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공작소 - 베스트셀러 작가 오슨 스콧 카드의 소설 창작 노트
오슨 스콧 카드 지음, 김지현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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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공작소》는 오슨 스콧 카드(소설가, 편집자)가 하나의 작품인 ‘소설’을 만들기 위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캐릭터’의 창조에 대한 이야기다. 창조는 전에는 없던 것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굳이 캐릭터 창조라고 말하는 것은 ‘오슨 스콧 카드’에 의하면  ‘풍부한 상상력’과 ‘통찰력 있는 관찰’, ‘철저한 ’심문‘, ’신중한 결정‘이라는 단계를 거쳐야만 독자의 '기억속에 영원히 살아 숨쉬는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창조의 과정은

  1)캐릭터를 착상할 때는 진부하지 않으면서 믿음을 주고 정서적 공감을 자아내며, 독자로 하여금  이해가 가는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야 하고

  2)이야기를 구상할 때는 캐릭터의 계급(단역, 주역, 조역)에 따른 적절한 역할분담과 활용을 결정하여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며 

  3)집필 단계에서는 어떤 시점(1인칭, 3인칭시점)과 시제를 통해 독자에게 어떻게 이야기가 비추어 질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어제 밤 늦게 나문희 , 심은경 주연의 영화 《수상한 그녀》를 보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비록 '오두리'가 작가의 창조물에 불과한 캐릭터일지는 몰라도 살아있는 캐릭터로서 공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생동하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1번에서 말하듯 진부하지 않아야 하며 믿음이 가야 하고 독자로 하여금 정서적 공감을 자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면에서 '오두리'는 정서적 공감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쁘지도, 못생기지도 않은 매우 평범한 캐릭터'로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 가능한 캐릭터이다. 게다가 20대 꽃처녀 시절의 '꿈과 낭만적인 연애'까지 곁들여 독자들의 경험을 바탕한 이해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런 캐릭터의 착상이 끝나고 나면 2장 캐릭터 구상으로 넘어가 캐릭터들이 가진 계급- '단역'과 '조역', '주역'-에 맞게 역할 분담을 하여야 한다.  '수상한 그녀'의 캐릭터들을 통해 이러한 계급의 역할이  적재적소에 아주 잘 배치되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구상의 단계가 끝나면 시점과 시제의 선택으로 독자들에게 어필되는 관점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선택해야 한다. 노쇠한 육체와 나이든 서러움은 나문희를 향한 제 3자의 대화를 통해서 실감나게 전해진다. '냄새나는 몸뚱이'라든지, 강의실에서 '30대'까지만 살고 죽고 싶다는 한 여대생의  경멸의 말투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과 독자들은  늙음에 대한 사람들의 혐오감을 읽을 수 있게 한다. 이렇게 타인의 이야기를 기술하는 것은 이야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할 뿐만 아니라, 소설의 내적인 의미와 목적이 있는 장치로서 탁월한 기능을 한다. 화자 및 작가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정확히 부합하게 하기 위해서는 시점의 선택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캐릭터 창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위의 세가지 단계를 거치기 이전에  '삶'에서 건져올리는 '진실'의 캐릭터여야 한다.  캐릭터의 창조 과정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영화 '수상한 그녀'의 주인공 오두리를 예로 들었지만, 수상한 그녀에서 창조된 캐릭터 '오두리'는 인류공통이 경험하는 가장 낯선 경험인 나이들어가는 슬픔을 , 모성애로 중무장한 어머니로의 삶을 재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삶의 진실에 다가간 '진실의 캐릭터'이다. 만약 오두리가 우리의 삶에서 '늙음'에 대한 이해와  '모성애'라는 키워드를 낚아 올리지 않았다면, 창조의 캐릭터가 아닌 그저 그런 캐릭터, 사라져가는 캐릭터 중의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두리'는 우리의 삶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진실의 그물을 던져준다. 이처럼 삶에 그물을 던지고 진실을 낚는 캐릭터라야  오랫 동안 독자의 기억속에 영원히 살아 숨쉬고 있는 캐릭터가 창조된다. 이런 캐릭터를 창조하고 싶다면, 우리의 삶에 그물을 던지자. 건져올린 삶에게 어떻게 , 왜라는 질문으로 탄생한 캐릭터를 착상하고 구상하고 집필한다면, 우리도 그 안에서 오두리처럼 살아있는 '삶', 진실의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을런지 모른다. 

독자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현실의 경험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인간과 삶에 대한 진실을 깨닫기 위해서다. 그런데 당신이 독자도 이미 아는 것만을 소설 속에 늘어놓는다면 독자를 저버리는 일이 된다. 작가가 현실의 사람이나 사건에만 매달리면, 독자가 진실을 깨달을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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