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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호텔 - 영혼과 심장이 있는 병원, 라구나 혼다 이야기
빅토리아 스위트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공공의료기관으로서 백년 가까운 전통을 지닌 진주의료원이 폐업 하기까지 경상남도는 가치와 명분 사이에서 엄청난 몸살을 앓아야했다. 백년이 된 서민들의 공공의료기관의 폐업 명분은 다름아닌 300억에 가까운 부채였다. 자본의 효율성 제고에 따르면 진주의료원은 폐업되는 것이 마땅하지만 의료행위에 경제와 자본이라는 개념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 공공 의료 정책의 본질과 가치가 어디에 있음을 잘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것은 바로 대한민국 역시도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시장사회(market society)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극명한 예이다. 샌델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말하였듯 돈으로 사고 파는 행위가 인간의 모든 활동 영역에 스며들어 가는 사회를 시장사회라고 한다. 과거에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았던 영역까지 돈과 시장이 개입하게 되면서 가치가 변질되는 것처럼, 과거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가 존중되었던 의료분야마저도 이제는 돈과 시장에 의한 개입으로 얼마든지 사고 팔수 있는 시장사회의 재화로서 의료의 본질이 변한 것이다. 과거 국가가 나서서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던 시대는 이미 끝났으며 이제는 국가조차도 자본의 효휼성에 움직이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힐데가르트 의학의 기본 뼈대는 근대이전의학의 고전적 시스템인 체액의학에 바탕으로 두고 있는데, 이는 ‘4시스템’ 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4시스템’에서 4는 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것은 4월소, 4성질, 4체액, 4방위, 4색, 4기질, 인생의 4시기, 하루 중 4시기,4계절 등 대단히 다양하며, 모두 서로 연관되어 있다.
도표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세상은 네 가지 기본 요소, 즉 흙,공기,물,불로 이루어져 있고, 이 각각은 도표의 4구획을 하나씩 차지한다. 각각의 원소는 4성질, 즉 따뜻함과 차가움, 건조함과 습함 중 두 가지 성질을 띤다. 흙은 차갑고 건조하다. 물은 차갑고 습하다. 공기는 뜨겁고 습하다. 불은 뜨겁고 건조하다. 세상과 마찬가지로 인체 또한 ‘4’로 구성돼 있다. 바로 피, 점액, 황담즙, 흑담즙의 4체액이다. 그리고 원소들과 마찬가지로 이 채액도 두 가지 성질을 띠며, 각각의 체액은 한 원소와 상응한다. 피는 뜨겁고 습하며, 공기와 상응한다. 점액은 차갑고 습하며, 물과 상응한다. 황담즙은 뜨겁고 건조하며, 불과 상응한다. 흑담즙은 차갑고 건조하며, 흙과 상응한다. 도표를 보면 이 각각의 체액은 자기와 상응하는 원소와 함께 4구획 중 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신의 호텔》은 진주의료원과 같은 맥락의 공공의료원으로 볼 수 있는 미국 ‘라구나 혼다(빈민 구호소)’ 병원의 이야기이다. 말이 빈민 구제소이지 이곳은 환자들에게 선택권이 없는,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라 어떤 이에게는 쉼터였고 어떤 이들에게는 농장이었고 어떤이들에게는 재활센터 겸 종합병원이 되는 그야말로 서민(빈민)들의 병원이었다. 마을 하나의 규모의 환자를 수용하고 있는 '라구나 혼다' 병원을 제외하고는 미국의 빈민구호소가 모두 문을 닫았다. 이제 마지막 하나 남은 '최후의 빈민구호소'인 라구나 혼다 병원은 프랑스에서 ‘신의 호텔’이라 불리우기도 한다. 이곳에서 20년을 넘게 의료 활동을 해 온 저자 빅토리아 스위트가 라구나 혼다에서 배우고 겪었던 생활을 통해 '인간중심'의 의학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저자는 현대의학의 힘과 과학의 발달에 잊혀지고 있는 그 '무엇'을 라구나 혼다의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발견하면서 느꼈던 경이로움 그대로를 책에 옮겨 담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기계적인 인간과 질병을 기계의 고장으로 보는 것이 아닌 영혼과 심장을 가진 인간으로서 의학에 접근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라구나 혼다의 환자들이 의사나 의료기가 아닌 정신적인 영향에 의해 치유되는 과정을 목도하며 현대의학에 빠져 있던 그 '무엇'이 바로 영혼이었으며, (현대의학에서 영혼은 정신의학의 영역으로 분리한다)영혼의 의학은 중세 독일 수녀의 임상기록이었던 빙엔의 힐데가르트의 의학서에서 그 답을 찾게 된다. 저자는 힐데가르트의 의학을 통해 현대의학이 말해주지 않는 의료의 본질에 다가가며 근대의전의학을 통해 의학의 새지평을 열고 있다. 점점 시장사회의 논리에 편승하여 의료민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들에게 참된 의학의 본질과 가치의 회복을 위해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