧바로 위기가 찾아오고 모두 패닉상태에 빠진다. 이러한 소비는 자본주의의 기본 뼈대이기 때문이다. 생산이 계속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제품이 단명해야 하고 끊임없는 재구매가 이루어져야 한다, 구매를 끊임없이 부추기고 제품들의 끊임없는 죽음과 생산으로 성장과 소비의 사회가 생명을 유지해가는 시스템으로 현대를 구성하고 있는 낭비사회의 조감도를 그릴 수 있다. 상품의 정해진 수명이야말로 현대 사회를 이끌어가는 동력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 책의 맥락과 같은 성장의 광기저자 마인하르트는 성장이라는 욕구는 인류 최초의 모든 생명체의 기본 욕구인 팽창충동에서 기인한다고 하였다. 지속적인 팽창충동은 자연에서부터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뿐만 아니라 우주까지도 팽창에 관여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팽창충동에 의해 성장하지만, 성장한 후에는 퇴화하고 마침내 사라진다. 성장과 퇴화와 소멸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을 만들어내는 것이 소비주의 사회의 프레임이다. 지나친 낭비를 조장하는 생산과 가속화된 소비에 비례하여 증가하는 쓰레기와 그 쓰레기 더미들이 뿜어내는 오염 물질은 인류의 미래마저 위협하고 있다. 저자는 인류에게 미래가 존재하기를 바란다며 탈성장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계획적 진부화라는 개념을 통해 들여다보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틈새를 파고들어가 그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일독할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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