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메시스 - 복수의 여신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4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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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처럼 이쁜 총각이 어여쁜 꽃처녀에게 물어본다.

 

대체 공포 영화는 왜 좋아 하는 거야?

비극적이잖아. 그런 비극들을 보고 있으면 내 불행이 별거 아닌 것 같아서

혹시 나도 니 불행 중 하나냐?

 

 

드라마 [상속자들]을 본 이후로, 내 머릿속에는 오로지 이 대사만 떠돌아다녔다. 밥벌이의 지겨움은 때론 공포가 되어 나의 목을 조르기도 하고  때로는 공포의 냄새를 풍기며 내 곁을 스쳐간다. 비극이 내가 아닌 타인에게 꽂혔을 때의 안도감은 잠시, 다시 삶은 쫓는 자가 되어 나를 쫓아온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응축해 놓은 듯한 모습으로 삶이 나를 쫓아오는 불안감이 나를 엄습할 때마다 비극이 넘쳐나는 공포영화는 밥벌이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숨통 같은 것이다.  등줄기의 땀이 소름으로 퍼져 나갈 때 즈음에 목도하게 되는 생의 잔인함은 요 네스뵈의 소설에 응축되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슬픔, 함께 일한 파트너의 죽음, 사랑했던 사람이 죽은 모습,  복수의 화신이 된 연인, 믿었던 사람의 배반 등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은 일말의 감정들을 경험하게 한다. 

 

 

 

NEMESIS 복수의 여신, 인간의 오만을 향한 신의 분노, 정의의 분노, 사랑의 분노를 상징한다.

   

이번 작품에서 요 네스뵈가 쏘아 올린 공은 제목 《네메시스》에서 볼 수 있듯이 '복수'이다. '나는 복수할 것이다' 이 말은 대상(타자)이 있어야만 가능하기에 복수는 타자를 향한 말이다. 라캉이 우리의 욕망이 타인에게 맞추어져 있다고 하였듯이 우리의 '감정'을 담당하고 있는 언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두 '타인'을 향해 맞추어져 있다. 그러니까, 사랑,미움, 복수,명예와 같은 것들은  '타자'가 있어야만 사용가능하다. 그런면에서 라캉이 인간의 욕망은 ‘타자’를 향해 있다고 지적한 것은 어려운 철학용어를 들먹이지 않고도 감정과 관련된 언어들을 보면 증명이 가능한 말인지도 모르겠다.   

 

복수, 복수, 복수, 인간만이 복수를 하는 유일한 생명체라는 사실을 아나?

 

네메시스의 시놉시스는 크게 두 축으로 진행된다. 은행털이범에 의해 은행 창구 직원 스티네 그레테가 살해당한 사건이 한 축이고  7년 전 겨우 6주 사귀고 헤어진 여인 안나의 죽음이 다른 한 축으로 교차 진행된다.  은행털이범에 의해 아내를 잃은 회계사 트론 그레테와 안나와 내연관계에 있던 알부. 두 살인 사건은 전혀 상관없이 일어났지만 우연찮게도 교도소에서 복역중인 전설의 은행털이범 라스콜에 의해 교집합 된다. 그러나, 한 번 본 사람은 절대 잊지 않는 '미친 방추상회' 능력을 가진 베아테(해리의 파트너)의 아버지를 죽인 은행강도가 바로 라스콜이었다. 라스콜은 마치  [양의 침묵]의 연쇄살인마 안소니 홉킨스를 연상시키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해리와의 두뇌게임만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해리에게 날아 온 범인으로부터의 이메일은 사건을 더욱 미궁에 빠지게 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투성이들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데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열쇠는 사랑과 미움이 새겨져 있는 동전 한 닢이었다.

 

 

도덕성. 삶에 대한 사랑. 사랑. 하지만 미움이 가장 강하죠.”

《네메시스》는 개인적으로 네 번째 작품이다. [스노우맨]을 만난 이후로 푹 빠져서 [헤드헌터],[레오파드]를 읽은 후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평이지만, 내게는  [스노우맨]이 가장 재미있었고, 한편의 영화와 같은 액션과 스릴을 느낄 수 있었던 헤드헌터는 즐거웠고, 아직 리뷰를 쓰지 않은 [레오파드]는 안구건조증으로 고생하는 와중에도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짜증나게 재미있는 책이었다. 요 네스뵈가 자신의 작품 중 플롯이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 했던 책이지만 위의 세 책과는 달리 조금은 지루하고 더디게 읽혔는데 그것은 아마도 책보다는 나의 문제인 것 같다. 도무지 앉아서 책을 읽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일이 산적해 있는데다가 집에서 책 좀 읽을라치면 어느새 꾸벅꾸벅 졸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 요즘 일상이다. 이러한 일상 중에 요 네스뵈의 책들을 순서대로 읽어 나가다가 [네메시스]에 와서는 순서가 꼬여버리게 되었는데 타임머신을 타고 [스노우맨]보다 조금 더 영young한 해리를 만날 수 있었고 라켈과의 사랑의 서막이 올라가고, 파트너 엘렌(아마도 전편)의 죽음과 관련하여 볼레르 경감과 연관성을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다음 편의 이야기를 고대한다. [상속자들]의 은상이처럼 꽃처녀는 아니지만  요즈음의 내 삶에서 요 네스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당신은 내 불행 중 다행이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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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8 1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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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8 13: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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