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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고향으로 가는 짧은 여행
자크 랑시에르 지음, 곽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덜컹거리는 버스에 머리를 기댄 채 넋을 잃고 버스 밖
풍경을 바라보곤 하였다. 언제나 무릎위에 책이 놓여진채. 내게는 언제나 책을 읽지 않을 자유가 있었다. 하지만, 창밖을 보면서도 의식은 언제나
책을 향해 있다. 내가 탄 버스의
종착역은 항상 풍경과 겹쳐진 의식의 끝자락을 붙들면서 끝이난다.
노스텔지아를 불러 일으키는 책 《사람들의
고향으로 가는 짧은 여행》을 들고 다니면서 '
나
자크 랑시에르
읽는
여자야'하고 다녔지만, 자랑하기에만 좋았고 무척 난해한 텍스트라 힘들게 읽었다. 자크
랑시에르가 ‘미학과
정치’의
관계를 다룬 첫 책이라 쓰여있는 출판사 띠지문구를 보며 이 책은 자크 랑시에르에 익숙한 사람만이 독해가 가능한 책이라는 생각이
문득^^;;;
개인적으로 정치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정치라는 단어 이면에 담겨져 있는 권력의 냄새와 지배계급의 함의들을 느낄 때마다 참 싫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은연중에 인정하고 있는 나 자신이 모순적인 사람임을 확인시켜 주기 때문이다. 조르즈
아감벤은 그의 책 <호모
사케르>에서
‘정치가
존재하는 것은 인간이 언어를 통해 자신에게서 벌거벗은 생명을 분리해내며,
그것을
자신과 대립시키는 동시에 그것과의 포함적 배제관계를 유지하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라고
하였다.
자크
랑시에르의 사유는 이러한 정치적 사유로부터 출발한다.
여행을
할 때의 설레임이 아닌,
인간
본연의 정치적 모습으로서의 출발을 이 책은 특이하게도 여행자의 시선을 빌려 작가의 사유를 투영하는 사유의 여정을
그린다.
이
여행은 세 단락으로 나누어지며 1부 새로운 고향에서는 영국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와 프랑스의 작가 생시몽과 독일의 문학가 게오르그 뷔히너를
통해 통해 혁명과 공화주의 이념을
2부
가난한 여자는 프랑스의 역사가 쥘 미슐레, 독일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통해 보는 노동자의 삶과 사랑을 3부
자살하는 아이에서는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로메르토 로셀리니의 <유로파51>을 통해서 보는 영화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미학 - 사건,
만남, 무의식적 기억에 대한 영화이며, 또한 행위와 그 부재에 대한 영화-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다소 난해하고 독특한
구성이었지만, 미학과 정치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여행스케치 같다. 자크 랑시에르는 여행자의 마을을 그리고 그 마을을 이루고 있는 구성요소인
인간과 언어와 혁명과 권력, 프롤레타리아, 부르주아를 소환해낸다. 정치와 미학이 역사와 문화뿐만 아니라 범세계적인 관념의 세계 즉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의 이면들을 향한 노스텔지아의 색다른 사유의 공간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낯선 곳으로서의 여행,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의식의 끝은
결국 심연에 잠겨있는 또 다른 나를 깨우는 여행이라는 것..........
그들의 시선과 발걸음의 리듬에 따라
새로운 고장의 이미지들이 만들어지고 해체된다.
단순히
이방인이 언어를 배우거나 경험을 가진 자신의 시선으로 깨닫는 그런 것이 아니다.
통찰력은
풍경을 그리고,
믿음의
주름에 그 선과 그림자를 조화시키는 또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우선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과 행복한 미래의 꽃이 피어났던 자리에 메마른 돌과 차가운 무덤이 넘치기 때문이 아니다.
아직
상황을 잘 모르는 -순진하다고
할 수 있는 이방인이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이리저리
눈길을 주면서,
말과
이미지들의 첫 조합을 다듬고,
그곳의
확실한 기억들을 해체하면서,
일반적으로
실제라고 알려진 여행 일정들이나 그 곳들의 지도를 모르는 각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가능성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