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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그림들의 인터뷰 - 미술품 도둑과 경찰, 아트 딜러들의 리얼 스토리
조슈아 넬먼 지음, 이정연 옮김 / 시공아트 / 2014년 2월
평점 : 
도둑 가운데 가장 섹시한 도둑이 있다면, 그건 바로 미술품 도둑일 것이다. 이 말에 수긍을 한다면 당신도 이미 헐리우드 영화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그려지는 미술품 도둑은 모두 천재적인 두뇌와 최강 비주얼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도둑이미지와는 다른, 어딘가 죄책감이 결여 되어 있는 멋지고 영웅적인 느낌을 준다. 영화 <도둑들>에서 섹시한 히로인으로 나온 예니콜이 보석을 훔치듯 남자들의 마음을 들었다놨다 하는 것처럼 미술품 도둑은 헐리우드가 품고 있는 영웅에 대한 동경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는 캐릭터 1순위이다. 그런 영화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미술품 도둑을 직접 만나서 인터뷰 한 기자, 아니 작가가 있다. 미술 저널리즘이라는 남다른 조예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기자이자 출판 편집인인 조슈아 넬먼은 미술품과 관련된 모든 직업군에 있는 이들을 인터뷰하였다. 소설 필feel 나는 《사라진 그림들 원제: HOT ART》는 독특한 인터뷰집으로 조슈아 넬먼은 이 책으로 아서 엘리스 상 베스트 논픽션 크라임 분야 수상을 하였다. (상이름이 너무 길다 ^^;;)
치밀하고 집요한 취재로 만들어 낸 뛰어난 미술 저널리즘
대규모 미술 시장을 관할하는 미국 경찰국에서 미술품 도난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경험과 지식과 권위를 쌓아 온 유일무이한 형사인 도널드 히리식이 미술품 도둑을 잡는 현장에서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들과 캐나다의 문화재법 전문 변호사 보디 체글레디로부터 미술 산업의 실태를 인터뷰하며 미술 산업의 현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 이들과는 정반대의 인생을 살아가는 미술품 도둑 폴에게서 범죄와 부패로 물든 미술 세계에서 도둑으로 성장하며 겪었던 과정과 도둑으로서의 기본 원칙?을 인터뷰한다. 전문가 폴의 말에 따르면 미술품 도둑들은 헐리우드 영화보다 더 조직적이고 더 지능적이고 더 비밀스럽게 움직인다고 한다. 게다가 미술품 암시장이 점점 커지는 이유를 어떤 미술품을 막론하고 출처를 묻지 않는 것이 관례인데다가 미술세계가 매우 합리적이면서도 부정직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폴은 이러한 미술 산업을 '달콤하게 부정직한 세계'라고 표현한다.
"똑똑하다 싶은 사람들은 훔친 미술품을 파는 일을 전혀 껄끄럽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들에게 그것은 범죄도 아니죠. 그냥 좀 나쁜 짓을 하는 것 정도라고 생각해요. 그냥 살짝 윙크를 하고 마는 거죠. 그것은 아주 일상적이에요."
저자는 4년동안 미술품 암거래 시장을 취재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 하였는데 문화재와 미술관에 대한 법률 자문과 변호를 담당하는 변호사 릭 세인트 힐레르와 런던의 덜위치 미술관Dulwich Picture Gallery에서 미술 관장으로 근무하였던 자일스 워터필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렘브란트 초상화를 세 번이나 도난당했던 일들을 들을 수 있다. 보안 팀장 밥 콤스에게서는 미술관 보완 공유와 산재된 도난 예술품 리스트들을 통합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일을 하는 줄리언 래드클리프, FBI 역사상 처음으로 미술품 수사를 전담한 수사관 로버트 위트먼에게서 국경을 넘나드는 다양한 함정수사와 국제 경찰들과의 연합작전을 통해 다수의 미술품 도둑들을 검거한 영화같은 이야기와 걸출한 도난 미술품들을 회수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이렇게 이 책은 미술품 도난과 밀접한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술 산업의 흑막을 밝히는 동시에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미술품 절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까지 모색하고 있다. 미술 산업이 가지고 있는 특성,즉 암시장이 거대해지면서 범죄의 온상이 된 현재의 미술 산업에 경종을 울려주는 기자로서의 충직과 새로운 문학 형식의 실험이라는 작가로서의 완벽한 크로싱을 보여주는 책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드러나는 미술 세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미술 산업의 흑막과 미술품에 얽혀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논픽션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 그자체로 이 책은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