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거리에서 1
오쿠다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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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거리에서》는 호환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중학생들의 이야기다. 오죽하면 중2병이라는 말도 있을까. 그럼 중2 담임선생님 이지마가 느끼는 중학생의 모습은 어떨까.

 

애초에 중학생이란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존재였다. 이지마는 중학교 교사가 된 뒤로 날마다 그것을 실감했다. 어째서인지 제 의사와는 상관없는 일도 저지른다. 아이들이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건 고립이다. 장단을 못 맞춘다거나 따분하다는 말을 들을 까 상식에서 벗어나고 만다. 연못에 뜬 수초처럼 뿌리 없이 불안정하다. 덤으로 집단의 분위기에 쉽게 잠식되고 휩쓸린다.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기 가장 어려운 나이대인 까닭에 끔찍한 사건을 일으키는 일이 많다.

그렇다.  중2병에 걸린 친구들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 역시 학부모이지만, 내 아이를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은 아이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타인을 이해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는 것을 , 불혹이 넘어서야 깨달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중학생이 모교 옥상에서 떨어져 죽었다. 자살이라 하기에는 아이의 몸에 무수한 상처들과 학생들 사이에서 엇갈리는 진술들은 결국 아이의 죽음을 '교내 폭행'과 '왕따'로 연결되어져 있는 죽음이라 간주된다. 가해자를 밝히기 위해 조사팀이 긴급하게 학교에 파견되고 가해자로 지목된 네 명의 학생들 가운데 생일이 지난 학생들은 구속을,  생일이 지나지 않은 학생들은 형사미성년자로 구속이 되지 않은 채 수사가 시작된다. 여기서부터 이야기의 국면은 가해 학생들의 부모와 학생들, 검사와 형사들의 관점과 시점을 교차로 서술되어 전개된다. 

 

한 아이의 의문의 죽음은 동정이었다가 슬픔이었다가 냉소였다가 이야기의 진행과 함께 시시각각 달라져간다. 다각도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사이, 내면에는 감정과 이성사이를 수없이 오간다. 감정과 이성사이, 우리 주위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은 이러한 감정과 이성의 널뛰기나 다름없지 않은가. 인간은 어떤 문제이든지 자신의 문제일 경우에는 감정이 우선하지만, 남의 문제일 때는 '이성적'이 되어버린다. '중학생의 죽음'은 이렇게 이성과 감정을 오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이성과 감정 사이로 흘려보내는 진실의 파편들이 가슴을 때린다.

 

인간의 마음속에서는 이성과 감정이 항상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단 말입니다. 근본이 그런 생물이라고."

 

 ‘작가의 말’에서 오쿠다 히데오는 ‘모든 일에는 흑백을 가릴 수 없는 측면이 있기 마련이라, 100퍼센트의 악도, 100퍼센트의 정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한다. ‘중학생’인 , 아직 성숙되지 않은 아이들의 행동을 옳고 그름의 잣대로 판단한다는 것은 어른들의 요구이자, 어른의 시각일 뿐이다. 그 안에서 아이의 죽음을 두고 견고하게 형성되는 침묵의 카르텔 가운데 어른들의 이중적인 모습과 마주하게 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부끄러워지곤 하였다. 부모들의 잘못은 언제나 '자식'앞에서, 용서되며 포장된다. 하물며, 남의 아이의 죽음과 내 아이의 죽음의  극명한 차이가 만들어내는 이해관계의 차이는 더욱  그렇다.  부모의 극단적인 이기심으로 상처받는 피해자 가족들은 또 다른 가해자의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가해자는 다시 피해자가 되기도 하는 현실의 뫼비우스 띠인 '학생의 자살'을 다룬 소설들은 많았지만 '학교 폭력'이라는 주제를 통해 우리 사회의 다면성을 이해하게 하려는 오쿠다 히데오의 타전은 같지만 다른 느낌이다. 어쩌면 호환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중학생들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기대해보아도 좋지 않을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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